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적으로 동물유전자원에 대한 주권확립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각국의 주권 주장과 국익 확보를 위한 무한경쟁이 한창이다.

특히 생물다양성협약을 비롯해 세계식량농업기구(FAO), 나고야의정서 등 유전자원과 관련한 국제정세가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국가의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시대적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동물유전자원 주권확보를 위한 수집·복원·보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전북 남원에 위치한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시험장이 바로 그곳이다. 유전자원의 정액을 동결보존할 수 있는 최신 장비를 비롯해 연구실, 가축들을 위한 넓은 초지 등 동물유전자원 연구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자랑하는 가축유전자원시험장의 각 실별 업무와 연구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 전국 방방곡곡에 숨은 보물찾기가 중요한 임무-가축유전자원 관리·평가 연구실

먼저 가축유전자원 관리·평가 연구실은 ‘농수산생명자원의 보존·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보존가치가 있는 가축유전자원을 수집·보존, 관리, 특성평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유전자원으로 보존하고 있는 재래가축이 악성 질병 등으로 멸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 지자체에 지정해 운영중인 축산연구기관과 대학 등에 중복·분산보존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알려지지 않은 토종 재래가축을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 도서지역까지 마다않고 다니며 우리나라 고유의 재래가축 유전자원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최성복 가축유전자원 관리·평가연구실장은 “토종 재래가축 유전자원을 수집하기 위해 육지뿐 만 아니라 섬까지 모두 다닌다”며 “우리가 하는 임무 중 재래가축 유전자원 수집은 매우 중요한 임무이며 마치 어릴 적 소풍의 단골 놀이였던 보물찾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또한 찾은 보물, 즉 신규 재래가축 유전자원을 국제기구에 등재하는 일과 재래가축 유전자원의 생물학적 특성평가, 효율적인 보존·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 찾은 보물을 보존하고 더욱 빛나게 만들죠-유전자원 보존·이용 연구실

유전자원보존·이용연구실은 유전자원으로서 수정란과 정자의 동결 보존기술과 인공수정, 수정란 생산 및 이식에 관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소의 경우 인공수정은 동결정자를 활용해 실시하고, 수정란 이식연구를 위해 수정란 동결보존을 동시에 연구하고 있다.

특히 아직 동결방법이 확립되지 않은 품종에 관한 연구를 실시하고 있는데 닭의 경우 동결정자를 이용해 약 67%의 수정율을 확인했고 부화율은 95%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

또한 한우에서 모색이 희귀한 칡소와 흑우, 백우를 연구소재로 이용해 유전자원의 증식 방법으로 수정란 이식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동결 수정란을 이식한 결과 약 70% 이상의 수태성공율을 보였다.

박수봉 유전자원 보존·이용 연구실장은 “보물을 찾는 것이 우선이지만 찾은 보물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면서 “토종 재래가축 유전자원을 잘 보존하고 이를 증식시키기 위한 연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각종 악성 질병에 대한 연구와 질병발생상황 등을 분석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 국내 유일 흑염소와 사슴연구조직-기타가축연구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흑염소와 사슴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연구조직인 기타가축연구실은 그 어느 연구실보다 파급효과가 크고 뚜렷한 차별성을 가진 곳이라 할 수 있다.

기타가축연구실에서는 염소와 사슴의 유전자원 관리와 개량, 번식, 사양관리 기술개발 등 전반에 걸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흑염소와 사슴을 연구하는 국가기관으로서 역할에 걸맞게 흑염소와 사슴 사육농가의 애로사항을 과제로 채택해 영농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것이 주요 업무다.

흑염소는 1995년부터 유전자원을 수집해 현재 장수, 당진, 통영 한국재래흑염소 3계통을 유지 보존하고 있고, 사슴도 꽃사슴, 레드디어 및 엘크 3품종을 20년 넘게 보존해오고 있다.

여기에 흑염소와 사슴의 성장단계별 적정 사료급여 체계 연구와 농산부산물사료 적정 급여체계에 대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윤세형 기타가축연구실장은 “앞으로도 많은 가능성을 가진 두 가축의 효율적 사양관리와 생산체계 확립 등을 위한 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소비자와 축산농가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 김동훈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시험장장

“동물유전자원 확보는 앞으로 식량부족과 국익확보에 매우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주권확보를 위한 과학적 근거마련을 위해 국가차원의 연구와 수집, 보존 등의 노력이 수반 돼야 합니다. 또한 아직 발굴되지 않은 고유 재래가축의 유전자원 발굴에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재래가축법’을 제정코자하며 현재 농식품부와 조율중입니다.”

‘동물유전자원 주권 확립은 축산업의 미래’라고 자신하는 김동훈 장장이 건넨 첫인사였다. 그는 동물유전자원의 중요성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했다.

“앞으로 있을 악성 질병과 기후변화 등에 대비해 동물유전자원 보존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토종 재래가축유전자원을 다양하게 확보해 국제기구에 등재함으로써 국익확보뿐만 아니라 식량자원 확보에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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