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수산업 미래먹거리, 양식산업

“21세기에는 인터넷보다 수산양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유망하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영학자 중 한 사람인 피터 드러커는 양식업의 높은 성장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또한 저명한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양식업을 21세기 10대 주요산업으로 지목하고 세계 식량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열쇠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또다른 미래학자 윌리엄 하랄 조지워싱턴대 교수 역시 2018년에는 양식업이 주력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양식산업은 여전히 영세한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량안보를 위한 양식업의 중요성과 한계, 그리고 향후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 양식수산업 중요성 커져

전세계적으로 수산물의 소비가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양식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FAO(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발간한 2016년 세계 어업·양식업 현황(SOFIA)에 따르면 2009년 9020만톤이었던 어로어업 생산량은 2014년 9340만톤으로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양식수산물 생산량은 5570만톤에서 7380만톤으로 늘었다.

유형별로는 내수면 어업이 2009년 1050만톤에서 2014년 1190만톤으로 140만톤 가량 늘었으며 같은 기간 해면어업은 7970만톤에서 8150만톤으로 180만톤 가량 증가했다.

양식어업은 내수면 양식어업 생산량이 2009년 3430만톤에서 2014년 4710만톤으로 증가했고 해면양식어업은 같은 기간동안 2140만톤에서 2670만톤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수산물 소비량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2009년 1억2380만톤이던 수산물의 식용소비는 2014년 1억4630만톤으로 늘었으며 인구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2009년 18.1kg에서 20.1kg으로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동안 세계 인구가 68억명에서 73억명으로 급증한데다 중국을 중심으로 수산물 소비 역시 급증하고 있는 추세인터라 향후 양식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국내 수산물 자급률 ‘하락세’

국내 양식수산물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수산물 자급률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70년 11만9211톤이었던 양식수산물 생산량은 2015년 167만2740톤을 기록, 45년만에 16배 가량의 성장세를 보였다.

부류별로 살펴보면 1970년 22톤 수준이었던 양식어류 생산량은 2009년 10만9516톤까지 늘어난 이후 점차 줄어 2015년에는 8만5449톤을 기록했다.

양식패류 생산량은 1970년 7만4868톤에서 2007년 47만8646톤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서서히 줄어 34만4251톤을 기록했으며, 양식해조류 생산량은 1970년 4만4312톤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5년에 120만7129톤까지 증가했다.

양식수산물의 생산량이 증가한 반면 어로어업의 생산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1970년 72만4365톤이었던 일반 해면어업 생산량은 어업기술 고도화 등과 맞물리며 꾸준히 증가, 1996년 162만3822톤을 기록한 이후 급격히 감소해 지난해에는 1972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톤 이하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수산물 수입량이 증가, 수산물 자급률 역시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식품수급표에 따르면 1987년 129.2%를 기록했던 어패류 자급률은 2014년 60.6%까지 감소했으며 1987년 163%였던 해조류 자급률은 121.6%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자급률 산정시 이용되는 국내소비량은 식용과 가공용, 사료용, 종자용, 감모량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로 실질적으로 식용으로 이용되는 수산물의 자급률은 수급표상 자급률에 비해 현저히 낮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에서 해면어업 생산량 중 적지 않은 양이 사료로 활용되고 수산물의 감모량이 많은 반면 국내로 수입되는 수산물은 사료로 활용되는 양이 적고 감모 역시 적은 필렛형태가 많기 때문이다.

# 한계에 직면한 양식산업

양식산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양식산업은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며 생산성이 저하되며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양식수산물의 사양관리 기술이나 품종개량 등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비용이 오히려 증가하고 어가의 채산성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복의 경우 양식 초기에 비해 생산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복양식 초기 10% 내로 유지되던 폐사율이 60% 수준까지 급등, 양식어가의 채산성이 악화일로에 있다.

또한 어류 중 가장 많은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는 광어의 경우에도 폐사율이 50%에 육박하는 등 전반적인 생산성이 급락한 실정이다.

이처럼 생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원인으로는 장기간 동일한 어장을 사용하면서 발생한 어장환경의 악화, 폐사율 증가에 따른 어업인들의 밀식 증가, 경험에 의존한 양식방법의 한계 등이 지목된다.

특히 어장환경의 악화문제가 심각한 수준인데, 어장을 휴식 없이 사용하다보니 경남 통영시 등을 비롯한 양식어류 주산지에는 양식장 바닥에 사료찌꺼기 등이 쌓이면서 뻘처럼 변해버린 경우가 많다.

또한 양식어류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는 생사료는 미성어 수요를 꾸준히 발생시켜 수산자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 환경관리 강화·R&D투자 확대 필요

우리 양식업이 지속가능한 식량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양식산업과 관련한 환경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R&D(연구개발) 투자 확대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생산성이 급격히 저하된 어종을 보면 대부분 해양환경 악화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은 데다 사료, 종자, 백신 등 주요 요소기술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양식어종인 광어는 육상에서 양식이 이뤄지는 품목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폐사율이 50% 가량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배출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식장에 물을 유입시키는 취수구와 양식장에서 사용된 물이 배출되는 배출구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배출시 오염된 물이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채 유입, 폐사율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양식업과 관련한 핵심기술들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차세대 양식기술로 각광받는 순환여과식 양식의 경우만 봐도 순환여과식 양식에 적합한 사료 등을 개발하지 못한 데다 무병성 종자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전체 순환여과식 양식방법이 치명적인 문제점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양식어업은 해양환경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산업인데 정작 환경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오히려 양식어업의 지속가능성마저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현재 어장관리법이나 수산업법 등에서 관련 규정이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만큼 이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법령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하는 얘기가 ‘노르웨이의 연어같은 품목을 만들자’는 말인데 노르웨이는 30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엄청난 규모의 R&D투자를 통해 백신, 종자, 사료 등의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라며 “단순히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기업화나 규모화, 기술집약화를 하는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는 만큼 적극적인 R&D투자를 통해 양식산업의 근간이 되는 핵심기술들을 확보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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