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객몰이에 한창인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각색한 영화 ‘식객(食客)’.

주인공은 대한민국 최고 요리사 ‘대령숙수’의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합에서 패색이 짙다. 그러나 경합의 마지막 관문인 소 정형대회에서 경쟁상대의 소에 근출혈이 발생하면서 다시 한 번 기회를 갖게 된다.

영화 속에서는 반전의 묘미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지만 한육우 농가들과 유통인에게는 묘미는 커녕 참담하기만 현실이다.

# 절절한 사연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해 소의 실핏줄이 터지는 근출혈.

위생에 큰 문제는 없지만 쇠고기의 상품성을 떨어뜨려 소 값 정산시 농가는 시세대로 값을 받지 못한다. 경매 전 발견한 근출혈에 대해서는 농가가 책임을 지며 발생부위와 정도에 따라 20~30개월 넘게 기른 소의 값을 일부 포기해야 한다.

실제 충북 제천·단양축협의 한 한우농가는 육질 2등급 소를 출하, kg당 9600원을 받았다.

당시 시세는 kg당 1만3700원. 출하중량 600kg을 기준으로 이 농가는 총 246만원의 손해를 봤다.

이 정도는 양호하다.

육우의 경우 근출혈 발생율이 더욱 높아 심한 경우 8마리를 출하해 4마리에서 근출혈 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다.

수개월 사료 먹여 키운 소에 근출혈 판정은 농가에게 청천벽력과 같다.

전북지역의 한 육우농가는 “지난해부터 20개월 넘게 기른 소 총 30마리를 공판장에 냈는데 2마리에서 근출혈이 생겨 첫 번째 소는 80~100만원, 지난 추석 때 출하한 소는 발생부위가 적어 60만원 정도를 덜 받았다”며 “실핏줄이 기를 때 생겼는지, 계류하면서 생겼는지, 수송과정에서 생겼는지 알 수 없는 마당에 농가만 책임을 떠안도록 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 얼마나 심각한가

농협 서울축산물공판장에서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 도축된 소는 총 7896마리.

이 가운데 근출혈이 227마리, 근염 15마리 등 총 309마리의 하자육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 309마리에 투입된 20~30개월간의 시간과 사료 등의 비용을 날려버리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경매 이후 발골과정에서 나타나는 근출혈도 상당해 같은 기간동안 약 50마리에서 추가로 근출혈이 발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 값 계산이 끝난 후 나타나는 근출혈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유통인에게 돌아간다.

김욱 농협 서울축산물공판장 경매실장은 “하루 평균 10마리 이상이 하자육 판정을 받으면서 한육우 농가들과 유통인들의 불만과 원성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심지어 ‘폭동직전’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실장은 “전체 도축 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작지도 않다”며 “피해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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