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우리 음식 조리법을 최초로 근대식 책으로 펴낸 방 신영

방신영(方信榮) 선생과 조자호(趙 慈鎬) 선생은 근대식 우리 음식 조리법을 체계화하여 한식문화를 일반에 전파한 선구자들입니다. 최근 ‘한식 세계화’가 우리 농정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분들의 행적과 공로를 살펴보는 것이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방 선생은 1890년 서울 효제동에서 기독교 신자였던 아버지 방한권과 어머니 최 씨의 둘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그분은 일찍이 신식교육을 받아 1910년 정신여학교를 졸업, 광주의 수피아여학교와 모교인 정신여학교, 경성여자상업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고 1925~1926년 동경영양학교에 2년간 유학하였습니다. 1929년 이화여전에 가사과가 창설되어 조선요리 담당 교수로 부임, 1935년부터 4년간 제 3대 가사과장을 역임하였고 1952년에 정년퇴임하였습니다. 1938년과 1949년에 각각 1년간 일본과 미국을 연수차 유학을 하였으며 평생 독신으로 퇴임 후에는 교회 일에 봉사하다가 1977년에 만 87세로 별세하였습니다. (김영진 지음, FAO 한국협회 발간, ‘농업·식품 고전과 농정고사’, 2010, 327~8쪽, 이화여대 출판부 발간 ‘이화 70년사’, ‘이화 100년사’ 참조)

방 선생은 우리나라 근대 음식 조리학의 선구자로서 1913년에 최초의 우리 음식 조리책인 ‘조선요리제법’을 저술, 간행한 분입니다. 우리말로는 ‘조리’라고 하는 것이 맞지만 일제 치하인 당시에 이미 일반화 되었던 ‘요리’라는 명칭으로 책 제목과 용어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농심음식문화원’의 이종미 원장(전 이화여대 교수, 식품영양학 박사, 한국음식문화 전문가)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1957년에 방 선생은 그 책을 수정·증보, 발간하면서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이라고 제목부터 바로 잡았습니다. 그분이 직접 쓴 머리말을 인용합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지도 어언 46년이 지났다... 그때 애국지사로 곳곳에 학교를 세우시고 지도자 양성에 전력을 기울인 최광옥(崔光玉) 선생이 계시었다. 오랜 동안 감옥생활과 아울러 너무 과로하신 결과 일찍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나에게 큰 충격을 주신 것이 동기가 되어 그날부터 붓을 들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나는 어머니 앞을 떠나지 않고 날마다 정성껏 차근차근 일러주시는 대로 기록해 모은 것이 꽤 많이 되었다. ‘우리 여성 사회에 큰 도움이 되어라.’ 하고 간곡히 일러주시던 선생의 그 뜻을 받아 기어이 책을 내기로 하였으니 그때 내 나이도 어렸고 또 처음 일이라 미숙품이었다.”

최광옥 선생은 아마 방 선생의 어머니 최 씨의 가까운 가족인 듯합니다. 당대에 음식 솜씨가 뛰어났던 어머니의 훌륭한 조리법을 전수받아 방 선생이 17세 때인 1906년에 우리 음식의 재료와 분량, 만드는 법 등을 쉽고 체계적으로 순 우리말로 정리, 초고를 만들고 1911년에 책으로 꾸민 뒤 1913년에 23세의 젊은 나이로 ‘조선요리제법’을 간행하였던 것입니다. 1917년에는 ‘만가필비(萬家必備)의 보감(寶鑑)’이라는 부제를 달아 ‘신문관(新文館)’에서 발행, 장안의 지가를 올린 요새 말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후 30회나 개정 증보를 거듭하였습니다. 1934년에 ‘한성도서’ 발간으로 나온 ‘주부의 동무, 조선요리제법’ 증보 7판(496쪽) 서문에서 당시 이화여전 교장 김활란 박사는 ‘여러 방면에서 고락을 같이 하는 친구이자 존경하는 선배’라고 방 선생을 소개하였습니다. 방 선생은 그 책의 앞 장 별지에다 ‘어머님 령 앞에’라는 제목으로 직접 이렇게 적었습니다. “우리 조선 집집이, 우리 동무 손마다 이 책이 놓여있음은 어머님의 크신 사업이요 크신 선물입니다. 그리하여 이 열매를 어머님 령 앞에 삼가 드리나이다.”

방 선생의 이 책은 지금까지 “한국 요리의 바이블 적 위치를 지키고 있다.”고 일컬어집니다.(이성우 ‘한국요리문화사’ 1985, 35쪽) 이화여전에서 가사과를 창설한 모리스(Harriet Morris) 선생은 서양요리법을 강의하면서 틈틈이 방 선생에게서 우리음식 만드는 법을 배워 1943년 미국에서 이 책을 번역한 ‘한식조리법(Korean Recipes)’을 출판, 우리 음식을 처음으로 세계에 알렸습니다. 방 선생의 언니의 아들인 이석만 선생은 1934년 ‘간편 조선요리제법’과 1935년 ‘신 영양요리법’을 저술하여 영양학의 기초이론을 설명하고 제 철의 식재료를 활용한 매일의 식단표도 제시하였습니다. 1957년에 나온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에 김활란 박사가 쓴 서문의 끝부분을 인용합니다. “우리 여성들은 각 가정에서 아침저녁으로 이 책을 애용할 것입니다. 요리법을 연구하는 학도들은 언제나 그 책상에서 이 책이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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