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자 부담원칙" VS "수산업 기반 보호"
주요위치에 대부분 수협시설…어항관리 위한 재원 필요
수산업은 다원적 기능 수행산업…정부가 어항 유지·관리해야

해양수산부가 어항 내에 위치한 일선 수협의 시설에 대해 점·사용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수협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해수부는 어항의 합리적인 관리를 위해 필요한 입장인 반면 일선 수협에서는 수협이 가진 공공성을 외면하고 어업인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어항 점·사용료 부과 논란에 대해 짚어본다.

# “어항관리위한 재원 필요”

해수부는 지방어항의 관리를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어항은 시·도 지사가 지정하는 지방어항이 281개 있으며,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정하는 국가어항은 111개가 있다.

어항의 관리주체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되며 지자체에서는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점·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다.

어항시설 사용료와 점용료, 변상금을 통한 수익금의 80% 이상은 어항시설의 관리 비용으로 사용해야하며, 국가어항에서 징수한 수입금은 국가어항의 시설관리에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어항 시설관리를 위한 재원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어항에는 어항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점·사용료가 면제되는 수협의 위판장 등의 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어항이 유지·관리 재원인 점·사용료 수익이 극도로 적어 최소한의 관리업무 이외에는 제대로 된 관리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자체에서는 어항의 유지·관리에 소요되는 예산을 정부 측으로 신청하고 있지만, 기재부에서는 지자체로 이양된 시설에 대해 예산을 편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게 해수부 측의 설명이다.

어항 관리를 위한 재원은 부족한 반면 최근 지역민들과 국민들의 어항 이용이 늘어나면서 어항의 관리 수요가 급증한 실정이다.

전충남 해수부 어촌·어항과 사무관은 “어촌·어항법에 따라 어항의 유지·관리는 어항 점·사용료 수익으로 해야하는 데 대부분의 어항이 주요 위치에 점·사용료가 면제되는 수협 시설들이 들어서 있는 터라 재원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어항 점·사용료 부과 문제는 현재 실무자선에서 논의만 하는 수준으로 해수부에서 어항 점·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한 것도 아닌데 수협에서 이를 쟁점화하는 게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 어항내 수협시설은 공공성 있는 시설
수협에서는 어항에 위치한 일선 수협의 시설이 공공성을 가진 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어항 점·사용료 부과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수협에 따르면 어항에 위치한 일선 수협의 시설은 위판장과 수산물 냉동·냉장시설, 면세유류 공급시설 등 수산물의 생산과 유통에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시설이다.

또한 일선 수협 역시 영리를 추구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약자인 어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수협법이라는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조직으로 공공성이 강한 조직이다.

특히 일선 수협과 수협중앙회가 수협법이 정한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수협법 8조에서는 일선 수협과 중앙회에 대해서는 국가와 지자체의 조세외 부과금을 면제토록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 14조에서도 수협법에 따른 어촌계와 조합, 중앙회에 대해서는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수협에 대해 법령에서 점·사용료를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수협이 공공성이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전제한 것으로, 수협에서는 어업인을 위한 공공시설에 대해 점·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협중앙회 회원지원부 관계자는 “어항 내에 위치한 회원조합의 시설들은 조합의 수익을 위한 시설이라기 보다 조합원인 어업인들이 안정적으로 수산업을 영위하기 위해 존재하는 필수 시설들”이라며 “수협은 특별법인 수협법에 의해 설립돼 조세 이외의 부과금을 면제받고 있는 데, 어항내 수협의 시설들을 영리목적의 시설로 보고 점·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 전문가, 수익자부담원칙 VS 수산업 기반 보호

어항의 점·사용료 부과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협이 어항 시설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 만큼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어항 점·사용료가 부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또다른 측면에서는 수산업의 기반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점·사용료가 부과되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수협 조합장들이 수시로 수산물 의무상장제를 주장하는 것만봐도 위판이 어업인을 위한 지원사업이 아니라 조합의 수익사업이라는 것을 반증한다”며 “수협의 시설들이 수산업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시설이라고는 해도, 영업에 활용돼 수익이 발생하는 시설들인만큼 수익자부담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불어 3톤 이하의 영세어업인을 제외하고는 모든 선박들이 어항 이용료를 부담해 어업인들이 어항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또다른 전문가는 “어항에 위치한 수협의 시설에서 수익이 발생한다고 해도 이는 어업인을 위해 사용되는 만큼 수협에 점·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수산업의 기반시설을 유지·관리하는 비용을 어업인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수산업은 식량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산업이자 우리 영해를 지키는 등 다양한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산업인 만큼 정부에서는 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별도의 예산을 편성, 어항을 유지·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