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680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각종 시설을 현대화하기로 했으나 여전히 소프트웨어부분에서는 개선될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후화되고, 불편한 시설을 개선할 경우 이용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락시장 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가락시장의 시설현대화사업은 저비용 고효율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고, 물류시설을 확충해 유통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도매시장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친환경, 안전, 안심 시설 및 시스템 도입으로 먹거리 안전 및 웰빙을 도모하고, 노후화된 시설 개선 및 현대화로 공공시설의 안전도 및 환경 개선 등을 도모할 계획이다.
다시 말해서 유통, 물류, 녹색문화 등을 조화시켜 활력 있고, 경쟁력 있는 시장으로 개발해 미래형 도매시장으로 만들겠다는 게 이번 시설현대화사업의 근본 목적이다. 10개의 도매법인과 2000여명의 중도매인 등 총 2만 여명이 일평균 7869톤의 청과, 수산, 축산부류 등을 취급하는 아시아 최대의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개장 26년 만에 완전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대형유통업체 등 새로운 농산물유통시장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주장이다. 껍데기만 바꾸는 하드웨어의 변화만으로는 가락시장을 발전시키는데 한계가 있고, 공사기간 동안 불편함을 느끼는 시장 이용자가 다른 유통채널로 옮겨갈 우려마저 내포하고 있다. 특히 한번 빠져나간 시장이용자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신규 이용자에 비해 열배의 수고를 들여야 한다.

기존 시장 이용자들을 계속해서 고객으로 붙잡아 두는 한편 신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달 24일 본지가 개최한 ‘도매시장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한 중 국제심포지엄’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참석한 농산물유통 전문가들은 가락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가락시장에 반입되는 농산물의 절대량을 늘려야 한다고 밝히고, 다양한 전략들을 제안했다.

농업인들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단순한 원물만을 취급할 게 아니라 장류, 절임류 등 가공식품의 취급을 확대하고, 필요할 경우 농산물의 규모화에도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아울러 가락시장 이용 고객에게도 제품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나아가 가공식품은 물론 공산품까지도 구입할 수 있도록 편리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에 더해서 농업인들이 가져오는 농산물을 유통하는 식의 소극적인 영업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대형유통업체 등 신유통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이제 앉아서 장사하던 시대는 끝났다. 가락시장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직접 현장에 뛰어드는 적극성을 가져야 대형유통업체와의 수급경쟁, 판매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2018년 시설현대화사업이 마무리되면 가락시장은 첨단시설로 농축산물의 안전성을 검사해 믿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을 공급할 수 있고, 친환경 저탄소 녹색성장 시설로 새로운 명소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가락시장의 현대화된 시설에 걸맞는 내용들이 함께 담겨야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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