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각 지역본부를 돌며 “농협다운 농협을 만들자”고 강조한다. 대통령 당선인은 농업의 경쟁력제고와 유통개선을 통한 실용적 농축산업을 역설했다.

농협-축협을 포함한-협동조합 얘기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는 돈 장사 신용업무는 줄이고, 대 농민봉사 경제사업을 여하히 늘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즉 농민 조합원에게 얼마만큼 질 높은 서비스로 다가 갈 것이냐는 것이다.

지금 화급한 것은 협동조합 ‘지도과’라는 명칭부터 확 고쳐 ‘농민 서비스과’나 ‘지원 봉사과’로 바꿔야 한다는 거다. 지도과는 일본식 표현의 잔재로 보인다. 순수한 협동정신의 발로는 아니다.
지도한다는 말은 사전적 의미나 어감이 풍기는 뉘앙스로도 다분히 억압적이고 고답적이다. 권위의식이 잔뜩 배어있다. 지도한다, 다스린다는 말은 의미가 거기서 거기다. 개화가 덜되어 문맹률이 높던 시절엔 공무원이 나서서 농민을 다스려 지도했다. 또 선진 농법을 가르쳤다.

그러나 세상이 뒤 바뀐 지 오래다. 생산 유통 모든 면에서 오히려 농업인들이 앞장서 있다. 조합직원은 봉사하고 서비스하면 그뿐이다. 지도할 처지가 아니다. ‘지도’라는 명목으로 몇몇 지도과 간부직원은 으스대며 군림하려든다. ‘못된 강아지 부뚜막에 먼저 오르고 못된 송아지가 엉덩이에 뿔난다”는 격이다,

지난 2년간 충남지역 협동조합 현장을 돌아보면서 불행하게도 이런 못된 지도과 직원들을 확실히 목도했다. 시간이 가면 나아지려나 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이 같은 못된 직원 한 둘이 나중에 소속 장이 감당해 내기 어려운 문제를 일으키거나 단체에 누를 끼쳐 왔다는 사실은 과거사가 교훈이다.
이런 실례들은 몇몇 축협 지도과에서 잦다. 조합의 규모를 마치 자신의 식견과 전문성으로 잘못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다. 협동조합 정신을 되새길 때다. 조합장은 디지털 경영을 위해 노심초사 하는데 지도과 간부는 아날로그 적인 안이한 과거 그 향수에 흠뻑 취해있다면 이건 문제이다.

어느 기관이건 ‘좌총무 우홍보’라 해서 홍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소속 단체장을 밀착 보좌 하는 곳이 홍보부서다. 현재 축협에서는 지도과가 홍보업무를 겸해서 맡는다. 예산도 만만치 않다. 그러한 업무특성을 이용해 교만방자하면 이건 큰일이다.
상당수 농민들은 개방화 국제화의 경쟁을 뚫고 살아남기 위하여 가진 노력과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협동조합에서 아직도 시대에 걸맞지 않은 복무태도로 태만에 익숙한 직원들이 많이 있다면 협동조합의 장래는 보장받을 수 없다.

한국협동조합 종합평점은 세계 4위이다. 이 위상에 걸 맞는 의식과 봉사 자세를 갖고 있는지를 자성해야 할 때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협동조합은 조합원 농민에 봉사할 때 그 존재가치가 있다. 아무리 도시형 조합이라도 지도과 직원이 너무 화려하고 세련된 의상이면 거부감을 느낀다.

양축농가는 상당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의식화되어 있다. 전문성으로 접근하지 못하면 단절의 골은 깊어진다. 나를 낮추는 것은 아름답다. 한국 협동조합사에 우뚝한 봉사정신으로 인구에 회자된 지도자가 없다는 사실이 오늘날 협동조합의 슬픈 현실이다.

<김창동 대전충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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