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계는 법률에 따라 마을어장 면허에서 우선권을 부여받는 등 혜택을 받고 있지만 실질적인 관리감독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어촌계는 비법인 사회단체로 자율성을 중시여기는 터라 정부 입장에서는 어촌계의 정관 등에 대해 제재를 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많은 어촌계가 폐쇄적으로 운영된다 해도 법률적인 규제방안을 마련하기 어렵다. 또한 어장성이 좋거나 어업보상이 제공되는 어촌계에 대해 일각에서는 ‘신규 계원을 받지 않기 위해 정관을 만들고 총회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어촌계 총회에서 가입을 승인하는데 기득권자인 기존 계원들이 공동수익의 분배가 줄어드는 것을 꺼려해 가입을 거부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 방침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면 가입시키라는 것이지만 정부가 강제로 신규계원을 안받을 경우 행정처분을 내리는 등의 방법은 어촌계의 기본 취지와 맞지 않다”고 밝혔다.

(上) 관리감독 손 떠난 어촌계
(中) 지위 승계, 도시에 살아도 어촌계원
(下) 어촌계, ‘참여’와 ‘개방’ 중심으로 변모해야

# 도시거주민이 어촌계원?

어촌계의 폐쇄성을 가장 쉽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도시거주민이 어촌계원으로 버젓이 등록이 된 경우다.

실제로 등록된 어촌계 중 상당수에서 어업인 부모가 사망한 후 그 자녀가 어촌계원의 지위를 승계, 도시에 거주하고 어업에 종사하지도 않으면서 어촌계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사례를 종종 찾을 수 있다.

반면 새로 어촌계에 가입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어촌계 가입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이는 일부 어촌계가 20년을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어촌계원의 자격을 부여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마을어장 어업권에 대한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어촌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행 법률은 어업권을 매매하거나 임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데 일부 어촌계는 ‘어업권’의 가치도 현금으로 산정, 심할 경우 5000만~6000만원의 현금을 납입해야 계원가입이 가능한 곳도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한 전문가는 “농촌쪽은 귀농귀촌이 활성화 됐지만 수산부문에서 귀어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바로 공유수면을 이용하는 수산업의 특성과 생업으로 삼을 수 있는 면허어업이나 허가어업을 받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며 “어촌계가 비법인 사단으로 자율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제 수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라도 어촌계원의 정비가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 계원 자격 상실 규정은 없어

현재 어촌계는 가입을 위한 규정이 매우 어려운 것과 달리 기존 계원이 계원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계원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어촌계라는 조직은 자연발생적인 부락에서 생긴 어업인의 자율적인 협동조직으로 어촌계의 가입이나 탈퇴 등이 마을자치법의 일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원들의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실질적으로 면허를 받은 마을 어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사람들과 어업을 할 의지가 없는 사람들도 어촌계원으로 마을어장 수익금의 일부를 배당받는 일도 허다하다.

즉, 한번 계원이 된다면 어촌계의 사업에 참여를 하든 안하든 계원의 지위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반면 기존에 어촌계원이 아닌 사람은 어업만으로 생업을 이어가고 마을 사업에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한다 해도 아무런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어촌계원의 자격문제는 어촌의 노령화 문제 뿐만 아니라 어촌지역의 노동력 문제도 일으키고 있다”며 “특히 전국 대부분의 어촌계가 어촌계원의 자격 상실에 관한 규정이 없거나 있다해도 거의 운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촌계가 어업인을 위해 조직되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규정부터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어민이 수산정책사업에서 배제

어촌계가 폐쇄적으로 운영되다보니 어촌현장에서 어업을 경영하는 어민들이 정부의 주요 정책사업에서 배제되는 일도 생기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어촌계가 해당 마을의 어업인을 대표하는 대표조직인 만큼 어촌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어촌계원이 아닌 어업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어촌마을에서 사업을 실시하려고 해도 해당 마을 주민들은 찬성하지만 주민이 아닌 어촌계원들의 반대로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어촌계는 계원이 50여명이지만 실제로 어업을 하고 있는 계원이 20명 정도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어촌계를 대상으로 수산물 판매장을 건립, 어업을 하는 어민들이 오히려 배제됐다.

이같은 상황은 어촌사회가 고령화 될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어촌계를 개방하려는 제도적인 개선과 함께 실질적인 어업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어촌계장은 “어촌계가 폐쇄적인 구조를 이어오면서 정부 정책사업이 어업을 하는 어민들을 지원하는게 아니라 엉뚱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어촌계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어촌계원으로 어업에 종사하려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어촌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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