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재투자 ''절실''
- 국제규범적용시 국내업계 구조조정 불가피 ''전망''
- 통신사규정 현실반영…취득절차 간소화 필요

해양수산부가 안전법규를 위반한 원양어선에 대해 정부지원까지 배제한다고 밝히면서 원양어선원 수급문제가 원양업계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해수부는 승선인원 규정을 준수하지 않거나 자격미달의 해기사를 승선시킨 181척의 원양어선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는 한편 위반 시 정책자금 전액을 회수하고 조업쿼터를 몰수할 예정이라고 원양선사 측에 통보했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에 원양업계에서는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원양어업 인력수급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규제만 강화될 경우 중소 원양선사의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양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로부터 원양어선원 수급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들어본다.

上-줄어가는 내국인 원양어선원
下-원양어업 구조조정 불가피

# 내국인 선원↓ 고령화율↑

원양어업 인력수급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선원고용복지센터에서 조사한 한국선원통계연보다.

통계에 따르면 1990년 5475명에 달하던 원양어업 종사 해기사는 2013년 12월 말 기준 1392명으로 빠르게 감소했으며 1990년 1만6463명이던 부원은 513명으로 줄었다.

반면 1992년 외국인 선원이 도입된 이후 외국인 선원의 수가 서서히 증가, 2013년 말 기준으로 4000여명이 승선하고 있다.

또한 1990년 5.9% 수준이던 50세 이상 해기사의 비율은 2013년 말 47.3%까지 높아졌으며 1990년 4.0%였던 50세 이상 부원의 비율은 2013년 말 58.5%까지 높아졌다.

원양어업은 특성상 높은 노동강도와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60세가 넘어가면 사실상 근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년 이내에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해기사의 절반가량이 근무를 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반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어선원 해기사 양성과정은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운영하는 단기양성과정에서 주로 공급되고 있으며 이들 인력의 수는 3급 25명, 5급 72명으로 100명 수준이다.

그나마도 해기사 양성 지정학교에서 교육을 이수한 사람의 경우 승선 이외의 목적으로 자격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으며 양성된 해기사중 승선을 희망하는 해기사도 어선보다 근무환경이 양호한 상선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8면에서 계속

# 재투자 꺼려한 원양선사 책임 커

원양업계가 인력난에 시달리게 된 것은 제도나 국내 여건 변화의 영향도 있지만 원양어업의 융성기에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면서도 재투자를 꺼려온 원양선사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와 오룡호 침몰사고가 아니더라도 원양선사로 하여금 필수인원을 반드시 승선토록 하는 것은 해사안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기 때문이다.

또한 원양선사들은 경제성장 등으로 국민의 삶의 질이 빠르게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원양어선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조건을 충분히 개선하지 않았고 어선의 신조나 어선원의 복지공간 확보 등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어장확보의 불확실성 등 장기투자가 쉽지 않다는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충분한 수익을 내온 원양선사들이 재투자할 여력이 전혀 없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양어업이 직면한 문제는 우리 정부의 규제 강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EU 등 서방국가들이 제기한 IUU(불법·비보고·비규제)어업 문제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반열에 접어들고 있지만 원양업계의 현실은 개발도상국에 머무르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미국이나 EU등 서구국가에서 IUU어업과 관련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동시에 우리 원양어선들이 IMO(국제해사기구)의 규정 적용에 따른 필수승선인원 확대, ILO(국제노동기구)의 어선원 노동관련 규정을 지키도록 종용할 경우 원양업계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수산업계의 전문가는 “원양어선원은 30~40년 된 노후어선에서 휴게공간, 샤워시설 등 기본적인 복지공간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해야하는데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른 2015년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근무를 하려들겠나”라며 “최근 이뤄지는 일련의 규제강화에 원양선사들이 불만을 표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원양어업 융성기에 장기적 계획에 따른 재투자 등을 하지 못해 발생한 인력문제는 결국 원양선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원양어업은 개도국형 산업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들이 선도하는 국제적인 규제강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국내 원양어업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인력문제는 그 흐름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사례로 앞으로 IMO, ILO 등의 규정까지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재투자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 통신사 규정, 현실과 동떨어져

현행 법률은 일정 규모 이상의 선박은 반드시 통신사가 승선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정작 선박에 승선하는 통신사를 양성할 수 있는 기관은 존재하지 않으며, 필수 승선인원의 여건도 맞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박직원법 시행령 22조의 2에 따르면 500톤 이상 어선은 선박의 종류에 따라 3급 통신사나 2급 통신사가 필요하며, 500톤 미만의 어선은 4급 통신사 또는 3급 통신사가 필요하다.

또한 선장·항해사·기관장·기관사·운항장 또는 운항사는 무선 설비가 2중으로 설치되고 육상정비체제가 갖춰진 선박에서 전파전자급 3급 통신사 이상의 면허가 있는 사람은 통신장, 직무수행에 필요한 승무자격을 갖춘 사람은 통신사로 겸직이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원양어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500톤 미만의 원양어선들은 ROC(해상무선통신사) 1명, GOC(전파전자통신기능사) 2명이 반드시 승선해야하나 원양어선에 승선하는 간부선원의 구조를 보면 쉽지 않다.

500톤 미만 어선의 경우 간부급 선원은 선장과 1항사, 기관장이 있는데 간부급 선원 모두가 통신관련 자격을 취득한 가운데 겸직을 해야만 하며 겸직을 한다하더라도 통상 갑판아래에 있는 기관장이 그 자격을 취득하는 것은 현실상 맞지 않다.

기존의 인력들이 통신사 자격을 취득하는 절차 역시 녹록지 않다.

통신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선 무선자격실기시험에 합격하고 1개월 후 선박직원법에 따른 면접과 일반교육일정을 수료해야 정식면허발급이 가능하지만 원양어선의 간부가 통신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개월간 우리나라에 머무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원양업계의 전언이다.

해수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181척의 원양어선도 상당수가 통신사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최근 해기사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은 반드시 통신사 자격을 취득해야하지만 원양업계에 신규로 유입되는 인력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치선망 등 근무여건이 좋은 일부 어선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통신사 인력은 기존 인력 풀에서 해결해야한다.

원양선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유입되는 신규인력은 수산고등학교를 나와 병역특례목적으로 승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부만 원양어선에 승선을 희망한다”며 “그나마도 참치선망어선처럼 규모화된 어선에 승선하려고 할 뿐 참치연승어선처럼 오래되고 큰 수익이 되지 않는 배는 아무도 타려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원양산업협회 관계자는 “규정에 맞춰 간부선원에게 통신사를 겸직토록 하려해도 40대 이상의 선원들이 자격을 취득하기에는 시험이 너무 어렵고 절차 역시 현실에 맞지 않다”며 “기존의 원양어선 간부선원들이 통신업무를 수행해 온 만큼 이들에 대해 한시적인 특례로 간단한 절차를 통해 자격 취득이 가능토록 하는 동시에 현재 복잡한 통신자격 취득절차를 간소화시켜 짧은 기간 내에 취득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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