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괴산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이태근씨는 1991년초부터 친환경농업을 시작해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당시 “소득이 되겠느냐”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친환경농업을 고집해온 이씨는 이제는 아예 자신만 실천하는 수준을 넘어 친환경농업을 전파하는 전도사의 길로 나섰다.
이씨는 “오랫동안 화학농약에 길들여진 농민들을 대상으로 친환경농업을 전파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농산물수입개방시대를 맞아 값싼 외국농산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길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또 “직거래를 할 수 있는 판로가 있을 경우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농가들의 소득이 일반 농가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농약을 선택하는데 있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 경우는 우리나라 전체농가의 일부분이긴하지만 안전성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농민들 사이에서 농약사용을 자제하거나 독성이 낮은 농약을 쓰려는 분위기가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서울농수산물공사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농산물 안전성검사 추진실적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잘 나타나고 있다.
잔류농약 허용치를 가려내는 안전성검사 추진실적에 따르면 1999년 10만31건의 검사실적가운데 부적합판정을 받은 농산물은 156건으로 나타났으나 2000년에는 11만1709건중에서 97건, 2001년에는 9만4725건에서 94건 등으로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노광섭 서울농수산물공사 조사분석팀장은 “안전성검사에서 부적합판정을 받을 경우 반입금지 및 고발 등 강력한 제제조치를 하는 것도 농약사용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지만 농가들의 의식전환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같은 현상을 설명했다.
김범례 농협중앙회 농약팀장도 “농산물 소비패턴이 양에서 질로 바뀌면서 농산물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대단히 높다”며 “결국 농민들의 농약선택방향도 저농약쪽으로 맞춰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농협중앙회는 이에따라 기존 흙살리기운동과 병행해 내년부터 농약·비료에 대한 판매전산시스템을 갖춰 토양검정을 통한 농약처방 등 실질적인 영농지도를 실시할 계획이다.
농림부도 친환경농업의 비중을 오는 2004년까지 전체 농가의 4%, 2010년까지 1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위해 병충해에 대한 자가진단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병충해종합방제(IPM)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농림부 및 농협중앙회의 이같은 노력은 과거 양적인 농약살포개념에서 조금만 사용해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쪽으로 농약소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 아울러 국산 농산물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소비자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농약업계도 이같은 농약소비패턴의 변화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농약업체들이 최근에 개발한 농약은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것은 물론 인·축에 해가 없으면서도 탁월한 병충해방제를 자랑하고 있다.
농약공업협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안전한 농산물에 예민한 반응을 보임에 따라 국내는 물론 세계의 농약개발추세는 안전성이 확보된 제품을 개발할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이런 방향으로 농약이 개발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더 나아가 이미 사용되고 있는 농약에 대해서도 새로운 안전기준을 적용해 차제에 농약잔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전성을 시험하는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 더욱 강화됐으나 현재 국내에는 196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근 40여년동안 개발된 농약들이 상존하고 있고, 이들 농약중에는 최근 기준이 아닌 등록당시의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