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법, 산업발전 도모보단 규제만 '한가득'

- 선사 통제 한계에도 불구하고 경미한 위반도 강한 처벌

- 해수부, 원양산업 발전은 국제사회 규제 지키는 가운데 이뤄져야  

최근 들어 원양산업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되며 원양업계에서는 원양산업발전법(이하 원산법)이 오히려 원양산업의 숨통을 죄는 원양산업규제법이 됐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IUU(불법·비보고·비규제)어업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EU 등 선진국에 비해서 처벌이 강하고 경미한 위반행위도 중벌을 내리도록 하고 있어 불만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원양어업 규제와 관련한 정부와 업계의 입장을 들어봤다.

  # 규제 강화된 원산법
  원산법 1조는 '이 법은 해양생물자원의 합리적인 보존·관리 및 개발·이용과 국제협력 촉진을 통해 원양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법률은 총칙에서부터 원양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법의 목적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법 제정 취지와 달리 규제만 대폭 강화되고 실질적인 발전 대책수립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EU로부터 IUU어업 예비 비협력국으로 지정됐을 당시 국회와 정부, 원양업계는 IUU어업국으로 지정되는 것이 최악의 상황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한 규제조항을 담은 원산법 개정안을 지난해 1월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원산법이 규정하고 있는 IUU어업 예방과 관련한 규제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개년도 평균 도매가격을 기준으로 한 수산물 가액의 5배 또는 5억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금액 중 더 높은 금액에 상당하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해수부는 사법적인 처벌 외에도 불법어업시 어획쿼터를 삭감하거나 항만국 검색 강화 등 각종 규제조치 등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 “경미한 위반에도 과도한 처벌 불가피”
  정부의 규제조항이 강해지며 원양업계에서는 법률의 경미한 위반과 중대한 위반을 구분하지도 않고 강한 처벌을 한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원양업계에 따르면 원양에서 이뤄지는 조업은 육상에서 이뤄지는 일련의 업무와 달리 선사에서 통제하는데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즉 어획과정에서 어획금지 어종이 혼획 됐을 경우 선사에서 이를 즉시 방류토록해도 선원들은 이를 부식으로 사용키 위해 별도로 보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부수적인 어획으로 법령의 경미한 위반에 해당하지만 법정에서 받을 수 있는 최저 벌금액은 5억원으로 과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각종 원양어업 관련 규제로 채산성이 악화된 중소 선사 입장에서는 도산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게 원양업계의 전언이다.
  또한 불법어업이 적발된 선사에 대한 쿼터삭감 조치는 이미 사법적인 처벌을 받은 선사가 행정적인 제재를 또다시 받게 된다는 측면에서 규제가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으며 해수부가 IUU어업국 지정문제에 매몰돼 업계를 살릴 수 있는 지원대책은 내놓지 않고 ‘나라망신’이라는 여론을 등에 업고 손쉬운 규제정책만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육상업체들도 대기나 환경오염 등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먼 바다에 나가서 조업하는 원양어업이 어떻게 완전무결하게 자사의 어선을 통제할 수 있겠나”라며 “경미한 위반 사항이라도 발생하면 선사에 내려지는 처벌이 지나치게 과도해 원양어선 1척이 자산의 전부인 회사는 도산위기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교통사고를 내서 사람을 죽인 것과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한 것은 엄연히 다른 처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처벌만 강화하고 원양산업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정책과 예산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해수부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 “원양산업발전은 규칙을 지키는 가운데 이뤄져야”
  원양업계의 불만에 대해 해수부는 원양산업발전 역시 유엔해양법이나 국제사회의 각종 규제가 지켜지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우리 원양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처벌이 과도하다고 지적하지만 우리보다 경제력이 약한 필리핀도 IUU어업에 대한 벌금이 5억원 이상으로 책정됐고 최근 IUU어업 예비비협력국으로 지정된 대만 역시 벌금을 최대 10억원까지로 높였다.
  다른 나라들도 이처럼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강한 처벌을 하는 것은 EU,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우리나라의 IUU어업 예비비협력국 지정을 해제하기 위한 조건으로 처벌규정을 IUU어업을 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강화해달라는 요구를 한데 따른 것이다.
  또한 원양산업 지원예산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유류와 선수용품에 영세율이 적용되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해수부 원양산업과 관계자는 “2조원 가량의 수산정책예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7000억~8000억원에 달하는 면세유류 인데 원양업체들은 선수용품과 유류 등에서 이미 영세율을 적용받고 있다”며 “또한 원양어선 현대화사업도 지난 수년간 적지 않은 금액이 불용처리되며 예산이 줄어든 것이지 지원대책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업계의 불만은 이해하지만 IUU어업에 대한 처벌은 우리나라나 대만, 필리핀 등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EU도 어획물 몰수 등 IUU어업을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의 처벌을 하고 있어 우리나라만 일방적으로 강화된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원양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올해에는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어업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동시에 원산법을 개정, 선사들의 합작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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