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강원도 홍천군 소재 홍천그랜드관광호텔 2층 회의실에서 개최된 축산발전협의회에서는 협의회 폐지문제가 거론되는 등 이전과 달리 각 시·도 축협운영협의회장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통합 이후 일선축협들의 역량을 하나로 응집해 농협중앙회의 축산경제부문과 국내 축산업을 지탱해 온 전국축협운영협의회는, 농협 제도권 밖에 존재함으로써 중앙회와 일선축협이 긴밀하게 유대할 수 없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앙회 이사조합장과 품목별협의회장 그리고 송석우 축산경제대표가 참여하는 축산발전협의회로 재탄생했다.

당초 전국축협운영협의회는 이전대로 존속하고 제도권 내에 축산발전협의회를 통해 축협 및 국내 축산업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협의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전국축협운영협의회는 자연스럽게 별도의 활동을 중지한 상태였다.

그동안 축산발전협의회는 축산발전기금의 존속 등 협동조합 뿐만 아니라 정책수립과정에서 축산현장을 적극적으로 건의함으로써 국내 축산업의 중심축의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의회에서 정체성 논란이 일어난 것은 농협중앙회와 일선축협간의 연계성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축산업에 대한 문제 해결에는 중앙회와 일선축협의 뜻이 일치되는 데 협동조합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중앙회가 왜 모르쇠로 일관하느냐는 것이 참여 조합장들의 불만이다.

홍성권 충북도협의회장은 최근 농어민후계자조합장협의회에서 터져 나온 불만을 전하면서 “통합시 제시했던 사료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일선축협으로의 일원화 문제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나도 이뤄진 것이 없는데다 협의회가 줄곧 건의해 온 이 문제에 대해 중앙회의 성의있는 답변이나 변화를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그럴 바에는 협의회가 무슨 소용있느냐”고 말했다.

일선축협의 사료사업은 전체 경제사업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며, 양축가와 일선축협간의 유대관계를 돈독케 하는 사업이다. 또 중앙회나 사료가공조합의 사료를 취급하면서 전이용과 사료가격을 지지하고 견제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농협에서 소량의 사료 취급을 계속하면서 일선축협과 곳곳에서 경쟁하는 사례가 여전히 빈발하고 가격을 교란하는 사태까지 발생함으로써 일선농·축협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축협의 불만은 통합 이후 5년 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같은 현장의 사례들을 중앙회가 인지하고 있으면서 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선축협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권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일선농협에서는 취급량이 적어 조합원 환원 차원에서 사료가격을 인하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는 결과적으로 일선축협의 부담으로 되돌아와 조합원들에게 불신감을 가져다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통합 당초의 목적대로 농축협의 화합에 의한 시너지 효과가 나기는커녕 오히려 악감정만을 부추켜 ‘우리도 장제사업이나 비료사업에 뛰어들겠다’는 반목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게다가 이들 조합장들은 최근 중앙회가 일선축협의 축산물 팔아주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순한한우가 롯데쇼핑·백화점·마트에 전량 납품되는 개가를 올리기는 했지만 정작 자체 매장에서 고품질 축산물을 취급하는 사례가 적은 것은 축산유통의 현장조직인 판매장이 태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기존의 축산매장을 다시 축산유통에 되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문정동 축산물전문판매장과 같은 매장을 확대한다는 중앙회의 방침은 현장의 상황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길목 좋은 곳에 매장을 갖추려면 일단 권리금을 지불해야 하는 데 협동조합의 생리상 무형의 권리금이 인정이 안되기 때문에 새롭게 매장을 운영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이전 축산유통의 현장조직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들 조합장들은 5년이 지난 현재까지 농축협이 화학적인 통합이 되지 못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원인들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조직과 사업체계가 일원화되고 전문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일선축협들의 이유있는 반발을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일부 중앙회 내의 인식이야 말로 화학적 통합을 막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일선조합을 위한 중앙회·농민을 위한 중앙회’의 슬로건을 내건 농협중앙회의 대개혁이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는 상부조직이라는 의식을 버리고 현장의 상황을 인식하고 그를 토대로 개혁의 잣대를 정하는 것이 맞다.

이전의 협의회와 달리 이날 참석한 조합장들의 열띤 논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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