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주인의식 '미약' 하향식 조직 폐해 '여전'…'자율성·책임성'확보해야

▲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을 비롯한 수협중앙회 임직원들이 지난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수협 사업구조개편이 수협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라는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협동조합의 기본적인 가치는 ‘자율’과 ‘자조’이지만 우리나라 여건에서 협동조합의 기본적 가치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생산자들의 협동조합을 생산자들이 스스로 조직하지 않다보니 조합원의 주인의식이 미약하고 고령의 어업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수협을 관공서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협동조합 개혁이 자율성과 책임성에 보다 많은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는 주장은 수협이 어업인들의 자율적인 결사체로 거듭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이 수협 측의 입장이다.
 
(1) 정부와 국회의 수협법 개정안, 어떻게 다른가
(2) 협동조합은 자율적 결사체
(3)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통제 가능해야
(4) 협동조합 개혁, 길을 묻다

  # “대표자의 권한 역시 어업인들의 선택”
  수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을 골자로 한 수협법 개정안에서 국회와 정부의 입장이 나뉘는  이슈 중 하나는 수협중앙회장의 연임문제와 권한 문제, 일정 이상 자산규모인 조합 조합장의 비상임화 문제다.
  수협중앙회장의 연임을 제한하고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의 정부발 협동조합개혁방향은 김우남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제주을)이 수협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논란이 점화가 됐다.
  김 의원의 수협법 개정안 발의 이후 열린 해양수산부 및 수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은 수협 사업구조개편은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취지의 질의를 통해 대표자의 권한이나 임기문제 등은 법률로 규정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질의 내용의 골자는 대표자인 중앙회장이나 조합장의 임기, 권한 등은 법률로 규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어업인들의 뜻을 모아 정관에서 규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 ‘정부은행’ 아닌 ‘어업인의 은행’돼야
  수협은행의 대표이사 추천권은 중앙회장과 조합장 등 대표자의 임기 및 권한문제와 별개로 ‘공적자금’이라는 변수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정부가 발의한 수협법 개정안에는 수협 대표이사 추천위원을 선정하는데 정부가 중심이 되도록 했으나 김 의원이 발의한 수협법 개정안에는 수협은행은 어업인을 위해 봉사해야할 조직인 만큼 수협은행 대표이사의 추천 역시 수협이 중심이 되도록 했다. 
  이는 과거 수협은행 대표이사가 어업인들의 요구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수협중앙회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수협은행은 2000년대 초반 공적자금 투입이후 대표이사에 재정당국이나 예금보험공사 측의 관료출신 ‘낙하산’이 부임, 수협은행을 이끌어 왔다. 
  10년 넘게 반복된 관료출신 낙하산의 부임으로 수협은행 대표이사에 대한 수협중앙회의 시선은 차갑다.
  관료출신의 대표이사는 어업인들을 위한 수협은행이 되는 것보다 수치위주의 단기적인 실적에 의존하는 행태가 이어져 왔으며 영업현장을 모르는 CEO가 수익성을 제고하는데도 한계를 보여 왔다는 것이 수협중앙회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일선 수협조합장과 수협중앙회가 중심이 돼 영업력과 합리적인 관리능력을 갖춘 신용사업 대표이사를 선임, 공적자금을 상환하고 어업인을 위한 수협은행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수협에서 나오고 있다.

  # 하향식 조직 한계 벗어나야
  수협중앙회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하는 주장의 근거로는 수협조직의 태생이 어업인에 의한 자조조직이 아닌 정부에서 하향식 협동조합 육성으로 발생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권위주의 정부에 의해 하향식으로 협동조합들이 육성되다보니 어업인들의 의견이 수협중앙회나 일선수협의 의사결정에서 제대로 반영된 적이 없게 됐고 이는 곧 수협의 이익과 조합원의 이익이 무관하다는 왜곡된 인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수협법 개정에서마저 수협중앙회와 회원조합의 대표자와 그 권한을 결정하는 문제가 정관이 아닌 정부를 비롯한 외부에 의해 추진될 경우 조합원의 자율적인 결사체인 협동조합을 ‘협동조합답게’운영하는 길은 요원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수협의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일선 수협이 진정한 어업인들의 자조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관자치주의라는 협동조합 기본원칙에 따라 수협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해나가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 ‘지원’은 받고 ‘감독’은 거부
  어업인의 자율적 결사체로 대표자의 선출, 협동조합의 운영 등에 있어 광범위한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이지만 정부로부터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받으면서 감독을 거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IMF(국제통화기금) 금융구제로 촉발된 경제위기에서 수협중앙회를 비롯한 일선수협들은 정부로부터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아 왔다.
  이미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이 수협은행에 투입됐으며 일선수협의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 1300억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뿐만 아니라 내년으로 예정된 사업구조개편에서 추가로 5500억원이 투입될 경우 내년 설립되는 수협은행의 자본금 2조원 중 수협중앙회가 보유하는 자산은 3500억원에 불과하다.
  즉 국민의 세금을 관리해야할 정부로서는 수협문제에 개입할 명분이 분명해진 것이다.
  또한 상호금융사업이라는 일선 수협이 누리는 ‘특혜’도 문제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는 농어촌에 성행하던 고리의 사채 문제를 해소하고 농어촌개발에 국가재정 투입을 최소화하기위해 정부주도로 조직된 협동조합들에 상호금융업을 허용했다. 정부가 정책적인 목적으로 허용했다하더라도 현재 관점에서 일선조합들의 상호금융사업은 금산분리라는 기본적인 원칙에도 어긋나는 특혜로 해석될 수 있다.
  정책적인 배려도 여전하다. 조합운영에 있어 조합원의 거버넌스가 전무한 상황에서도 면세유를 비롯한 어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이 수협을 통해 집행, 조합원을 묶어놓는 끈이 되는가 하면 어업인 지원예산의 상당액이 수협에 지급되고 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협동조합의 자율성은 강화해야하지만 현재 협동조합 구조에서 정부의 관리감독을 벗어나긴 힘들다”며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정적인 문제에서부터 정부로부터 독립되기 위한 자구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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