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경영분리‥책임경영체제 구축해야

- 이사회 중심지배구조로 '자율성'도 확보해야
수협의 개혁에서 협동조합으로 수협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은 지배구조의 문제와 맞닿아있다.
과거 협동조합의 지배구조는 일선수협과 중앙회 모두 대표자인 조합장이나 중앙회장의 권한이 큰 1인지배체제로 ‘제왕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될 정도였기 때문이다.
특히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인데다 이사회 역시 업무집행에 대한 감독기능이 취약한 구조에서 정부와 전문가들의 해법은 흔히 말하는 ‘힘빼기’였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수협의 문제점과 개혁방안에 대해 짚어본다.

(1) 정부와 국회의 수협법 개정안, 어떻게 다른가
(2) 협동조합은 자율적 결사체
(3)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통제 가능해야
(4) 협동조합 개혁, 길을 묻다

# 조합원과 괴리된 수협
수협은 표면적으로 조합원들이 자율과 자조, 협동에 기반한 자율적인 결사체이지만 일선 수협이나 중앙회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은 조합원의 뜻이 아니라 조합장이나 중앙회장의 의지에 따라 추진된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수협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핵심에는 조합원의 지지로 선출된 조합장과 조합장의 지지로 선출된 중앙회장이 조합원으로부터 괴리돼 있다는 모순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공식석상에서는 일선수협과 수협중앙회는 수협이 어업인들의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수협이나 수협중앙회의 운영에 있어서는 조합원이나 회원조합을 ‘통제’내지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볼 뿐 그들을 주인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치활동 역시 지지부진하다.
수협을 평가하는 기준에 어업인들의 자치활동이 없는데다 어업인의 자치가 강해질 경우 조합장의 권한은 축소될 수 밖에 없어 자치활동을 확대하는 데 소극적이다.
특히 일선 조합장들은 조합장선거에서 유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지역의 유능한 어촌계장을 견제하기 위해 일선수협이 계통조직이자 조합원의 자치조직인 어촌계를 견제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인 자정작용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국회나 정부 등에 의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일선 조합과 수협중앙회가 조합원을 위한 자율적인 결사체가 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정부의 지적이다.

# 지배구조 개편이 ‘핵심’
수협이 조합원과 괴리된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배구조를 개선, 조합원에 의한 통제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2010년 3월 가결된 수협법에 따라 수협중앙회장은 비상임회장으로 전환되고 각 사업부문 대표이사들이 수협중앙회 경영에 책임을 지는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하지만 중앙회장이 비상임 회장임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실질적으로 중앙회를 지배하게 되면서 책임은 줄어든 반면 권한은 집중된 제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권한의 집중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이유로 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고 각 사업부문의 업무를 총괄하는 기능을 부여하게 될 경우 다시 ‘제왕적 중앙회장’에 따른 폐해가 반복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집행임원들을 감시해야할 사외이사도 암묵적으로 집행업무권을 가진 회장의 영향력 아래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충분한 감시감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키 위해서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원칙으로 각각의 기능을 전문화하고 전문경영인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동의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궁극적인 개혁방향이 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 세금으로 설립하는 ‘수협의’ 은행
수협은행 대표이사 추천권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은 수협은행을 설립하기 위한 자본금의 대부분이 정부에서 나왔다는 데 있다.
수협은행은 2013년 12월 국내 시중은행들에 바젤Ⅲ금융규제와 IFRS(국제회계기준) 등을 도입할 당시 자본금 확충문제 등으로 관련 규제의 도입을 2016년 12월까지 유예해 놓은 상황이다.
바젤Ⅲ금융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보통주 비율을 최소자본규제 기준 4.5%, 완충자본을 포함해 9.5%를 충족시켜야하는데 지난해 말 기준 수협을 제외한 국내 16개 시중은행의 보통주비율 평균은 10.83%다.
이를 충족키 위해서는 기존에 투입된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출자로 전환하는 것 외에도 9000억원 가량의 추가 자본금이 필요한데, 내년도 예산안에는 수협은행의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 중 5500억원의 차입금을 이차보전하고 수협중앙회는 3500억원을 마련하게 된다.
즉, 내년에 설립이 예정된 수협은행의 자본금의 대부분이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터라 국민의 세금으로 만드는 ‘수협의’ 은행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이는 곧 투입된 정부예산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정부입장에서 수협은행의 경영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 ‘조합원’ 아닌 ‘정부’에 의한 통제 우려
정부가 추진하는 협동조합 개혁방안이 경영과 소유를 분리해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인 통제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자치역량이 담보되지 않은 채 추진되는 사업구조개편은 수협을 공공기관처럼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정부가 조직구성이나 인사추천위원회의 구성에도 직접 개입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감사위원회와 조합감사위원회의 통합문제다.
정부는 수협법 개정안에서 수협은행이 분리될 경우 수협중앙회 감사위원회의 업무가 크게 줄어드는 만큼 수협 조감위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감사위원회로 통합토록 했다.
정부안에서는 조합원이 직접 결정해야할 조직구성의 문제를 정부의 입맛대로 결정,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감사위원장 선임을 위한 인사추천위원회도 수협측이 2명, 정부관계자 3명 등 총 5명으로 구성토록해 조합원에 의한 통제가 아니라 정부가 협동조합을 직접 통제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게 수협조합장들의 지적이다.
사업구조개편을 위한 자본금 차입에서도 불만은 터져나온다.
협동조합 수익센터의 역할을 해야 할 수협은행이 제 기능을 포기하면서까지 미처리 결손금을 줄여왔고 앞으로도 기존에 협의한 스케줄대로 공적자금을 상환하려하는데 정부가 수협중앙회에 투입된 공적자금으로 수협을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한 수협 조합장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협동조합 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만 바꾼다고 조합원에 의한 통제가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하며 “이제까지 수협이 강조했던 ‘자율성’도 조합장이나 중앙회장들에 대한 정부규제로부터의 자율성이지 조합원 자치를 의미하는 자율성은 아닐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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