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산자원급감에도 자원황폐화 소비습관 ''여전''
- 선진국, 지속가능 수산물 관심↑…국내 식문화 개선 필요
국내 수산자원이 줄어가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일환으로 해양수산부는 정부직권감척까지 포함한 연근해어선 구조개선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감척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어획강도가 높은 어선들에 대한 감척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자원남획형 어업에 대해 직권감척을 추진하려해도 어업인들의 강한 반발과 저항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구 국가에서는 자원관리형 수산업이 실현될 수 있도록 소비자들에 의한 수산물 생산 통제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上> 바다가 비어간다
下> 소비가 바뀌어야 남획이 줄어든다
# 텅빈 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바다는 텅 비어가고 있다.
1980년 137만톤에 달했던 국내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등락을 반복하며 점차 줄어 지난해에는 104만톤 수준까지 줄었다.
이같은 추세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수산자원의 47%는 이미 어획의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28%는 남획되고 있거나 고갈상태에 있다.
영국의 환경저널리스트인 찰스 클로버는 2013년 출간된 ‘텅빈바다-남획으로 파괴된 해양생태계와 생선의 종말’이라는 저서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산자원이 감소하고 있으며, 어업선진국들은 후진국의 바다까지 어족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찰스 클로버는 그의 저서에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추산으로는 전세계 어획량의 1/3에 이르는 2900만톤이 뱃전으로 투기된다”며 “누군가 혹은 어떤 것이 먹는 단백질은 바다에서 어획한 1억400만톤의 20%도 되지 않으며, 이것은 또한 매년 파괴되는 해양생물 전체의 10% 정도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수산자원량과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수산자원이 가진 공유재적 특성에서 기인하고 있다.
공유재의 성격을 지닌 수산자원은 어업인간 경쟁적인 조업으로 규제위반 유인이 상존하는 반면 우리 정부의 어업 감시·감독체계는 미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규제를 하기에는 비용이 과도하게 들어가며 어업인들의 강한 반발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 수산물 ‘소비통제’ 강화 추세
수산자원이 급감하며 전 세계적으로 수산물 소비에 대한 시민사회의 통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과 자연보존을 위한 국제기구인 Untilever는 1997년 수산자원의 관리강화를 위한 해양관리위원회(MSC)를 발족, 이후 MSC표준이라는 수산물 인증을 시행에 들어갔다.
MSC인증은 인증을 받은 수산물이 지속가능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생산됐음을 인증하는 국제표준으로 자리잡았으며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유통기업인 월마트가 2011년부터 MSC인증상품만 취급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월마트 계열의 영국내 유통브랜드인 ASDA도 이를 따르기로 결정했다.
또한 대형유통업체인 Edeka는 100% MSC표준이 적용된 인증제품만 취급하며 또다른 유통업체 Lidl도 MSC인증상품의 취급을 확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은 초등학교에서 MSC인증수산물을 급식하기로 결정한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맥도널드는 2011년 10월 유럽시장에 MSC인증 수산물을 원료로 한 피쉬버거를 출시하는 등 외식업체의 MSC수산물 이용도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이온(Aeon)이 2010년 지속가능한 수산물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MSC와 공동캠페인을 추진했으며 일본 생협은 지속가능성 추구와 어업관리 촉진을 위해 MSC표준 인증수산물만 공급하는 원칙을 정했다.
# 세꼬시·알배기, 자원관리에 ‘최악’
전 세계적으로 수산물 소비통제를 통한 남획방지 노력은 강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바다를 황폐화하는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세꼬시와 알배기는 수산자원 황폐화를 부추기는 ‘최악의’ 소비습관으로 손꼽히고 있다.
치어 내지 미성어를 뼈째 썰어서 먹는 세꼬시 문화의 영향으로 어업인들이 채 자라지도 못한 크기의 어류들을 어획해도 판매가 가능해 미성어 혼획비율은 항상 높게 유지되고 있다.
또한 알배기 선호로 대변되는 알 선호문화는 수산자원량의 급감에 일조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자원량이 급감, 가격이 급등한 조기는 산란기인 3~4월경에 어획된 알배기가 연중 최고 가격을 기록하며 알배기 조기로 만든 굴비 역시 최상품으로 분류된다.
흔하디흔했던 주꾸미는 3~4월에 알을 밴 채로 잡거나 10월경 채 크지 못한 어린 새끼들을 포획하다보니 주꾸미 씨가 마르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조 노가리를 선호하는 문화로 인해 국내 연안에서 명태는 거의 생산되지 않고 있다.
더욱 문제는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이 수산자원 황폐화를 부추기는 것을 알면서도 수산업계는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부연구위원은 “뼈째먹는 자연산 세꼬시와 알배기는 수산자원관리에 가장 나쁜 식습관”이라며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해서는 생산단계에서 정부의 규제와 어업인들의 자율적인 자원관리 노력뿐만 아니라 바다를 황폐하게 만드는 식문화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기자명 김동호
- 입력 2015.03.24 13:10
- 수정 2015.06.1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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