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유업체 정부 신뢰구축이 우선

최근 집유체계 개편은 유업체 농가 직거래체제에서 유업체 농가연합 직거래체제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는 수급조절 체계에 있어서 생산자 자율을 중시한 구조로 일본의 집유 및 수급체계와 닮아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단 이같은 분위기 전환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일본의 수급체계를 우리나라에 이식하려면 양국간의 상이한 낙농가 성향과 정서, 국내 낙농산업의 상황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모델이 된 일본의 수급체계는-생산자단체 중심 `일원집유 다원판매''

지난해 농림부가 유업체 농가 직거래체제 전환 발표를 한 이후 이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농가의 거래교섭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낙농산업의 긍정적인 발전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만재 한국동물자원과학회 낙농연구회장은 이와 관련 “향후 개방화시대 국내 낙농산업이 살 길은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농가들이 뭉쳐 대유업체 원유 거래교섭력을 높이는 데에 있다”며 “유업체 농가 직거래체제는 거꾸로 가는 제도”라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 농림부의 기조변화는 지난해 말 농림부와 낙농진흥회 등 실무담당자들이 일본의 수급구조를 견학하고 온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박순 낙농진흥회 수급제도팀장은 “유업체 농가 직거래체제가 야기하는 부작용은 계속해서 지적돼 왔다”며 “생산자단체가 중심이 돼 집유를 하고 생산량을 계획하며 소비자 즉 유업체와 이를 협의하는 일본의 자율적인 수급체계에서 국내 집유체계 개편에 참고될만한 내용이 많았다”고 밝혔다.

일본의 수급체계는 중앙낙농회의를 통해 전국 10개 광역지정 생산자단체에 배정된 생산물량을 3만5000명의 낙농가가 생산하고 생산된 원유는 각 집유조합과 현별 회원단체를 거쳐 광역지정 생산자단체 차원에서 유업체와 거래되는 구조이다.

한 해의 생산량을 계획하고 기준이 되는 거래가격을 제시하는데 필요한 자료는 일본의 낙농유업협회가 경제신문과 공동으로 전국 1700여개 대형마트에서 실시간 입력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수집된다.

오사나미 후미오 홋카이도 대학교수는 지난 21일 대전 유성에서 열린 한일국제낙농세미나에서 “일본에서 원유는 전사적으로 조직된 생산자단체를 통해 집유되고 판매는 다양한 용도에 따라 각기 다른 가격에 거래된다”며 “특히 홋카이도산 원유는 용도에 따라 정부가 국산 원유의 메리트를 높이기 위해 일정부문 지원을 해주고 있으며 낙농가도 자체 조성한 자금으로 이를 보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도입시 관건은?

이같은 수급체계는 현재 국내 낙농업계에 일부 이식해오기 좋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건은 낙농가와 유업체 호응과 상호협조이다.

낙농가와 유업체 간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기본인 이 수급제도는 서로를 불신하는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죽도 밥도 안되는'' 제도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현재 유업체, 낙농진흥회, 가공조합으로 집유선이 삼분된 상황에서 가공조합의 협조는 차치하더라도 유업체 측의 협조만 얻지 못해도 또 한 번 반쪽짜리 수급제도를 만드는 셈이 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농가와 유업체, 정부 3자간의 신뢰구축이 우선”이라고 전제한 후 “농가에게는 제도참여시 인센티브를 주고 유업체에게도 치즈용 원유에 대한 가격지원 등 이같은 수급체계에 참여함으로써 실질적인 이득을 볼 수 있고 동시에 국산 원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업체는 유업체대로 진흥회를 통해 집유할 경우 집유비용이 이중으로 든다며 원가절감에 어려움을 호소했고 또 원유가격 인상협상 때 보여준 농가들의 단체행동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또 유업체 소속 농가들이 생산농가 연합 즉 협동조합으로 납유를 희망할지도 미지수다.

과거 낙농진흥회 가입유도 이후 대대적인 원유생산감축 대책에 들어가자 극에 달했던 농가들의 정부 불신이 여전히 남아있는데다 협동조합이 아닌 유업체 중심으로 발전해온 국내 낙농산업의 특성상 유업체와 농가 사이에는 불신이 앙금처럼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주도보다 생산자단체의 협조를 바탕으로 생산농가들이 중심이 돼 제도개편에 참여하는 양상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공론화 절차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며 농가들도 주인의식을 갖고 중장기 낙농산업 발전의 초석이 되는 집유체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편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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