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오전, 홍성 낙협 사무실은 차분한 은행 영업장 분위기와는 사뭇 달리 직원도 고객들도 다들 서성거리는 모습으로 사무실 분위기는 다소 산만하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합원 20명이 마닐라 해외 연수차 인천공항을 향해 리무진을 타고 막 떠났기 때문에 환송 분위기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탓이란다. 오늘은 조합원가족 중 아주머니들이 출발했다고.
부부동반이면 금상첨화련만 낙농의 특성상 둘 중 한 사람은 집을 지키며 소먹이와 착유작업등 목장경영 공백을 둘 수가 없어서다.
이렇게 홍성낙협은 몇 년 전부터 조합원 농가의 해외 연수를 적극적으로 실시한다.
평생 비행기 한 번 못타본 조합원한테는 이런 기회가 연수에 앞서서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게 할만한 일이 된다.
이 때 모범직원도 1명 인솔자로 따라 보내면 직원은 직원대로 조합원과의 친숙할 기회를 갖게 되고 나름대로 조직을 위하여 일한 보람을 느끼기 마련이다.
“목장한답시고 자기 몸 늙어 가는데 진단 한번 제대로 못하고, 그저 일만하다 돌아가시는 조합원들이 안타까워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추진 했는데 역시 반응이 좋습니다”
근년 들어 조합원 복지문제를 바짝 챙기는 홍성낙농협동조합 이영호 조합장. 이 조합장은 조합원자녀들 영어연수, 조합원 건강검진 , 가축공제 지원 등 복지관련 사업 추진 내용을 죽 들려주며 이런 사업은 다른 곳에서도 확대 실시돼야 한다는 게 자신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 조합장은 홍성지역낙농운동의 선두주자, 좀 과장하면 이지역의 그룬투비라고 할까, 20년 동안 줄 곳 조합장을 연임하면서 홍성군은 물론, 서충남지역의 낙농문제를 두루 챙기는 좌장 역을 하고 있다.
실제로 충남지역 우유관련조합 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이목구비. 누가 봐도 농사꾼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낙농, 협동운동을 이토록 잘 이끌고 있을까. 남다른 친화력과 성실성이 돋보인다는 주위의 평가이다.
이 조합장은 서글서글한 성격이지만 업무는 다부지게 챙긴다. 2004년 서해낙협과 합병할 때 200억 부실을 떠안았지만 지금은 신용, 경제 등 1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운용, 연 6~7억의 조합원 환원사업을 하고도 2억 정도의 당기 순이익을 시현하는 흑자조합으로 다시 되돌려 놨다.
현 조합원수 304명, 이중 실제 납유 농가는 190호. 집유 농가당 연간 300만원 이상의 지도사업비 실제 환원이 이루어진다는 계산이다.
홍성낙협은 예대비율 91.5%에 연체 0.7%’를 자랑한다.
다른 곳의 70% 수준에 비하면 예대비율이 아주 높은 편이다.
연체율이 낮다는 것은 대출 고객을 타이트하게 조인다는 뜻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 조합장은 “그게 아니고 정부의 신용보증제도를 잘 활용하게 유도하고 맞보증 없는 조합원 금융거래로 소위 클린뱅크를 유도 한 덕”이라고 설명한다.
하필이면 이날 홍성낙협은 이사회를 했다.
이 조합장은 객장에 나가서 찾아오는 조합원 이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이런 저런 얘기도 하며 화기한 분위기를 돋구었다.
잠시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여기저기서 핸드폰에 일반전화로 그를 찾는 사람은 많았다. 대충 내용은 음주운전 해결 안 되겠느냐, 낙농 헬퍼 언제 보내느냐, 누구네 결혼식 어찌 할거냐는 등 사람 사는 곳에는 항시 있을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얘기들인데 그는 허허 웃으면서 일일이 대꾸 해주고 메모한다.
“지역 조합장이라는 일이 이렇게 허드렛일 부터 챙겨주며 추진 해 나가는 것”이라고 귀띔 하고 있다. 옆에서 보니 전화한 사람들은 ‘조합장님’ 보다는 호칭이 그저 ‘형님 아우’ 였다.
홍성낙협은 2007년에는 소 가축개량 사업등을 강화 농가 실소득 증대에 역량을 한번 더 결집할 계획이란다.
한미FTA등 다가오는 낙농현실이 그전만 못하고 농업여건이 악화 된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이럴 때 일수록 정부와 농민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것이 이 조합장의 생각.
특히 홍성지역은 충청남도 도청 이전 예정지구로 자칫, 낙농 분위기가 흐트러질 우려도 있지만 이조합장은 이를 일축, 오히려 홍보지구 간척지를 조사료 단지로 개간 하는 등 적극사업으로 이 지역 낙농을 한단계 더 발전 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뉴질랜드 일본 호주등으로 많이 가는 조합원 해외연수와 사이판 북마리아나주와 자매결연으로 추진하는 자녀영어연수, 가족공제지원확대 같은 복지사업은 계속사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홍성낙협의 변함없는 의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