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와 상생방안 모색해야
업체간 가격 경쟁 종용…서비스·기술개발 등 저해요인
비수기 판매 딜레마·자본 취약 영세업체 줄도산 우려

농협 자재유통센터 건립과 활성화 계획이 농자재 가격 인하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가격 경쟁만을 종용할 경우 산업이 피폐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자재유통센터를 통해 농협 계통물량이 확대되고, 가격이 인하되는 가운데 업체간 가격 경쟁이 강요돼 제대로 된 대농업인 서비스나 지원, 기술개발 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업체의 경영악화로 산업의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농협 자재유통센터가 가져올 득과 실에 대해 업계의 입장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산업계 경쟁력 약화 우려

농협의 자재유통센터가 농자재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삼고 있는 것은 물량의 집중과 이를 통한 가격인하다. 대량구매를 통한 교섭력 강화로 가격을 낮추고, 비수기에 대량으로 구매·비축해 가격에 오르는 시기에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농협 계통취급 물량의 지속적인 확대와 이를 기반으로 한 가격인하를 가능케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비수기 판매 등 유통관행의 개선을 기대하면서도 산업계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계통판매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농협에 끌려 다니는 구조가 돼 자본이 취약한 업체의 경우 버틸 수 없게 될 것이란 토로다.

한 작물보호제 제조업체 관계자는 “농협의 자재유통센터 건립은 골목시장에 대형유통업체가 들어선 것과 같다”며 “자본과 물량을 기반으로 한 농협의 공세는 경영규모가 작은 업체부터 차례로 도산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장기적으로 몇 몇 업체만이 살아남은 상황에서 수익구조 등의 문제로 신제품 등을 계통으로 공급하지 않는다거나 다른 창구를 모색하는 등 농협을 배제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비수기 판매의 딜레마

농자재업계에서는 이번 농협 자재유통센터의 사업방식을 ‘사재기’로 폄하하기도 한다. 비수기 등 가격이 낮은 시기에 대량으로 물건을 사들였다가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 공급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수기 판매가 결국은 업계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란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자금유동성이 취약한 업체나 매출이 예상 외로 줄어든 경우 등에는 비수기 판매를 포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비수기 판매도 현장에서 영업을 하는 담당자들의 실적과 직결되는 만큼 갑자기 사라지기는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른 작물보호제 제조업체 관계자는 “비수기 판매는 소비지에 재고를 쌓아두는 것으로 다음 판매시기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메랑이 되는 만큼 근절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금유동성 문제를 겪는 업체도 있고, 도매유통 등을 통해 재고가 유입될 가능성도 큰 만큼 어느 정도의 시장점유율과 자본을 갖추지 못한 업체는 비수기 판매를 포기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 산업계와 상생방안 마련해야

자재유통센터의 본래 취지인 가격인하와 관련한 의문도 일부 제기된다. 계통구매 가격인하의 효과가 농업인의 구매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가격에 의한 경쟁만을 내세우다보니 오리지널보다는 제네릭 제품을 중심으로 한 판매가 확대되고, 원제사가 원제 공급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전국작물보호제유통협회 관계자는 “농협은 농업인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역 상권까지 넘보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농업인을 위한 희생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계통가격 인하 효과가 현장 농업인의 구매가격 인하로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고, 시판이 다 죽고 나면 지역에서 농협이 아닌 농업인을 위한 가격 견제도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작물보호제 제조업체 관계자는 “계통판매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가운데 계통이 가격만으로 경쟁하도록 유도한다면 고품질 제품이나 종합적인 서비스가 요구되는 프로젝트 등은 계통에서 빠질 수 있다”며 “원제가격이 매년 인상되는 가운데 제네릭이 중심이 되는 시장이 형성된다면 원제사들이 원제 공급을 중단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만큼 산업계와의 상생방안을 찾는 것도 농협의 과제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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