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정책과 현실과의 ‘괴리’ 상당…어촌 폐쇄성에 접근조차 힘들어
멘토링 사업기간 15일에 불과
어업숙련도 제고 턱 없이 부족
기성어업인과 소통과정도 문제
청년어업인과의 공동체의식 키워 나가야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어가인구의 고령화와 감소로 청년들의 귀어‧귀촌 촉진과 진입장벽 완화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귀어가구가 전년대비 22.5% 줄어든 555가구, 귀어인구는 22% 줄어든 585명으로 줄어들며 귀어인 유입촉진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제도개선 등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이에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 11일 세계어촌대회의 협력세션으로 전국의 청년 어업인 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청년어업인 원탁회의’를 개최, 청년어업인들이 겪는 귀어초기의 어려움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원탁회의에서 제시된 주요 사항들을 청년어업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쟁점별로 살펴본다.

■ 귀어‧귀촌 정책자금의 문제점은

- 기약없이 지연되는 대출 집행

- 공모‧지원사업 정보 부족에 신청도 못해

△주택자금으로 집을 마련시 연면적 150㎡를 초과해서는 안된다는 요건이 있어 어촌에서는 사실상 쓰기가 어렵다. 작은 집만 사라는 것인데 주거공간뿐만 아니라 창고 등도 필요해 이 규정대로라면 집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판매까지 직접 하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한데 150㎡라는 규정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거주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서만 주택자금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어 주택자금 사용이 더욱 어렵다.

△까다로운 기준으로 어업인 후계자를 선정했지만 정책자금을 대출받을 때 대상자를 죄인취급하는 언행이 불쾌하다. 정책자금을 신청하는데 수협에서 자금을 떼먹으려 드는 사람처럼 취급했다. 정책자금에 대한 수협의 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

△어업인 후계자로 선정돼도 정책자금을 사용하기 어렵다. 배, 부동산 등 담보를 갖춰야 후계자 자금을 받을 수 있다. 맨손어업인임에도 후계자자금을 받기 위해 필요도 없는 배를 사서 조건을 갖췄으나 정책자금은 받기 어려웠고 결국 배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 팔았다.

△어업인후계자와 귀어‧귀촌정책자금의 조건이 다른 데다 대출시행이 기약없이 지연돼 귀어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귀어를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대출집행이 2~3개월 내에 이뤄지도록 하거나 대출이 가능한 시점을 정확히 안내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책자금 신청금액과 승인금액의 차이가 크다. 후계자 자금 대출시 사업 승인 후 필요한 금액을 은행에 신청하는데 당초 신청금액은 5000만 원이었으나 실제 승인된 금액은 2400만 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갑자기 대출액이 줄어들게 되면 어려움이 크다.

△정부의 지원사업에 대해 알기가 어렵다. 공모사업이나 지원사업에 관한 정보를 구하기 어려우니 지원을 하지 못하고 절차에 대해서도 몰라 정책사업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낮다.

 

 

■ 어촌 정착시 어려움은

- 폐쇄성‧주소지 문제로 가입조차 어려운 어촌계

- 빈집 많다지만 살 수 있는 집은 없어

△어촌계 가입시 신규가입자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나고자란 동네였지만 주소지를 이전한 적이 있다면 어촌계를 가입하기 위해 거주기간 문제로 활동기간이 늘어나는 불편함이 있다.

△귀어인이 어촌계원이 되려면 바닷가에 거주해야하는데 청년들의 경우 돈이 없어서 어촌계 구역 내에 집을 사는 것이 어렵다. 집을 구하지 못하거나 자리를 잡지 못해 현실적으로 귀어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귀어인으로 8년간 어업을 해도 어촌계원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계속 어업에 종사하고 있어도 어촌계가 위치한 마을에 살지 않으면 어촌계에서 자동으로 탈퇴처리가 된다.

△청년어업인들이 지원사업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크레인 지원사업에 10년째 신청했으나 한번도 선정된 적이 없는데 지원을 이미 받았던 곳이 또 지원을 받아 크레인이 보통 2개씩 있다. 지원사업의 일부는 청년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청년층에게 할당을 하는 제도가 마련, 지원사업이 형평성 있게 배분되도록 보장됐으면 한다.

△어촌공동체로 지급되는 지원금이나 수익금 등은 회원수가 많아질 경우 개인별로 배분되는 금액이 적어지기에 회원수를 제한하고 신규회원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신규회원(귀어인)들이 조업질서를 어지럽힌다고만 하니 정착이 어렵다.

△청년들은 어촌사회내에서는 기성세대로부터 배제를 당하는 반면 외부인의 시각에서는 어촌계의 일원이라고 인식된다. 해루질을 하는 사람들이 젊은 어업인들을 어촌계의 일원으로 보고 비난하지만 정작 어촌계에서는 외부인이니 스스로 헤쳐나가는 수밖에 없다.

△집을 구할 때 빈집은 많지만 정작 임차가 가능한 집이 적고 온라인에서도 빈집과 관련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귀어를 할 때 주거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기에 임차할 수 있는 집에 대한 정보나 빈집 등에 대한 정보가 자주 업데이트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성 어업인과의 소통이 어렵다. 기성어업인들은 오랫동안 해온 방식을 고수하는데 청년들이 하려는 새로운 방식과 충돌이 생길때가 종종 있다. 그리고 기존의 어촌주민들은 청년들을 곧 떠나갈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마음을 잘 열지 않는다. 청년들이 마을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하면서 공동체의식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 어업 기술습득과 어업환경의 문제점은

- 짧은 교육‧멘토링으로는 어업 정착 어려워

- 성공모델 제시해 수산업‧어촌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확산시켜야

△귀어인이 돈을 벌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기술이다. 어업에 대한 기술이나 노하우는 사실상 아무도 안가르쳐주기에 몸이 힘들기만 하다. 어선어업시 어업을 하는 포인트도 중요하지만 어업을 하는 방법 역시 중요하다.

△귀어학교 이후 멘토링 사업은 기간이 보통 15일 정도로 짧아 어업에 대한 숙련도를 높이기 어렵다. 멘토링도 현업에 종사하는 어업인이 아닌 퇴직공무원이 하는 경우도 있어 기술을 전수 받는 것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귀어학교의 실습기간을 늘리고 멘토링 기간도 늘린다면 어촌사회에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해루질를 둘러싼 갈등이 심각하다. ‘불법 해루질’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어업으로 생계를 하는 어업인의 권리가 침해된다. 호주의 사례처럼 레저인들은 면허를 발급하고 채포량과 채포가능 시간, 채포 도구, 채포 크기 등을 한정해 단순 레저로만 즐길 수 있도록 해야한다.

△물가는 오르지만 수산물의 산지가격은 그대로다. 생계비와 어업에 소요되는 비용이 늘어나는 반면 수취가격은 제자리걸음이니 해가 갈수록 어려움이 가중되는 구조다. 수협은 어업인을 위한 일보다는 금융에만 집중하니 수산물 가격하락, 경쟁심화, 산지유통인들의 횡포, 가격 덤핑 등으로 어려움이 심화된다.

△수산물과 어업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이 좋지 않고 산업자체가 청년들에게 친화적이지도 않다. 미디어에서 계속 어업이 힘들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이는 청년들이 수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청년들이 수산업‧어촌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어업분야가 가지고 있는 성공가능성을 적극 알려야 한다. 또한 청년들에 대한 지원제도를 개선, 성공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집중지원해줬으면 한다.

■ 현장에서 정책사업이 악용되는 사례는

- 정책사업 시행되면 가격 치솟아 예산 낭비

- 어업하는 청년들에 혜택 가도록 관리감독 강화해야

△수산자원공단의 어선청년임대사업이 시작되면서 선박임차료가 이유없이 인상됐다. 선박에 대한 현장실사를 비롯해 적정임차료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한다. 특히 수산자원공단에서 어선을 직접 매입해 청년어업인들에게 임차한다면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 보조사업으로 장비 등을 구매할 경우 단가가 높아진다. 똑같은 구명조끼인데 개인적으로 구매하면 10만 원인데 보조사업을 하게 되면 30만원에 판매한다. 자부담이 적다고 해도 보조사업이라는 이유로 가격 차가 지나치게 큰 것은 불합리하다.

△가업을 잇는 것처럼 이름이 올라있지만 정작 어업을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기준과 조건을 명확히 해 어업을 영위하는 청년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관리를 강화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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