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살처분 매몰방식의 구제역 사후처리는 회복할 수 없는 축산업의 위축과 함께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어 사전에 백신접종 여부, 살처분 범위 결정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Decision tree)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 가축질병은 차단방역이 중요한 만큼 ‘축산농가 차단방역정기점검제’ 도입, ‘축산농가 고유번호제’ 도입, 방역위생훈련원 설립 등을 통해 상시적으로 질병발생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소재 플라자호텔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정길생) 주최로 열린 ‘국가가축방역시스템의 재정립’ 주제의 한림과학기술포럼에 참석한 산·학·연 전문가들은 이번 구제역을 통해 국내 가축방역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봉균 서울대 교수는 ‘대한민국 가축방역시스템이 가야할 방향’ 주제발표를 통해 “대만의 축산이 붕괴된 것은 단순히 구제역때문이 아니라 살처분 이후 안정적인 수급이이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의 바이어가 떠났기 때문”이라며 “우리 역시 32% 가량 살처분된 돼지의 경우 회생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이처럼 산업을 붕괴시키는 살처분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박 교수는 ‘축산인 방역위생훈련원’을 설립해 축산현장에 고용되는 외국인의 방역교육을 담당토록 하고 ‘축산농가 차단방역정기점검제’와 ‘가축이동증명제’, ‘축산농가 고유번호제’ 등을 도입해 선제적이고 지속적으로 방역체계를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재홍 서울대 교수는 “현재 구제역 확산과 관련해 백신접종 시기 및 살처분 매몰 처분 지연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백신접종이나 살처분 결정 등은 고도의 정책적 행위지만 상당부분 의사결정 구조가 사전에 만들어져 있어야 하며, 특수한 여건이 아니라면 조기 의사결경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농가들의 차단방역의 허술함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유용 서울대 교수는 ‘가축방역 관점에서 본 한국축산의 현실’ 주제발표에서 “차단방역의 이론보다는 엄격한 실천이 중요하다”며 “울타리, 출하대의 설치와 사료 및 출하차량의 차단, 샤워실 설치와 샤워의 의무화, 차단방역시설 설치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축산현장에서의 가축방역현실’이란 주제로 발표한 최준표 JP솔루션 대표이사는 “직접 2008년부너 2010년까지 목장의 방역관리를 지도한 결과 동·하계 구분없이 기본적인 차량방역기도 가동치 않고 있으며 출입자 발판소독조에 대해선 알지도 못할 정도로 방역에 대한 관리가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최 대표는 “축산농가의 교육 프로그램을 기술위주의 교육보다는 방역위주로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축산 현장의 수의사들도 안전한 축산물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으로 역할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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