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조금 조직·역할 강화 등 국내산 시장방어 대책 마련해야
수산물의 수입량과 품목이 해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고등어, 갈치 등 대중성 어종에서부터 새우, 로브스터 등 고급어종에 이르기까지 수산물의 전 품목에 걸쳐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노르웨이산 수산물은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젊은 주부와 아이들의 입맛을 적극 공략하고 있어 우리 수산물 시장을 방어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수산물의 수입현황을 짚어보고 수산물 수입증가에 대응해 우리 수산물 시장을 지키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1) 수입수산물 전성시대
수입수산물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수산자원감소 등으로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줄어들며 대형유통업체나 외식업체 등은 수급이 불안정하고 가격 등락폭이 큰 국내산 수산물 보다는 수입수산물을 선호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입맛 역시 수입수산물에 길들여지고 있다.
수산물의 수입현황을 짚어본다.
# 수산물 수입량 ‘꾸준한 증가’
수산물 수입량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농수산식품수출지원정보에 따르면 1990년대에 30만~50만톤 수준이던 수산물 수입량은 2000년들어 105만6252톤을 기록한 이래 꾸준히 늘어 지난 연말에는 소금을 제외한 수입량이 140만7909톤까지 증가했다.
이같은 수입량 증가는 국내산 수산물의 생산 부진과 소비자들의 기호변화가 맞물려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1995년 142만5175톤에서 지난해 말 기준 105만8073톤으로 20년 만에 40만톤 가량이 줄었고 어획되는 수산물의 체장도 감소, 상품성 있는 수산물의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또한 과거 생산량이 많았던 명태, 쥐치 등은 생산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의 물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과거 소비가 미미하던 수산물의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수산물 기호도가 변화하고 있는 추세도 보이고 있다.
1990년대에 소비자들이 거의 섭취하지 않던 연어는 지난해 말 기준 2만7000톤 수준까지 수입량이 늘었으며 참치류도 4만톤까지 수입되고 있다.
또한 타이거새우를 필두로 한 새우류의 수입량도 10만톤 수준을 기록했으며 수리미(연육) 28만8000톤, 바다가재 1만7000톤 등 기존에 많이 거의 섭취하지 않거나 수입량이 미미했던 수산물의 수입도 늘고 있다.
또한 수입국가 역시 다양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어류를 수입하는 국가만 해도 1995년 68개국이었으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02개 국가로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달라진 유통구조에 수입수산물 경쟁력↑
수산물의 수입량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국내 농식품 유통구조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기존에 재래시장 등을 중심으로 주로 유통되던 농식품은 2000년대에 접어들며 대형유통업체의 급격한 증가 등과 맞물리며 대형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전국적인 망을 갖춘 대형유통업체는 정시에 정확한 규격의 정량을 일정한 가격수준에서 납품받아야 전국 동시유통이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대형유통업체의 입장에서는 가격도 문제이지만 전국 점포에 동시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거래처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전언이다.
대형유통업체가 조직화·규모화된 공급자를 원하는 반면 국내산 수산물은 조직화된 생산자가 적고 어획량까지 줄어들고 있어 유통업체의 기준으로는 경쟁력이 뛰어난 공급자로 보기가 힘들다.
장홍석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수입 수산물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수산물의 유통구조변화와도 맞물려 있다”며 “공급채널을 쥐고 있는 유통업체에서 수입수산물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하다보니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수입수산물에 대한 반감이 줄어들고 이는 곧 수입수산물에게 유리한 시장여건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한 수산물 바이어도 “유통업체 바이어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하는 게 중요한 데 연근해산 수산물의 어획량이 들쭉날쭉한데다 가격도 비교적 높게 형성되고 있어 국내산보다 수입수산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라며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대형외식업체 등도 적정수준의 가격으로 수산물을 공급받기 위해 수입 수산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수입수산물,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다
수입수산물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 소비자들이 수입수산물의 이질적인 외형이나 식감, 맛 때문에 수입수산물을 꺼려했다면 최근에는 생산자와 유통업체의 체계적인 마케팅 힘입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아가고 있다.
수산물 마케팅의 모범사례라고 볼 수 있는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가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유별나게 짙고 선명한 등무늬와 높은 지방함량으로 소비자들이 꺼려했지만 NSC의 본격적인 국내 수산물 시장 공략과 일본 원전오염수 유출사고에 따른 연근해산 수산물 이미지 악화가 맞물리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특히 국내산 고등어와의 차별화부터 단계적으로 마케팅을 추진해온 결과 2005년 2% 수준에 불과하던 노르웨이산 고등어의 국내 고등어시장 점유율은 2014년 20%를 넘어섰다.
연어 역시 마찬가지다.
노르웨이의 연어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던 초기에만 해도 국내 소비자들은 활어회의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을 선호했다.
하지만 NSC는 10년가량 꾸준히 연어시식회 등을 개최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공을 들여온 결과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만 2만6000톤 가량의 연어가 수입됐으며 지난해부터는 ‘연어 무한리필’을 표방하는 식당이 빠른 속도로 확산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여성의 선호도가 높게 형성, 미래의 수산물 소비자들인 청소년과 유소년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노르웨이산 수산물이 생산자들의 마케팅으로 만들어진 수요라고하면 세네갈산 갈치나 로브스터는 국내산 수급불안정 등으로 만들어진 수요다.
로브스터는 고가의 수산물로 인식되고 있어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여겨지는 품목으로 한때 대형마트에서 앞다퉈 수입·판매키도 했으며 세네갈산 갈치는 국내산 갈치의 생산량이 줄어들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공급처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 수입량 증가세에도 시장방어 대책은 ‘미미’
수산물 수입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수산물 시장을 방어할 수 있는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해양수산부는 ‘어식백세’라는 이름의 수산물 소비촉진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수산회가 수행하고 있는 어식백세캠페인은 연간 예산이 10억원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인터라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제한적이다.
또한 수산업계는 아직까지도 수산물의 소비문제를 ‘수급’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어 우리 수산물의 소비시장이 좁아지는 것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해수부 내에는 소비나 식생활을 담당하는 부서가 없으며 이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할 계도 없는 실정이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2009년 소비안전정책관실을 신설, 박근혜 정부에서 유통소비정책관실로 변경해 농식품 소비와 식생활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과 대조된다.
정부나 수협뿐만 아니라 수산업계 역시 수입량이 증가하는 것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산업계 관계자들 역시 ‘나이가 들면 수산물을 먹게 된다’는 시각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 식생활 교육과 국내산 수산물 우수성에 대한 홍보 등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수산물 자조금 조직도 여전히 미진한터라 품목별 수산물 홍보역시 한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수산물 유통업계의 한 전문가는 “유소년기부터 연어 등 수입수산물에 익숙한 세대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국내산 수산물을 선호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며 “농업분야에서 소비와 관련한 조직을 두고 우리 농식품의 시장방어를 위해 적극 대응하는 것과 달리 수산업계는 아직도 소비나 식생활 교육 등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