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계가 드러내고 있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규제에 나서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어촌계는 오랫동안 마을어장 등을 직접 관리해온 주체로 공유수면의 준사유화가 고착됐기 때문이다.

특히 어촌계가 어촌의 기초조직으로 제 기능을 지켜나가면서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난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上) 관리감독 손 떠난 어촌계
(中) 지위 승계, 도시에 살아도 어촌계원이 된다
(下) 어촌계, ‘참여’와 ‘개방’ 중심으로 변모해야

# 어촌계, 열린 조직 지향해야

어촌계의 문제점으로 어촌계의 폐쇄성과 함께 어촌에 거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어촌계원들이 오랫동안 일궈온 마을어장에서 자신의 이익만 찾으려는 이른바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 행태가 함께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어장성이 뛰어나거나 어업보상 등이 걸려 있는 어촌계는 총회에서 신규어촌계원의 심사과정에서 공동수익의 분배문제 등으로 가입을 거부하는 사례가 종종 일어나고 있는데 비해 어장성이 떨어지고 정주여건이 좋지 못한 어촌계는 가입하려는 사람이 전혀 없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촌계가 지역주민들의 공동체로 ‘열린 조직’을 지향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충분한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동시에 어장성이 좋은 주요 어촌계들이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도록 일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성애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선임연구위원은 “마을자치를 위한 조직에 일률적인 규제나 개혁의 칼을 꺼내 드는 것은 자칫하면 오랫동안 유지돼온 마을공동체를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며 “어촌계의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가 널리 확산돼있는 만큼 정부에서 인센티브와 규제방안을 적절히 활용, 어촌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정곤 KMI 선임연구위원도 “현재 어촌계 가입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어업권이나 고정자산에 대해서도 돈을 내도록 해 어촌계 가입에 필요한 금액이 너무 많은데다 총회에 너무 많은 재량권이 부여됐다는 것”이라며 “특히 어촌계가 정한 일정 기준이상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 한정해 총회의 재량권을 제약한다면 폐쇄성 문제를 일정 부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공동체 복원의 시작은 ‘참여’

어장관리를 위한 마을 자치조직으로 어촌계의 기능을 살릴 수 있으면 다른 무엇보다 어촌계원이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어촌계의 상당수는 70세 이상의 고령 어업인들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심한 경우 60~80%에 해당하는 계원이 고령인터라 제대로 된 조업을 할 수 없는 어촌계도 있다.

특히 어촌계원의 고령화가 심각할수록 마을어장을 임대하고 임대료 수익을 어촌계원끼리 분배하려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어촌현장의 목소리다.

이 때문에 공동체 복원을 위해서라도 어촌계 사업 참여를 중심으로 하는 어촌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진 어촌계로 손꼽히는 백미리 어촌계의 경우 어촌계원으로 가입하는 것은 어촌계의 현금 자산 1/n에 해당하는 금액만 납부하고 백미리에 집만 있다면 계원자격으로 가입이 가능한 반면 기존 어촌계원이 어촌계의 일에 비협조적이고 참석을 안할 경우 1차년도 때 경고, 경고 이후에도 어촌계 사업에 참여를 안할 경우 준계원으로 지위가 강등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실질적으로 마을 주민들이 어촌계 사업에 참여, 계원들의 수익이 많아지고 체험마을 사업도 원활하게 운영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김호연 백미리 어촌계장은 “어촌계가 마을자치조직인만큼 각 마을마다 있는 마을자치를 존중하되 철저하게 어촌계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어촌계가 꾸려져야 한다고 본다”며 “어촌계가 주민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고 있을때 마을 공동체가 복원되고 어촌 활성화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어촌계장 교육 강화돼야

수산업계의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어촌계의 개선이 해묵은 과제라는 점을 지적, 단순히 제도적인 규제나 지원 뿐만 아니라 어촌계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인적자원에 대한 교육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어촌계장의 선출이 아무런 자격요건을 두지 않고 선거를 통해서만 이뤄지다보니 대표자 선출의 민주성은 확보할 수 있으나 운영의 민주성이나 투명성, 효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최성애 선임연구위원은 “어촌계장은 마을어장이나 어촌계 사업을 기획하고 꾸려나가야하는 자리이지만 사실상 아무런 교육이 없이 선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하며 “어촌계장의 임기 중 새로운 어촌계장을 선출해 어촌계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수협이나 KMI 해양아카데미 등에서도 어촌계장에 대한 교육을 강화, 인적자원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연 계장도 “어촌계가 수행하는 사업은 일정한 가이드라인 아래에서 일률된 형태로 진행되는게 아닌터라 어촌계장의 역량에 따라 어촌계의 수익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며 “어촌계 사업의 효율적 운영과 투명성 확보, 마을어장 관리 등 어촌계 전반에 대한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어촌계장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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