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②"석기시대"에 머물고 있는 하역체계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가장 좋은 농산물은 다 모인다는 가락시장의 농산물 운반수단은 아직도 손수레이다.
가락시장의 손수레 보유대수는 879대, 전체하역장비중 손수레가 86%를 차지한다.
한쪽에서는 한창 경매가 진행중인 가운데 한쪽에서는 낙찰된 농산물을 손수레에 싣는 작업이 한창이고 손수레가 길목이라도 막고 하차나 상차를 하고 있으면 서로 실랑이가 오고가는게 다반사다.
가락시장에서 하역노조원 종사자수는 1500명. 오히려 최근 몇년간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농산물유통개혁정책을 추진한다고 포장비, 팔래트비 등 물류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본격적으로 지원한 것은 지난 94년부터임을 감안할 때 전혀 정책효과가 없었음에 대한 반증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21개 공영도매시장에서 지불된 하역비용은 총 568억5300만원. 가락동 도매시장만 하더라도 269억700만원의 비용이 지불됐다.
하역체계의 개선을 통해 현재보다 30%가량 하역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관계자들의 견해로 보면 매년 17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 도매시장에서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부 시설채소를 제외하고는 과일류와 채소류 하역비 6~7%인상이 결정돼 부담 주체인 농업인의 부담이 가중됐다
결국 농산물가격은 떨어지고 오히려 하역비는 인상되는 기현상이 매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농수산물공사 관계자는 “가락동 도매시장을 경유해 판매된 농산물의 소비자지불가격 중 57%가량은 유통비용부분에 해당한다”며 “팔레트 출하나 하역기계화 등의 물류개선이 이뤄질 경우 유통비용의 절반까지 줄일수 있고 소비자도 현재의 가격보다 27%가량 낮은 가격에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락시장에서 팔레트출하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것은 지난 96년. 당시 배추출하주들을 중심으로 한 전국농산물유통인연합회에서 배추를 산지에서 포장해 팔레트에 적재한 채로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시범사업을 1년간 실시했으나 결과는 실패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실패이유는 중도매인들을 비롯한 구매자들이 덤이 없어진 포장배추를 선호하지 않아 포장비를 엄청나게 들인 배추가 산물출하된 배추보다 싼 가격에 경락되는 웃지못할 상황이 비일비재 했기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하역노조들의 반발도 큰몫을 했다.
이때문에 당시에는 매년 10%씩 현원의 50%까지 하역노조원들을 줄이고 대신 서울시와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아 명예퇴직을 신청받겠다는 의욕적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결국 시범사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명목하에 가락시장의 하역기계화에 대한 논의는 화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아청과의 이정수 부사장은 “하역기계화가 안되는 요인이 전적으로 하역노조때문이라는 견해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산지에서 포장출하를 확실하게 밀어부칠 수 있는 출하여건이나 인적 여력이 부족하고 팔레트화된 농산물을 우대하는 도매시장 여건이 형성되지 않은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미숙한 도매시장의 여건을 반영하듯 전량 팔레트적재 상태로 출하되고 있는 바나나, 오렌지 등 수입농산물의 경우 기계작업으로 하역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불구 하역비는 여전히 상자당으로 계산되고 있다.
델몬트프로듀스의 강근호사장은 “이미 포장비와 적재비로 상당한 비용을 지불한 바나나가 지게차로 하역되는데 걸리는 시??거의 5분미만인데도 이를 상자당 하역비로 계산하는 대는 질려버릴 지경”이라면서 “단지 바나나가 수입농산물이라는 이유만으로 큰소리를 못치고 있으나 점차 도매시장 출하비중을 줄여나가는 작업중”이라고 귀뜸했다.
국산 농산물의 경우도 일부 품목은 산지에서 돈과 시??들여 팔레타이징을 해오더라도 전체 하주중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목소리가 작을 수 밖에 없어 물류센터로 하나둘 떠나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류기계화 정책에 순응하는 농가를 도매시장이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한국청과 한 관계자는 “이미 가락시장의 취급물량이 적정치 보다 2배이상 많이 거래되고 있는 데다 손수레도 통과하기 힘든 시장구조상 지게차나 전동차 등의 사용은 엄두도 못낸다”며 “하역방식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으나 현재의 시장여건상 정착되기까지는 남아있는 문제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반면 농협양재물류센터의 경우 올해 대형유통업체로 납품실적이 지난 98년보다 17%가량 증가했다.
반입되는 물량의 70%까지 팔레트화가 진행된 상태에 있어 백화점이나 규모화된 소매상들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농협유통은 지난 6월부터 팔레트 출하시 상하차비도 받지 않기로 했다.
김연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