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 농업 환경 위축에 따라 농업분야를 지원하고 있는 후방산업인 농산업 파트 역시 그 영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농산업 매출이 줄어드는 가장 큰 요인은 농산물 재배 면적 축소와 친환경농업 선호 성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농기계 파트는 농협 농기계은행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농기계임대사업 등에 따른 수요감소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며 작물보호제나 무기질 비료 역시 친환경농업에 대한 반대급부로 매출이 감소하는 모양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내수부진에 따라 농산업계는 해외 수출시장에 대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역시 해외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심화 등으로 녹록치 않은 상황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농산업 추이를 되집어 봤다. [편집자 주]

# 농기계, 농가소득 감소·농기계 가격상승…전례없는 '부진'

올해 상반기 농기계산업은 전례 없는 내부 부진에 더불어 수출입실적도 줄어드는 대내외적인 침체기를 기록했다. 우선 내수 실적을 보면 농협중앙회가 집계한 정부융자지원 판매실적(현금판매실적 제외)을 기준으로 5월말 현재 3189억원이 판매돼 전년 동기 4038억원에 비해 무려 21%나 감소했다.

이렇게 농기계 시장을 끌어내리고 있는 기종은 3대 대표기종인 트랙터와 콤바인, 승용이앙기로 나타났다.

기종별 추이를 보면 트랙터의 경우 5월말까지 3803대, 1795억원이 융자 판매돼 전년 동기 4604대, 2259억원 대비 수량은 17.4%, 금액으로는 22.6%나 급락했다. 콤바인의 경우도 193대, 128억원이 판매돼 전년 동기 204대, 160억원 대비 수량은 5.4%, 금액으로는 19.7%가 감소했다. 봄철 대표기종인 승용이앙기 역시 감소세를 면치 못해 2081대, 489억원의 실적을 보여 전년동기 2439대, 611억원 보다 수량은 14.7%, 금액으로는 20.0%가 감소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과수용 대표 기종인 스피드스프레이어 수요도 급감해 5월말 융자기준 1002대, 261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1203대, 351억원 대비 수량으로는 16.7%, 금액으로는 무려 25.6%나 감소했다.

농기계시장이 이같이 사상 전례 없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쌀값 하락 등 농가소득 감소에 따른 구매력 저하, 경지면적 축소세, 농기계 가격 상승 등의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환경규제에 따른 TIER4 적용에 따라 업체들이 TIER3모델을 지난해까지 밀어내기식 영업으로 과도하게 물량을 공급한 것도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반적인 농기계 수요 축소는 수출입에도 반영돼 올 1분기 농기계 수출은 1억9095만달러로 전년 동기 2억2927만달러의 83.3% 수준에 머물렀다. 수입 역시 올 1분기 1억2193만달러로 전년 동기 1억3644만달러의 89.4% 수준을 기록했다.

기종별로 보면 트랙터의 경우 1분기 수출은 1만731대, 금액으로는 1억1374달러를 기록했으며 수입은 1173대 2692만달러의 실적을 보였다.

# 작물보호제, 고온건조…병해충 발생 적어 '재고문제' 다시 부상

올 상반기 작물보호제 업계의 최대 화두는 ‘가뭄’과 ‘정도경영’으로 꼽힌다.

전국적으로 발생한 가뭄으로 고온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병해충 발생이 적었을 뿐만 아니라 결구도 작아 농업인들의 작물보호제 사용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도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됐지만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팜한농과 농협케미컬을 제외한 대부분의 메이저 제조사들은 ‘지난해 수준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다만 가뭄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일부 해소됐던 재고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어 내년 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 고온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지난해 수준의 판매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실제 농업인들의 작물보호제 구매·사용량은 감소해 재고가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우려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업체들이 ‘선방’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배경에는 업계 시장점유율 1위인 팜한농의 정도경영이 있다. 정도경영을 표방하고 있는 팜한농이 관행적인 마케팅과 영업 경쟁을 지양하면서 경쟁사들이 그 틈을 파고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팜한농은 매출이 아닌 영업이익을 지표로 삼으면서 내실을 기하고 있는 만큼 매출만을 놓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매출이 감소한 것은 이미 업계의 공공연한 사실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농협케미컬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농협케미컬은 올 상반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농협의 계통물량 증가와 팜한농의 매출 감소가 주된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매출 신장에도 불구하고 농협케미컬은 범농협 차원의 ‘2020년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위한 농업 생산비 절감, 농자재 가격 인하, 재해지원 등 각종 농업인 지원 등에 동참하면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 종자, 재배면적 감소 여파…해외로 눈 돌린다

올 상반기 종자업계는 지난해 동기 매출이 바닥을 친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매출은 평균정도를 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동기보다 판매는 저조하지 않았지만 국내시장이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는 만큼 몇 년 동안 비슷한 매출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가격이 낮았던 품목 위주로 재배면적 감소가 예상되자 대농, 산지유통인들이 해당 품목을 위주로 파종, 정식을 확대했다. 또한 가격이 상승한 일부 품목에서는 신품종 판매도 꾸준히 이뤄졌다.

그러나 영세소농들은 낮은 농산물 가격을 우려해 신품종보다는 기존 품종을 선호했다. 가격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종자가격이 좀 더 저렴한 품종을 선택한 것이다. 종자시장의 판매 양극화가 뚜렷하게 보였던 상반기이다.

종자업체들은 농업 전체 재배면적 감소 등의 여파로 국내시장 판매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팜한농의 경우 올해 태국에 종자연구기지를 만들고 동남아시아를 넘어 중남미까지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개척하지 않았거나 종자연구 등이 미미했던 나라를 중심으로 사업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는 농우바이오도 마찬가지다.
농우바이오는 현재 중국, 인도, 미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터키 등 6개 해외법인을 운영 중이며 앞으로 M&A와 R&D를 통해 전 세계에 종자 한류바람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농우바이오는 현재 파프리카 등의 품목을 주로 생산하는 유럽 채소 전문 기업의 M&A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이뤄지고 있는 대형유통업체와의 마케팅 전략도 지속되고 있다. 계약재배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종자업체와 대형마트가 함께 움직이면서 농업인들의 수취가격을 보장하고 소비자들에게 좋은 품종의 농산물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팜한농이 김장베타에 이어 베타후레쉬 배추를 매년 이마트를 통해 선보이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신품중 15개에 대한 시장평가회도 가진바 있다.

# 비료

- 무기질 비료, 벼 재배면적 줄어 판매량도 10% 감소

농협의 비료 판매량이 지난 5월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10%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비(단일성분)는 6% 감소, 복비(복합성분)는 11% 감소했으며 이 중 맞춤형은 1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7만9000ha였던 벼 재배면적이 올해 77만4000ha로 줄어든데 이어 가뭄 등으로 1만3000ha가 피해를 입어 벼 재배면적이 총 1만8000ha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1만톤 이상의 비료 판매 부진이 산정된다.

전국적으로 가뭄이 4~5월 지속됨에 따라 판매량이 전년대비 3월말 3% 감소, 4월말 8% 감소, 5월말 10% 감소 추세를 보였다. 특히 가뭄으로 토양에서 비료를 녹일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고 늦어지는 모내기 시기와 밭작물(엽근채소류, 양념채소류) 작황 악화로 비료 판매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무기질비료의 수출도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2011년 이후 수출물량이 지속적 하락 추세다. 또한 지난해 톤당 평균 239달러였던 요소가 올 1월 266달러로 인상됐지만 농업 농자재 비용 부담 경감 방침으로 입찰가격에 원자재 인상분이 미반영, 업계는 영업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노력을 전개 중이다.

- 유기질 비료, 가뭄·AI 발생…공급 줄어 달성률 75%

올해 유기질비료는 지난해와 같이 국비 1600억원과 지방비 900억원 등 총 2500억원이 투입, 320만톤이 농가에 공급된다.

유기질비료는 11월 말까지 공급이 이뤄지는데 상반기는 가뭄이 지속되고 잇단 AI(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지난 20일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2.2% 가량 공급이 감소했고 계획량 대비 달성률은 70.4%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퇴비는 전년 동기 대비 0.3% 늘어났으며 계획량 대비 달성률은 74.9%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유기질비료와 퇴비의 매입 총 중량은 지난해 약 223만8654톤에서 약 224만8047톤으로 9393톤 늘어나 성장률은 0.4%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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