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다국적 농약메이저들이 우리나라 농촌현장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이들 메이저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세계적인 기술력을 겸비한데다 한국적인 정서를 활용한 마케팅전략을 펼치고 있어 외국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있다.
여기다가 농약에 대한 농민들의 요구도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약효보다는 안전성과 경제성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어 이들 외국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향후 농약시장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기 위해 외국기업들이 펼치고 있는 마케팅 전략을 알아보기 위한 연재시리즈를 기획한다. 〈편집자 주〉
“외국사람들도 모내기를 하네…”
지난 5월 초 경기 강화 인근에 사는 농민들은 노란머리에 파란눈을 가진 7~8명의 외국인들이 하는 모내기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즐거워들 했다.
비록 빠른 손놀림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외국인들을 바라보는 농민들은 `그들도 우리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으며, 그들과 서서히 동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모내기 지원행사를 주관했던 신젠타코리아도 한국농민들에게 외국기업이란 선입견을 씻어버리게 하는데 `한몫을 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국적 농약메이저들의 마케팅전략이 국내 농약업체들과 다르다는 점을 잘 설명해 주는 부분이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농민보다는 농약도^소매상들을 주로 상대해 왔으나 외국업체들은 최종 소비자인 농민을 직접 상대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국내 업체관계자는 “외국업체들은 농촌현장을 깊숙히 파고 드는 필드마케팅팀을 운영하며 한국농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며 “이같은 전략은 단기적인 매출위주의 사업목표보다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농약시장에 접근해 가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바이엘은 아예 한국총판의 명칭을 기존 (주)미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한국농민들에게 바싹 다가서고 있다. 경영스타일은 외국인회사로 변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농민지원 등 영업방식은 한국식을 고집, 한국농민들의 거부감을 최소화하겠다는게 바이엘의 전략으로 판단된다.
이들 업체는 여기다가 막강한 자금력과 세계최대라는 농약개발 기술력을 겸비하고 있어 농약마케팅의 3대요소를 두루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신젠타는 노바티스 농업사업부와 제네카 농화학사업부가 합병된 회사로 1999년 8조3070억원, 2000년 8조860억원의 매출을 올려 세계 농약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미스타''를 중심으로 살균제, 제초제 등 다양한 농약을 소지하고 있다.
바이엘은 그동안 세계 농약업계에서 5위에 랭크됐었으나 최근 세계 2위인 아벤티스를 인수해 지난해 매출실적이 7조55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세계적인 농약원료들을 구비해 놓고 있다.
특히 외국기업들의 이같은 실적은 국내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약공업협회가 가 집계한 올 매출액을 살펴보면 신젠타의 경우 1420억원을 올려 14.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아벤티스와 합병한 바이엘은 1440억원을 기록해 14.2%의 시장점유율을 보여 외국기업들의 국내 점유율이 30%를 육박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국내 농약시장에 진출한지 불과 2~3년이란 점과 외국기업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한국농업의 현실 등을 고려해볼 때 빠른 성장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다국적 농약대메이저들이 국내 농약시장에 연착륙함에 따라 이제는 국내 농업업체들간의 경쟁이 아닌 세계적인 농약업체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졌음을 의미하고 있다.
- 기자명 길경민
- 입력 2001.12.12 10:00
- 수정 2015.06.2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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