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오전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경북 영천시 작산동에 위치한 영천 우시장.
장이 채 열리기도 전이지만 부지런한 축산농민과 중개사 5~6명이 연신 내뿜는 담배 연기로 답답한 마음을 달래며 우시장을 찾았다.
30년 이상 소를 키웠다는 이기식(55·경주시 서면)씨는 “미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 발표 이후 매매가격이 턱없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밑지면서까지 소를 팔수가 없어 빈차로 왔다”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 씨는 또 “지금 생산농가의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료값이 워낙 비싸 사료가 소를 잡아먹는데 있다”면서 “계속 오르고 있는 사료비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한편 벼농사처럼 직불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거래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조짐을 보이면서 거래 물량이 대폭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영천 우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개 경력만 30년이 넘는다는 박진복(70·영천시 부안면)씨는 “협상 타결 이전만 해도 보통 암소 10마리와 송아지 60~70마리 정도가 팔렸지만 지금은 나오는 물량은 물론 매매가격 역시 40~60%가량 줄고 있다”면서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축산에 뛰어든 40~50대가 많은 게 지금 농가 현실인데 대출 이자 갚기는 고사하고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문을 연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매물로 나온 암소나 송아지보다 축산농민들이 더 많은 가운데 흥정이 곳곳에서 오갔지만 선뜻 돈을 건네는 손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영천 우시장은 협상 발표 전인 지난 17일 100마리의 물량이 나왔지만 이후 22일 70마리, 이날 25마리가 시장에 나와 물량 감소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날 매매는 절반가량인 임신우 3마리와 송아지 10마리가 팔렸지만 소를 판 주인들은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하재수(58·영천시 대창면)씨는 “기대보다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소를 팔아 속에 천불이 난다”며 “사료값 때문에 2~3개월 더 먹여 팔수도 없고 앞으로 3~4개월 후 지금보다 매매 가격이 더 오른다는 보장도 없어 여유가 없는 농가는 적자를 보면서 소를 팔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장이 다가오면서 삼삼오오 모여 있던 농민들은 불투명한 앞날을 불안해하며 발길을 돌렸다.
이날 우시장을 둘러보며 한우농가들의 어려움을 들은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농가들이 원하는 것을 여야 대표에게 강력히 건의해 정책에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