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부문은 여전히 생산중심 정책 일변도다.

해양수산부의 주요정책 역시 대부분 생산과 관련한 규제 및 진흥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수협 회원조합들 역시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길거리만 지나가도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오늘날, 수산업의 정책방향은 어디로 가야할까?

■수산정책의 현황과 문제점

소비자의 지갑은 무거우면서도 가볍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가방을 손쉽게 사는가 하면 단돈 몇 만원 짜리 상품도 꼼꼼히 따지면서 구매하기도 한다.

종잡을 수 없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여는 것에 생산자들의 미래가 있지만 수산부문은 여전히 부가가치가 낮은 생산부문의 프레임에 갇혀있다.

# UR, 시장변화의 시작

수산부문에서 시장의 본격적 변화는 우루과이라운드(UR)와 의무상장제도의 폐지에서 촉발됐다.

UR로 시장이 개방, 공급량이 많아지기 시작하자 판매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가 됐고 90년대 중반 이뤄진 의무상장제의 폐지로 어업인들도 보다 나은 가격을 위해 ‘생산이후’를 고민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수산물의 가격 역시 변동이 생겼다.

수입수산물이 국내 시장에 풀리면서 국내산 수산물의 풍흉에 따라서 움직이던 가격은 어획량이 줄어도 가격의 상승세가 둔화됐고 어획량이 늘어도 하락세가 둔화됐다.

수산물 수입업체가 국내 공급량과 전체적인 수요량을 감안해 수입량을 조절해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이 급변한 것과 달리 수산부문의 정책은 2014년까지 생산부문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출범하며 ‘유통가공과’가 생겼지만 이 역시 유통구조나 거래제도를 개선하는 수준에서 머무를 뿐 사회전체의 편익을 고려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식생활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의 식생활 패턴이 육식위주로 많이 변화했지만 수산물과 관련한 식생활 교육은 해수부, 수협, 생산자 단체까지 모두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수산물의 현재 소비자뿐만 아니라 미래 소비자들을 위한 사업도 없는 셈이다.

# 해수부, 소비관련 정책사업 ‘1’건에 불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GNP(1인당 국민총소득)는 2만6205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해수부의 수산정책은 여전히 생산부문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올 한해 해수부의 수산부문 예산을 살펴보면 ‘수산물의 소비’와 관련된 직접적인 사업은 ‘수산업 가치 및 소비촉진’으로 책정된 1개 사업에 27억6500만원이 전부다.

수산물 소비촉진사업은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 따라 시행하는 사업으로 수산부문의 행사 지원 예산을 제외한 실질적인 소비관련사업은 19억6500만원에 그친 실정이다.

물론 수산물 비축사업이나 수산물 이력제 운영이나 검사기능 강화, FPC(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 설립 등 소비자의 편익에 기여하는 사업들은 일부 있으나 이같은 정책도 ‘소비자 중심’이 아니라 국내 생산자들을 보호하거나 유통구조 개선에 포커스를 맞춘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수산물 이력제 사업은 지금 유명무실한 상황인데다 소비자들의 알권리보다는 수입수산물에 대응해 국내산 수산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뤄지고 있으며 예산이나 사업의 범위 역시 협소하다.

FPC사업은 비교적 많은 예산이 투입되지만 유통구조개선이 주목적이고 수산물 품질관리원에서 이뤄지는 각종 검사도 수산물의 안전성 담보를 위한 최소한의 선에서 이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소비과학정책관실을 두고 농축산물의 소비자와 소비자의 식생활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 소비 트렌드 조사 안돼

수산부문의 정책담당자들은 최근 들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수산정책을 위한 기초정보인 시장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태진 해수부 수산정책관은 “수산물의 가공 부문은 관련 업체의 영세성으로 인한 한계와 기술적 한계 등으로 빠른 속도의 발전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수부에서도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애로가 많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기존에 생산을 중심으로 두던 패러다임에서 이제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춘 수산식품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서 고등어, 갈치 등 대중성 어종을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는 주로 수급에 관한 조사로 소비자들의 선호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공업체가 소비자에 맞춘 새로운 상품개발
도 쉽지 않다.

웰빙이나 고령화 등 단어로 이뤄진 소비 선호도 변화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이 수산물의 기피하는 이유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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