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작물보호제, 비료, 종자, 축산기자재 등 농축산기자재산업은 농축산업을 지원하는 후방산업이며 필수 기간산업으로 기초적인 요소 생산분야이다. 농축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농축산기자재산업은 그동안 농업성장과 함께 나름대로 성장을 해 왔지만 전반적인 농업성장 정체와 농가소득 및 농업취업자 수의 감소, 외국 농자재 유입 증가 등은 농축산자재 산업의 발전과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농축산업이 없는 농축산기자재산업은 생각할 수 없으며, 역으로 농축산기자재산업 없는 농축산업 역시 상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속가능한 농축산업과 농축산기자재산업의 발전을 위한 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 주]

# 농업기계

농기계산업은 농업기계화를 통한 농업·농촌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첨단 농업으로의 전환 등에 대응하는 등 농가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 농기계산업은 생산업체들의 경영적자 문제와 수입 농기계의 국내 시장점유율 확대 등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나라 농기계산업의 특징과 당면문제는 무엇이고 농기계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방안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연구보고서 ‘농림업 후방관련산업 전략과 발전방안’을 통해 농기계산업의 우호적 요인으로 △세계농기계시장의 지속적인 성장 △국내 농기계 수출확대 추세 △정부의 지속적 정책자금 지원 등을 들었다. 또한 비우호적 요소로 △세계 대기업의 진입장벽 강화 △국내 내수시장 성장의 한계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수준 △농업성장정체와 소득 감소 △농협의 수요자 독점현상 등을 꼽았다.

그렇다면 농기계산업의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지향적인 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해법은 어디에서 찾아야할까.

강창용 박사는 우선 해외시장의 확대와 국내시장의 안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강 박사는 “트랙터, 콤바인 등 주력 농기계는 물론 방제기, 건조기 등 중소농기계 생산업체들 역시 국내시장에서 해외시장으로 경영의 중심을 이동해야 한다”며 “이는 기업 내 외부조직과 연구 등 모든 역량을 수출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또한 “국내 시장을 잃고는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수요자인 농업인의 니즈를 충족하고 차별성 있는 정책의 강화를 요구했다. 강 박사는 “농기계업체들은 농기계의 품질과 성능을 개선함과 동시에 가격 인상은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업체별로 농업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는 연구개발의 집중화, 연구개발의 내용과 방법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 필요성을 피력했다.

강 박사는 “이와 더불어 전방 농기계부품 기업과의 공생 정책을 통해 동반성장을 이뤄야 한다”며 “앞으로는 기초기술개발은 부품업체에서 이뤄질 여지가 많아졌으며 동시에 우량부품업체들의 이탈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 작물보호제

국내 작물보호제 시장은 2조 4000억원 규모로 매년 조금씩 줄고 있다. 이는 친환경농산물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작물보호제를 살포한 일반 농산물이 소비지에서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작물보호제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90% 이상의 농산물은 작물보호제를 살포한 일반 농산물로 생산된다. 2012년 고위험성 작물보호제는 등록이 폐기 되는 등 시장에서 퇴출돼 작물보호제에 대한 안전성은 확보됐고 잔류농약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허용됐으며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상황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작물보호제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불신을 타파하기 위해서 관련 업계는 보다 많은 소비지 홍보와 함께 농가들도 사용 기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이와 함께 산업적 측면에서 국내 작물보호제 수출은 미약한 실정이며 특히 원제 개발은 중국, 인도 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만큼 신물질 개발이 시급하다. 원제 개발은 막대한 비용은 물론 시간과의 싸움이다. 또한 신물질이 개발된다 해도 상품화를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기에는 확률이 2만분의 1, 3만분의 1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국내 작물보호제 제조회사들은 신물질 개발을 꺼리고 있다. 대개 글로벌 기업들은 신물질을 개발함에 있어 3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상품화에 성공할 경우 막대한 이윤이 발생한다. 글로벌 회사는 수 십년간 투자해 뛰어난 기초 과학기술도 지니고 있고 우수한 연구진도 포진돼 있으나 국내 기업들의 사정은 녹록치 않다.

따라서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등 국가 차원에서 정밀화학산업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손을 놓고 있다가는 원제 수입비용이 작물보호제 가격을 결정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개발된 신물질은 작물보호제 뿐만 아니라 의약품, 화장품 등의 소재가 될 수 있으므로 경제적 가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 채소종자

봄철 한파를 비롯해 가뭄, 큰 일교차 등 기상이변이 속출됨에 따라 농작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종자 선택의 중요성은 날로 부각되지만 올해는 배추, 무, 양파 등 대부분의 농산물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농가들이 선뜻 값비싼 종자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가격이 보다 저렴한 군소업체 종자 구매가 이어져 올 채소 종자시장은 2000억 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고품질 농산물 생산의 첫 걸음은 바로 우수한 종자 선택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문할 사람이 없다.

참외, 수박 등 봄 과일의 출하시기가 빨라짐에 따라 저온기에 강한 종자가 개발되고 있으며 배추, 고추 등은 기능성을 가미한 종자가 출시되고 있다. 이는 재배 농가들이 차별화된 시장을 독자적으로 창출할 수 있도록 종자회사도 육종을 통해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농가들이 종자 선택에 있어 재배 안전성, 수량성, 노동력 절감 등 3박자를 요구함에 따라 이를 최대한 반영한 육종이 진행돼야 한다.

따라서 봄 무는 추대안전성과 위황병 내병성에 대한 품종 개발이 요구되며 가을 무는 기온 상승으로 인해 내한성이 더 강하고 맛이 우수한 품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배추는 봄·여름 배추의 경우 석회결핍과 깨씨무늬증상 등의 생리장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므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품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가을·겨울배추는 내한성이 강한 종자를 농가들이 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채소 종자시장인 고추는 역병을 비롯해 탄저병, 흰가루병 등에 강한 복합 내병성 품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과 크기가 크고 매운 맛이 강한 품종을 선호하고 있다. 토마토는 완숙계의 경우 수량성과 저장성이 강해야 하며 방울은 열과가 적고 식감이 좋은 TYLCV(토마토황화잎마름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 품종이 선호된다.

재배시기가 고온기와 저온기로 나눠지는 오이는 고온기의 경우 내한성이 강하고 흰가루병에 대한 저항성을 지닌 품종이 선호되며 고온기 오이는 노균병과 바이러스에 강한 품종을 농가들이 선호한다.

따라서 국내 종자회사는 농가들의 요구하는 사항을 면밀히 체크해 육종에 담아내야 인기 품종, 장수 품종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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