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유예 협상이 마무리됐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쌀 협상 결과를 발표한후 WTO에 이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농업계는 이에대해 쌀 농업을 포기하는 결과라며 일제히 비난하고, 적극적인 쌀 소득보장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각계의 반응을 들어본다.

# 농민단체

농민단체들은 최악의 쌀 협상이라며 쌀개방 이행계획서 WTO 제출을 강력히 규탄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에 이어 최악의 쌀협상으로 한국 농업을 붕괴시키고, 식량주권을 외세에 팔아먹으려는 의도라고 정부를 몰아붙쳤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보고와 농업계의 의견 수렴 없이 정부의 일방적인 최종입장 발표와 함께 WTO에 쌀개방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은 최악의 쌀협상 결과라는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질타를 외면하기 위한 것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정부가 쌀 관세화 유예 협상 종료를 선언하고, 이를 WTO 사무국에 통보한 것은 쌀 관세화 유예 협상 결과를 재검토하고 연장하라는 350만 농민들의 생존권적인 정당한 요구마저 일방적으로 묵살하며 무시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전업농중앙연합회도 정부의 쌀 산업에 대한 포기 선언이며, 부처 이기주의에 의한 책임회피와 적당주의 의지를 여실히 나타냈다고 규탄했다.
농민단체들은 소비자 시판이 금지되고 지금의 반밖에 수입되지 않던 상황에서도 쌀값 폭락이 빈번하고 수입쌀 불법 유통이 활개쳤는데 수입물량이 100% 증가되고 동네 수퍼에서도 수입쌀을 살 수 있게 되는 상황에서의 쌀농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는 한국 농업 전체를 벼랑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는 정부의 비자주적이고, 소극적인 협상전략으로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을 자초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고, 입법사항이 수반되는 협상결과임에도 불구하고 헌법 60조가 부여하고 있는 조약의 체결과 비준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무시하고 협상의 정확한 내용에 대해 보고조차 하지 않는 정부의 방침은 헌법을 유린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농민단체들은 아울러 식량자급률의 법제화와 함께 총 1000만석 규모의 식량안보용 공공비축제를 추곡수매제와 함께 시행하고, 농지보전 대책과 쌀 생산비 절감 대책 및 각종 지원 대책 등 쌀을 지키기 위한 종합적 전략과 정책수단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또 소득보전직불제의 목표가격을 20만원으로 올리고 소득하락분의 보전 비율을 100%로 상향 조정하며 초중고교 학교급식에 국내 농축산물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학교급식법 및 학교급식조례의 제개정을 즉각 추진해 350만 농민들의 생존권을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 학계

박진도 충남대 교수는 “정부가 연말내로 협상을 끝내려고 무리를 한 것 같다”며 “국내 합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행계획서를 WTO에 통보한 것은 무리이고 특히 관세화냐, 관세화 유예냐는 수출국 입장의 문제이지 우리가 먼저 이점을 부각시키며 협상에 임한게 전체 협상에 불리한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지금이라도 협상과정을 공개해 검증을 받아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한다”며 “이번 협상의 휴유증은 생각보다 오래 갈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국회 비준을 받는다고 하면서 미리 WTO에 이행계획서를 낸다는 것은 절차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국회비준이 안될 경우 관세화로 가겠다는 것인지, 정부가 서둘러 쌀협상을 마무리하려는 이같은 처사는 결국 농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밖에 안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소비자 시판용으로 올해 10%, 2010년 30% 판매키로 한 것과 관련 협상에서 가공용으로 좀더 버티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정영일 서울대 교수는 “이번 쌀협상은 성공이 아니라 더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며 “시간을 벌었다고만 생각하면 예전의 잘못을 되풀이 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따라서 “어차피 이번 협상은 우리로서는 칼날을 잡고 하는 협상으로 쌀이란 단일품목을 놓고 9대 1일 협상을 하다보니 더 이상 좋은 결과도 얻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이제는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수입쌀과 국내 쌀 가격의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정부는 쌀 가격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연차계획을 수립해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선농협

조웅래 경기양주 남면농협 조합장은 “예상은 했지만 착잡하다”며 “관세화 유예가 된 점은 다행이지만 농민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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