농정연구센터, 농산물도매시장의 과제 토론회
거래액·이용자수 크게 늘었지만 전송거래 상당한 비중
[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정부가 온라인 도매시장 성장을 통한 유통 효율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온라인 도매시장이 기존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분식회계에 불과하다는 날선 발언까지 나와 이목이 집중된다.
농정연구센터는 지난 20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변화하는 시대, 농산물도매시장의 과제’ 토론회를 열고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유통전문가들은 현재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이 1년 만에 큰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태생적인 한계와 현실적인 문제를 내포한다는 데에 의견을 함께했다.
서세욱 인천대 교수는 온라인 도매시장의 외형적 수치 성장에 전송거래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짚었다. 전송거래 방식은 사실상 이미 가락시장 등에서 결정한 거래를 지방도매시장 등이 구색을 맞추기 위해 온라인으로 옮겼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처럼 전송거래가 포함된 온라인 시장 거래액을 근거로 삼는 것은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 활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도매시장이 수요공급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도 확실히 했다. 품목을 공급하는 판매자가 시장의 수요 여건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구매·판매 가격을 결정해 내놓는 것은 시장 원칙과 맞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라는 주장이다.
서 교수는 “이건 어떤 의미에서는 분식회계라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며 “온라인 시장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지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온라인 거래 핵심 전제는 표준화”라며 “하지만 농산물 특성상 공산품 수준의 표준화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현재 표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산지의 규모다. 소비자들은 과일의 색, 크기, 경도 등 다양한 부분을 따지는데 중소규모 산지의 출하품은 소규모 박스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품질을 통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상택 전환랩생생협동조합 본부장은 예산 위주의 정책보다 실제로 현장에서 필요한 물류와 결제 시스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온라인 도매시장이 기존 오프라인 시장 실적을 빼앗아가선 안 된다”라며 “실제 순증된 실적이 무엇인지 명확한 성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참관하던 중 의견을 밝힌 황정석 구리청과 본부장은 “지방 도매시장은 서울보다 판매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온라인 도매시장 참여가 울며 겨자 먹기식 실적 채우기 방식이 된다”고 실태를 밝혔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도매시장의 문제가 농업 구조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의견을 견지했다. 그는 “정부 과도한 개입보다 시장 참여자들의 주도성을 살려야 한다”며 “유통 비용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데이터로 객관화해 불식시키고 온라인 도매시장은 기존 시장의 대체재가 아닌, 확장성을 가진 보완적 경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