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방의학적 ''식양 문화'' 전승, 창의적 발전
- 전통 식물성 기름 영양 효과 실험...이학박사 학위
- 면역력, 스트레스 조절 등 전통식품 기능성 연구

이종미(李鍾美) 선생은 한국의 전통음식 문화를 올바로 알리는데 평생을 헌신해온 식품영양학의 대가이자 이 나라 최고의 음식문화 전문가입니다. 그분은 일찍부터 우리 전래음식의 우수성을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기치 아래 널리 알리고자 기계론적 서양문명의 유입으로 맥이 흐려지고 끊어져가는 우리의 대대손손 이어져오던 예방의학적 차원의 ‘식양(食養) 문화’를 전승, 창의적으로 발전시키는 운동을 혼신의 열정으로 전개해 왔습니다. 저는 지난 1998년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 부설 동북아농업개발원장으로 연길에 머무르고 있을 때 그 대학의 객원교수로서 이화여대 연변연구센터 소장을 겸하고 있던 이 선생을 처음 만났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객지생활을 하고 있던 터이라 오래지 않아 서로 친하게 되었고 자주 좋은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기억됩니다. 이후 제가 4년 반의 FAO 필리핀 주재대표 생활을 마치고 2004년 2월에 귀국하여 FAO한국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식품문제에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 이 선생은 다시금 저의 좋은 스승이 되어주었습니다.

이 선생은 1942년 3월 5일 아버지의 직장이 있던 평양에서 태어나서 바로 서울 본가로 돌아와 줄곧 종로구 화동에서 자라났습니다. 집안이 오성부원군 이항복 대감의 후손이라 매일 서울 반가(班家)의 음식을 들었고 외가 어른들이 황해도, 평안도의 감사를 역임한 덕분에 어릴 때부터 평안도 음식을 접할 기회도 많았다고 합니다. 특히 이 선생의 외할머니는 음식 솜씨가 좋기로 인근에서 유명할 정도였습니다. 그분은 이러한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재동초등학교와 숙명여중·고교를 졸업하고 1960년에 이화여대 가정과에 입학하였습니다. 원래는 법대를 지망했었는데 어머니의 만류로 가정과로 진로를 바꾸었다고 합니다.

대학 졸업 후 1964년부터 1970년까지 정신여고에서 가정 과목을 담당하다가 학문의 뜻을 접지 않고 이화여대 대학원에 진학, 1973년에 ‘값싼 단백질 식품이 흰 쥐의 성장 발육조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1986년에 우리 전통 식물성 기름의 영양효과를 실험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 선생은 1975년 3월 청주사범대학교에서 교수생활을 시작, 1977~1982년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1982~1989년 한남대학교 사범대학을 거쳐 1989년 3월부터 2007년 정년퇴임 시까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에서 재직하였습니다.

이 선생은 이화여대에 부임하면서 ‘식생활문화’ 강좌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설한 모교에서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음식에 대해 보고배운 것을 바탕으로 음식문화라는 새로운 분야의 불모지를 개척하였습니다. 곁에서 줄곧 지켜본 후배인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장 전혜경 박사에 의하면 그분은 식생활문화 이외에 ‘한국조리 및 조리원리’와 ‘단체급식’ 등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늘 우리 음식을 알고 조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 우리 음식에 대한 긍지를 불어넣어주었다고 합니다. 또한 음식문화나 조리, 외식 등 어떤 분야로 진출하더라도 우리 전래음식을 기본적으로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제자들에게 반드시 대학원 재학 중에 전공분야에 관계없이 무조건 우리 전래음식과 향토음식의 대가인 강인희 선생이 설립한 ‘한국의 맛 연구회’에서 한국조리법을 배우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부임 이듬해인 1990년 그분 자신이 1년간 이천의 강인희 선생에게 매주 직접 가서 전래음식 만드는 법을 배워올 정도로 대단한 열정을 보였습니다.

이 선생은 1976년 ‘유치원 아동의 영양섭취실태와 발육에 관한 연구’로 한국영양학회의 제 1회 학술상을 수상한 이래 굴젓, 해삼 내장젓, 전통강정, 증편, 통배추 절임김치, 노치, 육수, 녹차 보리죽, 깻잎 장아찌, 뽕잎 부각, 톳, 감태, 어육장, 청육장 등 전통음식의 표준화와 개발 및 조리법에 따른 품질특성과 생리활성에 관한 탁월한 논문들을 발표하여 2002년 과학기술총연합회 우수학술논문상과 2004년 한국식생활문화학회 학술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김치와 같은 전통식품의 면역능력과 스트레스 조절능력 등 기능성에 관한 연구와 참취, 참나물 등 산채를 이용한 식품에 관한 연구는 그분의 독창성을 잘 보여준 사례들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선생은 2004년 우리 음식문화 연구의 원로인 장지현 선생을 모시고 전래음식의 맥을 잇는 연구회를 조직하여 ‘농심(주) 음식문화원장’으로 활동 중인 오늘날까지 음식관련 고서를 통해 한국 식품사 및 조리사에 대한 연구를 왕성하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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