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소비다변화·수산자원보호, 식생활 교육에서 시작

  일본은 2005년 7월부터 ‘식육(食育)기본법’을 시행하고 있다.
  식육기본법은 먹거리 문제를 교육의 주된 항목으로 삼게 하는 것으로 국가기관과 지자체, 교육계, 농어업인 등으로 하여금 식생활 교육의 책무를 부여, 음식이나 식문화에 대한 지식을 올바로 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로컬푸드 운동이나 고향음식 즐겨 먹기 등을 추진, 일본의 식문화를 지키는 동시에 일본산 농수산물 시장을 지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09년 5월 식생활교육지원법을 제정,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식생활 교육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수산분야의 식생활 교육은 미진한 실정이다.

  # 식생활 교육으로 우리 농수산물 소비 늘린다
  우리나라의 식생활교육 기본계획은 범국가적인 식생활 교육을 통해 생산자를 배려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건강을 지키는 식생활을 영위토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저감시켜 환경을 보호하는 식생활, 고른 식품섭취로 건강을 지키는 식생활, 농수산물 생산자들에게 감사함을 갖는 식생활을 의미한다.
  표면적인 이유가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식생활이지만 그 이면에는 소비자들에게 농어업의 중요성을 이해시키고 자국의 농수산물 소비를 확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재 시행중인 식생활교육지원법은 제12조에서 식생활 교육이 식품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상호교류 등을 촉진하면서 농어촌경제 활성화와 지역 농수산물 활용촉진에 기여토록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제8조에서는 식생활교육은 국민이 영위하고 있는 식생활이 자연의 혜택과 식생활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추진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식생활 교육이 우리 농수산물의 소비촉진과 우리 농어업에 대한 배려를 모두 포함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 수산부문의 참여는 ‘미진’
  식생활 교육이 서구화되는 식단을 바꾸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수산부문의 참여는 미진하다.
  2009년 11월 식생활교육지원법 시행에 따라 당시 농림수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농촌진흥청 등 여러 부처가 협력해 환경, 건강, 배려라는 식생활 교육 3대 분야를 균형있게 배려한 녹색생활지침서를 발간·보급한데 이어 지난해 2월에는 제2차 식생활교육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제2차 식생활교육기본계획이 수립됐지만 수산부문은 여전히 식생활 교육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식생활교육 부문에 배정되는 정부예산은 거의 없는데다 수협중앙회를 비롯한 수산단체에서도 식생활 교육의 필요성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한 국내 식생활교육을 이끌고 나가는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에서도 수협중앙회와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이름만 내걸고 있을 뿐 실질적인 참여가 미진하다.
  이런 가운데 식생활교육 관계자들이 건강한 단백질 섭취를 위해 육류와 수산물의 고른 섭취를 권장하며 수산업계의 적극적인 참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탁명구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최근 들어 해수부와 수협에서도 수산물과 관련한 식생활 교육에 서서히 관심을 갖고 있는 추세”라며 “수산물과 관련한 식생활 교육이 원만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수산업계의 민·관·학이 모여 수산물 식생활 교육과 관련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우선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식생활 교육, 수산물 지역편중성 깬다
  수산물과 관련한 식생활 교육의 중요성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지역편중성을 해소할 수 있는데 있다.
  대형유통업체 중심의 유통구조에서 소비자들은 유통업체 바이어들이 전국적으로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수산물을 중심으로 소비하게 된다.
  즉 생산량이 많은 고등어와 오징어 등 대중성 수산물과 수입수산물 등을 주로 소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산물과 관련한 식생활 교육은 이같은 지역편중성을 깰 수 있다는 측면에서 수산업계의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가장 쉬운 예가 도루묵이다.
  도루묵은 강원도에서 주로 생산돼 지역 내에서 주로 소비되며 강원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소비되는 물량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도루묵 생산량이 늘어날 경우 가격이 급락, 생산자들의 수취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같은 추세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수산물의 조리법은 농축산물에 비해 어렵고 복잡한 경우가 많은데다 조리를 해보지 못한 세대가 나이가 든다고 해서 갑자기 섭취하지 않던 수산물을 소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해당 품목의 소비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줄게 되고 이는 곧 어업인의 수취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대형유통업체에서는 지역편중성이 강한 품목을 전국 매장에서 판매하려하지 않기 때문에 도루묵이 빠진 자리는 수입수산물로 채워질 공산이 크다.
  여기에 수산물이 가진 고유의 풍미가 다양하기 때문에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장홍석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수산물을 섭취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한정된 수산물만 소비하며 윤택하지 않은 식생활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며 “반면 지역의 어업인들은 특정 해역에서만 생산되는 품목들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하락, 어업소득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수산자원보호, 식생활 교육에서 시작
  식생활 교육은 어가소득 뿐만 아니라 수산자원보호에도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세코시와 알배기 선호로 대표되는 우리 국민들의 수산물 소비습관은 수산자원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치어 내지 미성어를 뼈째 썰어먹는 세코시문화는 채 자라지도 않은 어류들이 판매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며 알배기를 선호하는 문화는 어업인들로 하여금 산란기를 맞은 수산생물들을 더 많이 포획하도록 한다.
  실제로 조기는 산란기인 3~4월 경 어획된 알배기가 연중 최고가를 기록하며 알배기 조기로 만든 굴비 역시 특등품으로 분류된다.
  주꾸미 역시 포란기인 3~5월에 ‘주꾸미 축제’가 열리는 등 수산자원을 황폐화시킬 수 있는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가 MSC(해양관리위원회) 인증 등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소비통제를 강화하는 것과 대조된다.
  수산자원 남획을 유도하는 식문화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식생활 교육은 미래세대로 하여금 수산자원 황폐화를 초래할 수 있는 식습관을 자제토록 해 수산자원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장은 “조업규제의 강화 등은 어업인들의 강한 반발로 말미암아 무산될 가능성이 큰 반면 수산자원황폐화를 초래하는 식문화가 개선되면 시장 매커니즘에 따라 큰 갈등 없이 수산자원관리가 더욱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특히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소비습관이 수산자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수산자원을 보호하는 식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어떤 조업규제보다 효율적이고 사회적 비용이 적은 자원보호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팀장도 “수산물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우리 수산물 시장을 대체해가는 것은 소비자들의 선호변화도 있지만 우리 수산물의 생산량이 줄어든 데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어렸을 때부터 수산자원을 보호하는 식문화를 배운다면 이는 수산자원 증강으로 이어지고 우리 시장을 점령해가고 있는 수입수산물로부터 우리 시장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공통 식생활 지침 9가지 


  1. 쌀·잡곡, 채소, 과일, 우유·유제품, 육류, 생선, 달걀, 콩류 등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자 
  2. 아침밥을 꼭 먹자
  3. 과식을 피하고 활동량을 늘리자
  4. 덜 짜게, 덜 달게, 덜 기름지게 먹자
  5. 단음료 대신 물을 충분히 마시자
  6. 술자리를 피하자
  7. 음식은 위생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마련하자
  8. 우리 식재료를 활용한 식생활을 즐기자
  9.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 횟수를 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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