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는 지난 14일 한·미FTA 협상단을 방문하고 전국의 축협조합장 명의로 된 ‘협상 대상에서 쇠고기 등 축산물 제외’ 건의문을 전달했다.

그동안 농업 전체의 입장에서 자체적인 목소리를 자제해 왔던 조합장들이 김종훈 수석대표를 방문해 축산물 제외를 요청하게 된 것은 개방 협상이 있을 때마다 일부 품목을 우선시 함으로써 그 대가로 축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과거의 예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전국의 149개 축협 조합장들 전원이 ‘UR협상 이후 상대적으로 개방 폭이 큰 축산분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한·미FTA에서는 쇠고기를 비롯한 축산물을 제외할 수 있도록 최우선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건의문에 서명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국내에서 경종산업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농촌 경제와 농민에게 활력을 북돋울 수 있는 대안으로 축산업이 급부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협상과정에서 이러한 대체산업을 도외시하는 것은 농촌의 현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조합장들은 “2001년 쇠고기를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주요 축산물이 이미 20~40%의 관세율 하에 완전 개방된 상태”라면서 “타 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폭의 수입 개방을 양보해 온 상태이며 농산물 중 총 생산액의 30%를 차지할 만큼 국내 주요 식량산업으로 발전해 왔다”고 현재의 축산업을 설명했다.

조합장들은 또 “정부가 이같은 축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두고 개방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 한데 성장의 이면에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혁신적인 노력이 있었음을 간과하고 있다”면서 “이를 토대로 축산업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대등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오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축산업이 가뜩이나 악취방지법·등록제 등 환경규제 강화로 국내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으며, 정부가 친환경을 추구해야 향후 축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자연순환형 축산을 권장하면서도 농지에 축사 건립조차 못하게 하는 상황에서 축산물 수입의 빗장을 완전히 풀어 제치면 그동안 축산업을 유지 발전시킨 모든 노력은 헛수고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농업에 대한 이해 부족 속에서 협상을 전개하면 축산업은 또 다시 여타 종목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다급함이 전국 축협조합장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됐다. 이같은 조합장들의 움직임은 그동안 한·미FTA 협상 반대를 주도해 왔던 축산단체들과 자연스런 연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윤상익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장(여주축협 조합장)은 김종훈 수석대표와의 자리에서 “축산물이 농산물 생산액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10대 주요 품목 중 상위 5개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 발전하고 있다”면서 “농업의 대체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종훈 수석대표는 “몇몇 품목에 대해 협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받은 일은 있지만 직접 방문해서 건의문을 전달받은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면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농림부와 품목별로 협의중에 있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표는 “즉시 철폐·5년·10년·15년·기타 등 5단계로 양허안이 작성되는 데 축산인들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미국측은 상원의원 35명이 한·미FTA 협상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완전 개방을 요구할 정도로 축산물 개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이에 대한 정부의 축산업 보호 의지가 뚜렷이 엿보이지 않고 있어 전국 축협 조합장을 비롯한 축산계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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