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단순 가공식품 생산·판매보다
HMR시장에 맞춘 다양한 상품 게발해야 농업인 수취가격 향상 '도움'

▲ 농협목우촌의 다양한 HMR제품들.

# HMR 기술 진일보 중

최근 육가공업계는 급속냉동기술과 안전조리기술을 통한 냉동·냉장 완제품을 기본 개념으로 상온에서도 보관이 가능한 다양한 HMR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신선육을 원료로 급속냉동한 닭가슴살을 퍽퍽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맛있닭’도 헬스장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곰탕, 사골국, 삼계탕 등 즉석 국·탕 카테고리에서 ‘CJ 비비고 육개장’, ‘하누소 왕갈비탕’ 등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건 ㈜산과들에프앤씨 공장장은 “현재 냉동식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HMR은 편의식이 더 편하게 간 경우로 최근 초고압 살균 기술 적용 등을 통한 상온 보관 제품이 새로운 추세를 형성해 가고 있다”면서 “상온 보관 제품은 굳이 냉장 보관이 필요없어 상품 매대 활용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만 앞으로 소비자의 인식에 어떻게 자리할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다양한 HMR 제품 개발이 한창인 산과들에프앤씨의 연구개발실 모습.

# HMR 시장 놓고 경쟁 치열

HMR은 소규모 개인 기업 차원에서 접근하기는 어려운 시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냉동·냉장 식품에 이어 다양한 상온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첨단, 대형, 자본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에 HMR 시장을 놓고 CJ, 오뚜기, 풀무원 등 대기업들이 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축산식품 산업을 선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팜스코의 경우 여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자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후발주자로서 기능적으로 특화된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팜스코 관계자는 “HMR과 관련해 학교급식, 군 PX, 건강 헬스 부문으로 특화해 기능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현재 초고압 등 특수설비는 없지만 냉장·냉동설비를 한 곳에서 활용하면서 도축장에서 바로 나온 신선한 냉장육을 원료로 고객니즈에 따라 생산설비를 가동하는 한편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에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목우촌도 다양한 HMR 출시를 통한 종합식품회사로서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농협사업분리 이후 경제사업간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신모델체계 구축에 목말랐던 농협목우촌으로서는 HMR시장으로 진출이 그 기회가 될 것이란 판단아래 적극적인 모습을 모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7월 농협하나로유통이 자체 프리미엄 HMR 브랜드인 ‘오케이쿡’을 론칭한 것을 기회로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다.

농협목우촌은 100% 국내산 원료만을 사용해 삼계탕류, 국(탕)류, 죽류, 안주류 등 총 28종의 HMR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며, 지난해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식사류, 간식류, 안주류에 대한 신제품 개발을 통한 제품군 확대와 브랜드 인지도 강화 등을 통해 100억원의 매출을 거두겠다는 목표다.

권태영 농협목우촌 상품기획팀 과장은 “HMR 시장트렌드를 보면 단순요리에서 복합요리로, 저가상품에서 프리미엄상품으로, 단순 PB·PL 제품에서 NPB(National Private Brand:공동개발 브랜드)·MPB(Manufacturing Private Brand:우수 중소생산자 브랜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에 타 대형유통점에 비해 시장내에서 목우촌 HMR 상품의 제품수가 적은 만큼 시장진입 초기 다양한 상품 개발을 통한 다품목 동시입점과 함께 안정적인 시장정착을 위한 영업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국내산 원료 사용위한 정책지원 강화해야
   
업계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HMR 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소형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포장 및 저장, 가공기술의 개발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영세 식품 가공업체가 자체적으로 포장 및 저장, 가공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자금이나 인력, R&D 역량 측면에서 쉽지 않은 만큼 정부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구조적인 특징에 비해 비교적 높은 국내산 원료 이용률을 보이기 때문에 원료 농산물의 단기 구매자금 지원 및 품종개발, 가공용 생산단지 육성 등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경연 관계자는 “대규모 업체로의 쏠림현상으로 소규모 HMR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조업체들은 적은 출하처와 낮은 상표 등록률을 보이고 있어 유통업체의 불공정 관행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HMR은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단일 식재료만을 사용해 생산된 식품보다 오염의 위험이 높다”며 “위생 및 안전성 관리와 원산지 표시제, 식품 표시 기준 등의 단계적 강화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농업인 수취가격  향상으로 이어져야

농업인들의 수취가격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대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따라서 HMR 시장 성장에 따라 농협중앙회, 조합공동사업법인, 품목조직을 필두로 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동환 안양대 교수는 “판로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몇몇 농업인들이 HMR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농협중앙회가 산지와 농협이 할 수 있는 부분을 깊이 있게 검토한다면 시장 접근이 가능하다”며 “안성물류센터 등의 물류센터를 활용한 마케팅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편의점 내에서 HMR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산지에서 다양한 대응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산지조직의 전문화, 다양화에 대한 노력은 없었으나 원료를 바탕으로 한 제품 개발로 제조업체와 코웍을 한다면 농업인들의 수취가격이 향상될 수 있다”며 “개별 영농조직이 할 수 없는 일인 만큼 조합공동사업법인이 소비지가 원하는 상품을 확인해 일괄적으로 상품 납품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국산 농산물 가격 급등 등으로 인해 도시락 원료에 수입농산물이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채소류는 도시락 수요에 대한 공급이 가능하고 주력 반찬이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축산부류는 수입육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과일의 경우 B품을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경쟁력 측면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농가 스스로 가공하기 어렵고 소득으로 바꾸는 게 녹록지 않으며 안전성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HMR도 시스템과 가공 주체가 명확해야 한다는 의견도 도출됐다.

안재경 농협경제지주 품목연합부 국장 “농협이 역할을 담당한다면 시스템, 가공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토마토 전국연합의 경우 오뚜기와 익혀먹은 토마토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농업인들은 생산까지만 책임지고 별도의 주체가 가공을 담당해 그 소득을 농가에게 돌려주는 구조로 바뀌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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