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추곡수매가 동결안은 장고끝에 내놓은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쌀 값이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빗발치는 농민들의 반발속에서도 현재의 쌀 수급상황, 국제경쟁력 강화 등 대내외적인 여건을 두루 살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낸 절충안이라는 게 정책당국자들의 변이다.

특히 수년동안에 걸쳐 매년 두자리수대의 높은 폭으로 수매가를 인상하다가 갑자기 인하할 경우 쌀 생산농가에 미칠 충격을 생각하면 내릴 수도 없고 2년 앞으로 다가온 쌀 재협상을 생각하면 수매가를 내려야만 하는 이중적인 잣대속에서 결국 보다 충격의 강도를 줄이면서 연착륙(Soft landing)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김동태 농림부장관은 4일 “현재 쌀 값 하락 등으로 농가소득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매가를 인하하는 것은 농민들에게 가혹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려 이번 수매가 동결안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장관은 “정부가 어려운 농가경제상황을 고려해 동결안을 냈지만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은 앞으로 쌀 산업이 스스로 경쟁력찾기에 나서지 않는 한 2004년 재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이같은 동결안에 대해 일제히 반박 성명을 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이미 폭락한 쌀값을 또다시 떨어뜨리겠다는 의도와 다름없는 것”이라면서 “직불제인상방안조차 확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농가소득을 보장하겠다고 생색내는 것이 신농업정책이냐”고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쌀값동결은 쌀 농사포기를 선언한 것이며 정부가 생산비를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은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인식 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쌀생산비가 매년 오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올 추곡수매가를 동결한 것은 생산비를 보장해 주지 않겠다는게 아니냐”며 “직불제 등 소득보존대책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결방침을 세운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2004년 WTO쌀 재협상에 대비해 추곡수매가를 내리지 않아도 우리 쌀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나.
=정부도 지난 11월 양곡유통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추곡수매가를 2% 가량 인하하는 것을 고려했다. 물론 2004년 쌀 관세화유예 재협상을 앞두고 쌀이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직불제 단가를 인상하는 것 외에 농업자금 금리인하와 의료·학자금 지원 등 추가적인 농민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수매가를 내리는 것은 농민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같은 추가대책은 앞으로 구성되는 `신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다.

■정부의 추곡가 동결방침은 4~5%추곡가 인하를 건의한 양곡유통위원회의 결정과 너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양곡유통위원회의 대정부건의안은 추곡가 인하를 골자로 하고 있으나 이는 농업에 대한 소득보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기때문에 가시적인 추가대책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동결안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양곡유통위가 건의한 양정제도의 전면개편, 공공비축제도 도입, 민간유통활성화, 생산조정 방안 검토 등은 앞으로 논의되고 마련될 중장기대책에서 심도있게 다뤄질 것이다.

■정부가 수매가를 동결한다해도 국회에서 수매가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데.
=여당과 야당에 추곡수매가의 결정이 정치적으로 간단히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는 충분한 설명을 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방침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정부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농어촌 특별위원회''내에서의 정치권의 역할이 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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