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산림부국론’을 주창하고 앞장서 관철해낸 산림녹화의 실천자
- 산림이 바로 국부 상징, 산림 성쇠= 국가 성쇠
- ''''개량된 품종 조림'''' 설득 임목육종 정부 보조금 따내

현신규 박사는 2001년 4월 5일 제 56회 식목일을 맞아 대한민국 정부가 경기도 광릉의 국립수목원 구내에 있는 산림박물관 옆에 ‘숲의 명예전당’을 만들고 우리나라 산림녹화에 공헌한 사람을 기리 역사에 남기기 위해 그 전당에 모신 두 분 중 한 분입니다. 다른 한 분은 박정희 대통령입니다. 현 박사가 이렇게 모셔진 이유는 단지 한국인 최초의 임학박사여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그분이 일생동안 투철한 천직의식을 지니고 “산림이 바로 국부(國富)의 상징이고 산림의 성쇠가 국가의 성쇠와 병행한다.”는 ‘산림부국론’을 주창하였고 이를 앞장서서 관철해낸 산림녹화의 실천자였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한 대로 현 박사는 임학을 필생의 학문으로 작정한 뒤부터 나무와 숲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를 하면서 우리나라 산림을 푸르게 하려는 실천 의지를 북돋우게 되었습니다. 1936년 규슈제대를 졸업, 귀국 후 서울 청량리 밖 홍릉에 1922년에 설립된 당시 국내 유일의 임업연구기관인 조선총독부 임업시험장에 취직, 국토 녹화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조림과를 지원하였습니다. 그곳에서 그분은 소나무와 산림토양에 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하면서 낙엽송의 식재 적지를 조사하는 한편 영림서 신규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습회에서 산림 토양에 관한 강의를 맡는 등 많은 활동을 하던 중 1943년 공부를 더 계속할 필요를 느끼고 규슈제대 대학원에 진학하였습니다.

1945년 4월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서둘러 귀국한 현 박사는 모교인 수원고농의 조교수로 발령을 받았는데 해방이 되었을 때 한국인 교수는 조백현, 지영린 선생과 현 박사 세분 밖에 없었습니다. 그분은 학교의 재건에 힘쓰는 한편 미 군정청의 요청을 받고 석 달 동안 파견 형식으로 임업시험장장을 맡아 인수 작업을 수행하였습니다. 6·25 전쟁으로 부산에 피난 중 현 박사는 미 국무부 초청으로 1951년 한국의 황폐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한 전문가로 미국을 방문, 2년간 머물면서 추위에 강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리기다’소나무와 생장속도가 빠르고 꼿꼿하게 자라서 재질이 좋은 ‘테다’소나무를 교배하여 수 백 개의 종자를 얻어 가지고 귀국하였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수원으로 복귀하여 그 종자를 묘포에 뿌리고 생장을 관찰하니 예상대로 곧게 빨리 자라면서 추위에도 강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이 찾던 ‘기적의 소나무’가 탄생한 것입니다. 그분은 이 나무를 ‘리기테다’소나무로 명명하고 미국 산림국의 협조로 테다소나무의 종자를 공수해 와서 이미 우리나라에 많이 심어져 있던 리기다소나무와 교배, 신종소나무의 종자를 대량으로 생산하여 전국에 보급하였고 그 공로가 국내외에서 인정되어 64년에 3·1 문화상 기술본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현 박사는 1953년 1월 6일 미국에서 귀국하자 곧바로 부산의 피난국회를 찾아가서 박정근 농림분과위원장에게 “산림복구가 시급하지만 아무 종자나 사용하면 산림이 쇠퇴하게 될 것이니 반드시 개량된 품종으로 조림을 해야 된다”고 설득해서 임목육종을 위한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도록 하였습니다. 이 보조금으로 서울대 농대 구내에 교배 온실이 딸린 실험실을 지었는데 그것이 한국 최초의 ‘임목육종학 연구소’가 되었습니다. 그분은 시간을 요하는 임목육종 연구는 정부 직속의 연구소에서 수행해야 지속적인 예산지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서 1956년 4월 동양 최초의 임목육종분야 연구소인 ‘중앙임업시험장 수원육종지장’을 설립하였습니다. 이 기구는 이듬해인 1957년 농사원이 발족하면서 그 산하로 편입되었고 1963년 그 후신인 농촌진흥청의 제 2대 청장으로 현 박사가 부임하면서 ‘임목육종연구소’로 독립하여 발전을 거듭, 1980년대에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잘 알려진 임목육종연구소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1954년 유럽 임업선진국을 순방하고 귀국한 뒤 현 박사는 ‘산림부국론’을 주창하면서 이태리포플러를 한국의 풍토에 적합하게 개량, 대대적으로 보급하여 한국을 국토를 가장 빠른 시간에 녹화시킨 세계 굴지의 포플러 조림국으로 만든 공로로 1962년 광복절 행사에서 ‘문화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았습니다. 포플러 개량을 위해 현 박사가 시도한 700가지 이상의 교배조합 중에서 포플러의 일종인 수원사시나무와 은백양의 교배종이 경사지인 산지에서 보통 사시나무보다 5배나 생장이 빠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나무가 산지용 개량 포플러 ‘현사시나무’가 되었고 그 공로로 현 박사는 78년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5·16 민족상 학예부 본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앞의 책 제 1~2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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