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황>
지난 6개월동안 농산물 유통업계의 관심이 부산 엄궁농산물도매시장에 집중됐다. 그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23일부터 전국공영도매시장 최초로 무 배추 양배추 알타리무 단배추 열무등 6개 품목이 비상장 거래품으로 풀려 대중품목의 상장경매와 비상장거래가 공존하는 「모델 케이스」가 됐기 때문이다. 생산농민은 출하 농산물을 법인에 상장하는 것이 유리한 지, 중도매인들에게 직접 위탁하는 것이 득이 되는지를 확인하고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또 여타 도매시장들도 엄궁시장의 비상장거래의 성과정도가 앞으로 도매시장 운영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다 개정된 농안법에서 도매상제를 허용함에 따라 설립될 정산조합의 운영에 모델이 될 수 있어 이래저래 농산물 유통업계는 엄궁도매시장에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 엄궁농산물도매시장은 95년부터 경매거래를 추진하던 무 배추등 6개품목의 거래방식을 지난해 비상장거래와 병행쪽으로 급선회했다. 상장거래를 추진하던 과정에서 중도매인 및 출하주들의 상장경매유보를 요구하는 탄원이 빗발친데다 97년 10월 전국 도매시장에 대한 감사원 감사때 「형식경매가 많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 시발점이 됐다.
여기에다 농림부가 유통개혁대책의 일환으로 부산도매시장에서 무 배추등 6개 품목을 시범적으로 비상장 거래토록 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농산물도매시장 관리사업소는 법인등의 반대에 불구, 15회에 걸친 유통종사자 협의회를 거쳐 시장내 79명의 무·배추류 취급중도매인중 42명이 비상장거래를 신청해 비상장거래가 시행됐다. 별도의 비상장 거래장소가 마련될 때까지 법인의 트럭동 매장을 절반씩 나눠 사용키로 단서도 달려 있다.
지난 1월22일까지 5개월동안 이들 6개품목의 총거래량 1만934톤중 비상장거래가 8982톤으로 82.1%를 차지했으며 금액은 76억7700만원중 비상장거래가 67억 2600만원으로 87.6%를 점했다. 이 기간동안 시장내 3개 법인은 단배추의 거래물량·금액면에서 각각 61%와 67%를 차지해 겨우 우위를 지켰다.
또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총거래물량은 6만6326톤으로 7% 증가했으며, 금액은 384억원으로 2.5배가량 늘어났다.
이같은 거래실적만으로 볼때 엄궁시장의 비상장거래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같이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주장이 거세다.
중도매인들은 기록상장에 따른 불필요한 수수료 6%를 내지 않고 0.5%의 시장사용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실제가격이 드러났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인관계자는 거래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 여름부터 사상 유래없는 무·배추값의 고공행진이 원인이라고 주장,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법인들이 지난해 비상장거래 시행저지에 매달린 나머지 영업전략을 수립치 못해 영업력이 뛰어난 중도매인을 확보하거나 산지에 선도자금등을 지원할 시??없어 산지수집에 적극 나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관리사업소 관계자도 『외형적으로 비상장거래는 성공했지만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중도매인이 대금결제를 제때 안해 19명이 주의를 받았으며, 5명이 경고조치를 받았다면서 정산에 대한 보다 확실한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비상장조합측은 『정산조합의 법인화등을 통해 공신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행정조치는 시행초기에 서류 및 행정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한 것이 주원인이었다』고 말했다.
또 당초 예정됐던 비상장중도매인 영업장소의 이전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3억 5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복개천에 45개규모의 중도매인 점포를 짓기로 했으나 그 시점이 불투명한데다 중도매인들은 사무실과 영업을 위한 비가림시설등이 갖춰지지 않으면 이전이 곤란하다는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봄부터 법인들이 얼마나 빠른 시간내에 영업력을 강화하고 정산조합이 얼마나 잘 운영되느냐에 따라 비상장거래제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대수 scoop@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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