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 내가 빠지면 섭섭하지~

▲ 박은정 해조류연구센터 해양수산연구사

우리에겐 너무나도 익숙하고 친근해서 그 가치가 점점 퇴색해 가던 김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과거에 김은 값비싼 고급 반찬으로 어머니가 갓 구운 김을 몇 장씩 배급해 주시면 아껴먹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김이 대량생산되고 가공기술이 발달하면서 밥 반찬이 시원찮을 때 다급하게 찾는 보조반찬으로 전락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던 김이 2010년 처음으로 1억 달러 수출 실적을 달성해 명품식품으로 입지를 다졌으며, 수출신장세는 가파르게 지속돼 2015년에는 3억 달러를 돌파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농림수산식품 중에서 라면과 인삼 보다 수출금액이 많을 뿐만 아니라, 수출대상국은 미국, 일본을 선두로 약 100여 개국에 달하고 있다. 이는 과거 외국인들이 김을 검은 종이(Black paper)라고 부르며 먹기를 꺼려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건강에 좋은 웰빙식품으로 인식이 전환되면서 Black food의 선두에 서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방사무늬김, 잇바디돌김, 모무늬돌김의 3종류를 양식 생산하고 있어 재래김, 돌김, 자반김 등 다양한 제품으로 가공할 수 있고 향기, 질감, 색감이 모두 탁월해 세계적인 식재료가 되기에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김은 맛도 좋지만 영양도 풍부한데 마른김의 35~45%를 단백질이 차지하고 있어 콩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 외에도 비타민, 무기질, 타우린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폴피란은 항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맛있는 김을 더욱 맛있게 만드는 독보적인 조미김 가공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하고 바삭바삭하게 구운 우리의 김은 밥도둑에서 세계인의 간식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인이 좋아하기 시작한 김을 글로벌 식문화의 주류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김이 가지고 있는 ‘웰빙식품’의 이미지를 계속적으로 유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의 김 산업 시스템을 점검해 보다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김을 생산하고 세계인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지구촌 어디서나 김을 먹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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