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식품의 위생·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수단으로 어획후 관리가 주목받고 있다.
1980년 이후 농업부문에서 ‘수확후 관리’라는 개념으로 도입된 후 기술이 보편화됐고 최근 들어서는 수산식품의 위생·안전성을 차별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어획후 관리가 도입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수협중앙회는 경매이후단계부터 선도와 위생을 철저히 관리한 ‘안심고등어’를 출시하는가 하면 한림수협은 지난해 9월 참조기 경매시 기초적인 수준의 어획후 관리를 도입한 경매를 실시하고 곧 준공될 FPC(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에서도 위생·청결·부가가치제고 등을 위한 어획후 관리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또한 각 유통업체 역시 저마다의 어획후 관리를 도입, 선도관리나 품질관리체계를 내세운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 수산물 유통, 여전히 과거에 산다
최근 식품위생 및 안전과 관련한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종편채널의 한 TV프로그램은 위생적으로 취급되지 않거나 안전하지 않은 식품이나 요식업체 등을 추적보도 하고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 불거진 대장균 시리얼 논란이나 유리파편이 들어간 스파게티 소스 등은 연일 SNS에서 회자되며 ‘안전하고 깨끗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수산물은 소비자들에게 당당할 수 있을 만큼 깨끗하고 안전할까?
현재 국내 수산물 유통업계의 관행을 미뤄보면 대답은 ‘아니오’다.
대표적인 산지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조차 여전히 바닥에 깔아둔 채 경매를 하고 있으며 시장 종사자들은 거리낌 없이 수산물들을 발로 툭툭차댄다.
양륙과정에서 한차례 시멘트바닥에 깔렸던 수산물들은 경매를 위해 나무상자위에 가지런히 정돈된 다음 경매가 끝나면 이내 다시한번 바닥에 깔아놓고 시장종사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선별한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국내 최대의 수산물 산지시장의 상황이 아직 이렇다보니 다른 지역은 말할 필요도 없는 셈이다.
스마트폰 하나면 전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2015년. 산지 시장은 여전히 ‘과거’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 어획후 관리가 ‘경쟁력’
동시다발적으로 체결되는 각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에서 국내산 수산물이 차별화될 수 있는 강점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중국의 경우 지리적 인접성과 낮은 생산비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동남아 국가의 틸라피아나 노르웨이의 연어나 고등어 등은 높은 생산성과 위생·안전성이 보장된 수산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연어는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 낮은 가격 등으로 이미 여성과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이제는 CJ 등 식품대기업이 캔 연어까지 출시, 국내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산 수산물은 품질경쟁력을 확보가 시급하지만 지금의 생산·유통시스템으로는 경쟁력확보가 요원한 터라 국내산 수산물의 경쟁력확보 방안의 하나로 철저한 어획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획 이후의 품질관리를 통해 국내산 수산물의 위생·안전성을 제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산 수산물이 수입수산물에 비해 강점을 갖는 부분을 점진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어획후 관리가 제대로 된 수산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획후 관리가 국내산 수산물간 경쟁에서도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어획후 관리, 왜 필요한가
수산식품에 있어 어획후 관리는 위생·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념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수산물의 비위생적인 위판과정이나 처리과정 등이 언론이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주기적으로 질타를 받으며 대형유통업체에서는 차별화된 위생개념을 도입한 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어획후 관리 역시 소비자의 위생·안전성에 관한 눈높이에 맞춘 상품공급 등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위생·안전성 제고는 어획후 관리가 불러올 긍정적 효과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된 수산물의 감모율은 적게는 30%, 많게는 50% 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연근해어업 총 생산량은 약 105만톤 수준이라는 점을 미뤄볼 때 연간 30만~50만톤 가량의 수산물이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수산물의 소비량이 증가하는 반면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답보 내지 감소상태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정된 수산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필요성은 날이 갈수록 중요시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측면에서도 ‘감모율 저감’을 위한 수산물 어획후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박윤문 안동대 교수는 “농업부문에서는 1980년대 후반에 ‘수확후 관리’의 개념을 도입한 후 30%가 넘던 감모율은 15% 수준으로 개선됐고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만 3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산부문 역시 어획후 관리를 통해 품질과 위생·안전성을 제고하면서 높은 감모율로 인한 불필요한 손실까지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기자명 김동호
- 입력 2015.01.14 10:00
- 수정 2015.06.2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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