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약한 집행력이 수산업 망친다

불법과 합법 경계선 오가는 어선들
반발 심해 단속 어려워…허울뿐인 규제
만연한 '불법'에 수산자원 '감소'…'바다는 관리 사각지대'
김동호 기자l승인2018.02.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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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산정책이 집행력을 확보하지 못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어항에 정박중인 어선.

우리나라는 세계 각국에서 우수한 사례로 손꼽힌 제도들이 대부분 마련돼 있다.

수산업 역시 산업이 직면한 현안을 모두 해소키 위한 법적근거가 이미 확보됐지만 양식어장의 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며 수산자원은 감소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의 배경에는 이미 수립된 정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면서 관련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 현재 수산관계법령에 마련된 규정 중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규정의 현황을 진단해본다.

  <上> 조업규제 백화점…자원은 ‘감소’
  <中> 온정주의에 망가진 양식어장
  <下>제도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전문가 제언

#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을 오가는 어선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는 수산자원관리 규제를 대부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자원관리정책에 대해 ‘조업규제의 백화점’이라고 부른다.

법령이 확보되지 않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는 거의 없다는 뜻이다.

강력한 규정들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감소세에 있다.

이는 국내 연근해어선들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을 오가면서 조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어선의 불법 증개축과 어구의 과다 적재다.

현행 수산관계법령에서는 어획능력 증강을 위한 어선 증톤 등을 금지하고 있으며 어구 사용역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어업현장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수산관계법령 위반을 단속해야할 해양수산부와 해경은 어업인의 강한 반발 때문에 규정위반을 강하게 단속하지 않는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관련 제도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규정 자체가 사문화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수산자원관리 관련 법령은 매우 선진적인 형태로 입법의 부재로 관리하지 못하는 사례는 없다고 봐도 될 정도다”며 “수산업계에서 발생하는 현안에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 제도를 구비해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다보니 규정이 사문화된 사례가 많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있으나 마나한 어구실명제
유령어업의 피해를 저감하기 위해 2006년 어구실명제의 법적근거가 마련됐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한해 어구 사용량은 연간 13만톤 수준으로 추정되며 그중 약 4만4000톤 가량이 분실되거나 버려지는 폐어구다.

해수부에서는 정부 예산을 투입해 폐어구 수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버려지는 어구가 폐어구 수거사업을 통해 수거되는 어구보다 많은 실정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키 위해 해수부는 2006년 정치성 어구를 사용하는 업종으로 하여금 어구마다 부표 또는 깃대를 설치토록 하고 깃대에는 허가어선이 명칭과 어선번호, 사용어구의 일련번호를 표기해 부착토록 하는 내용의 어업의 허가 및 신고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시행했다.

이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조업현장에서는 선명 등이 기재된 어구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현장 어업인들의 전언이다.

이는 어업인들이 부표 또는 깃대 설치에 따른 어장노출을 우려하는데다 어획능력 증강을 위해 규정을 넘어선 어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이 만연해있지만 어구실명제 위반이 적발된 사례는 많지 않다.

해수부에 따르면 어구실명제 위반 적발실적은 지난해 57건, 2016년 40건, 2015년 86건 등의 수준에 그쳤다.

이는 단속인력이 부족한데다 강한 단속시 어업인들의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누구도 켜지 않는 어선위치발신장치
사문화되다시피한 규정 중 하나는 어선위치발신장치 작동 의무화다.

어선위치발신장치는 어선의 안전운항을 위해 설치토록 하는 것으로 어선법 53조는 정당한 사유없이 어선위치발신장치를 작동하지 않거나 장치의 고장 또는 분실신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업인들이 어선위치발신장치를 상시가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조업금지구역이 많은 국내 어장 특성상 조업규제를 피하거나, 어선의 위치를 알리지 않기 위해 작동시키지 않고 있다.

기기적인 결함 문제도 안고 있다.

해경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4차례에 걸쳐 277억원을 투입, 어선 6만1600척에 위치발신장치의 한 종류인 V-PASS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사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사업 수행과정에서 제조업체가 사업을 철수해 장비의 수리를 받을 수 없게 되는가 하면 보급된 기기의 방수기능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부산지역의 한 수협 관계자는 “어선위치발신장치를 작동하지 않은데 대한 감시감독이 이뤄지지 않으니 누가 켜려고 하겠나”라며 “정부에서 어선법상 과태료를 300만원으로 상향조정하고 각종 규제조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불법어업을 통해 얻는 이익에 비해 처벌규정이 너무 약한 터라 실효성있는 제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낚시객은 모르는 낚시규제

낚시객도 금어기, 금지체장, 낚시금지구역 등 다양한 수산자원관리 규정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는 낚시객은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현행 낚시 관리 및 육성법에 따르면 수생태계와 수산자원보호를 위해 낚시로 잡을 수 없는 수산동물의 종류와 마릿수, 체장, 체중 등과 잡을 수 없는 낚시방법, 도구, 시기 등을 정할 수 있다. 

또한 동법시행령에서는 수산자원관리법 상 금지체장, 금어기 등의 규정을 낚시객들에게도 적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낚시객들이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미국에서 커피숍 등의 장소에 변경된 수산자원관리 규정 등을 담은 낚시수첩을 상시 비치하고, 규정 위반시 이를 강하게 규제하는 것과 대조된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장은 “과거 산림훼손문제나 교통법규 문제에 있어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를 통해 규제가 보편적인 수준으로 자리잡았다”며 “낚시와 관련한 수산자원관리 규제를 낚시객이 따르기 위해서는 우선 수산자원규제와 관련한 조항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계도한 후에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kdh0529@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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