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본 어시장, 어떻게 다른가 上-[르포] 서일본 어시장을 가다

▲ 후쿠오카 어시장의 전경. 일본 정부는 수산물 위생·안전성을 높이고자 위생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차량이 나가사키 어시장에 들어서자 나가사키 어시주식회사의 근무자가 차량을 막아서며 방문목적과 행선지를 물어본다.

어찌보면 과도한 통제라고 느껴질 법도 하지만 그들에게 이같은 통제는 당연했다.

어시장은 국민들에게 공급되는 수산물들을 처리하는 곳인만큼 외부인들의 무분별한 접근을 차단하고 식품의 위생·안전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를 줄여나간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었다.

우리와 닮은 듯 다른 일본의 어시장, 그들은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지난 16~18일 일본 후쿠오카, 마츠우라, 카라츠, 나가사키 어시장을 찾아 시장의 운영현황 등에 대해 살펴봤다.

  上-<르포> 서일본 어시장을 가다
  下-일본 어시장, 부산공동어시장과 어떻게 다른가

▲ 지난 5월 18일 새벽, 일본 마츠우라 어시장에서 경매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경매는 수지식으로 진행된다.

# 비린내가 없는 어시장
“여기 어시장 맞아?”

지난 18일 새벽에 찾은 마츠우라 어시장에는 대형선망어선이 입항, 양륙작업이 한창이었지만 과연 여기가 등푸른 생선의 양륙과 경매가 이뤄지는 어시장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지난 18일 일본 마츠우라 지역은 비가 와서 습도가 높은데다 기온까지 높아 비린내가 나기 쉬운 날씨였다.

특히 마츠우라 어시장은 낙후된 시설을 개선코자 현대화를 추진 중인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았다.

이는 비단 마츠우라 어시장만의 일이 아니었다.

일본 현지 출장기간동안 방문한 후쿠오카, 카라츠, 나가사키 등의 어시장에서도 비린내는 거의 나지 않았다.

부산공동어시장을 자주 찾는다는 요시다 마츠우라 어시주식회사 부장은 “해수는 깨끗한 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바닷물을 이용해 어시장 내부를 청소하는 것 같다”며 “또한 수산물이 바닥에 닿을 경우 선도가 저하될 뿐만 아니라 시장 내부에 비린내가 나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 마츠우라 어시장에서 사용중인 선별기. 마츠우라 어시장에서는 어획물의 양륙에서부터 선별, 경매의 모든 과정이 3시간 이내에 이뤄진다.

# 3시간 내에 저온시설로
정신없이 돌아가던 선별기의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자 지게차들이 분주해졌다.

어획물들은 선별기를 통과한 후 규격화된 플라스틱 어상자에 담겼고 지게차 운전자들은 능숙한 솜씨로 어상자를 경매장으로 옮겼다.

고등어가 담긴 어상자들이 경매장에 하나 둘씩 쌓여가자 중도매인들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이내 수지식 경매가 진행됐다.

첫 번째 어획물에 대한 경매가 끝나자 중도매인들은 다른 어획물의 경매를 위해 옆의 어획물로 이동했고, 지게차는 경매를 마친 어획물들을 저온시설로 부지런히 옮겼다.

2시간 40분. 운반선에서 양륙된 수산물은 불과 2시간 40분만에 선별과 경매를 모두 마치고 저온 시설로 이동하고, 저온시설에서는 소비지로 보내기 위한 재포장 작업을 거쳐 어획물을 출고한다.

양륙에서 선별, 경매가 이뤄지는 전 과정에서 어획물이 바닥에 닿는 일은 없었다. 어획물이 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이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어시장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카토 히사오 원양선망어협 조합장은 “고등어를 비롯한 등푸른 생선은 선도가 저하될 경우 비린내가 많이 난다”며 “따라서 일본에서는 선도 유지를 위해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카라츠 어시장의 전경. 카라츠 어시장을 비롯한 일본의 어시장에서는 조류의 분변에 의한 오염을 막고자 그물 또는 철조망을 이용해 새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 새들의 접근도 막는다
일본 현지 취재에서 가장 생경한 광경은 어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철조망이었다.

지난 16일 찾은 후쿠오카 어시장이나 카라츠 어시장, 17일 방문한 나가사키 어시장, 18일 방문한 마츠우라 어시장 모두 그물이나 철조망이 양륙장과 경매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는 갈매기를 비롯한 각종 조류가 어시장 내부로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코우 카타야마 나가사키 어시주식회사 부장은 “산지 어시장에는 다양한 조류들이 오가는데 조류의 분변 등은 수산물의 위생·안전성을 크게 해치는 요인”이라며 “산지의 수산물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시장에 펜스를 치고 조류의 접근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볼 수 있었던 또다른 특이점은 양륙·선별·경매가 이뤄지는 장소로 진출입하는 곳에 소독조와 세면대였다.

이는 현대화가 이뤄진 시장뿐만 아니라 예전 시설의 일부만을 재정비한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시장종사자의 진출입로를 제한, 시장으로 진입시 소독조에 장화를 세척하고 손을 씻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조류를 차단하거나 종사자의 장화세척, 손을 씻는 시설 등은 큰 비용이 들이지 않고도 수산물의 위생·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국내 수산업계에서 ‘수산물은 어쩔 수 없어’, ‘그건 현장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일축해오던 것과 가장 대조되는 지점이었다.

▲ 카라츠 어시장의 양륙·선별시설로 진입하는 길목에는 장화를 세척할 수 있는 세척조와 손을 씻을 세면대가 마련, 위생적인 수산물 처리를 유도하고 있다.

# 수산물 위생고도화 ‘한창’
“수산물은 식품인 만큼 위생이 가장 중요합니다.”

출장기간 중 만난 어시장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위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서일본 지역의 주요 어시장에서는 크고 작은 규모의 현대화사업이나 재정비 사업이 모두 이어지고 있었다.

통상적으로 일본의 어시장은 지자체가 소유하고 별도의 주식회사 법인에서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일본의 위생관리 고도화 정책은 현 단위 주도로 중앙정부의 보조금을 받아서 추진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시설을 전부 재건축하는 현대화사업을 하거나 위생관리에 있어 필요한 부분을 일부 개선하는 재정비사업으로 분류해 추진한다.

사업 추진 역시 국가나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144억엔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차액은 지자체에서 나눠서 부담하는 형태로 현대화사업을 위한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 계획에 따라 재정비와 현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코우 카타야마 부장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어시장 위생고도화 사업들은 위생관리 강화를 통한 어획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단발성 사업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전국 각 어시장에서 유통되는 수산물의 위생·안전성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나가사키 어시장은?
나가사키현이 1948년 6월 30일 개설한 수산물 시장으로 나가사키시에 위치, 나가사키 어시주식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시장 면적은 22만1482㎡, 자본금은 1억엔이다. 근무자수는 정직원 82명을 포함 216명이며 저인망어업, 선망어업, 기타 어업 등에서 생산한 수산물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경매는 매일 05시에 시작하며 2017년 기준 13만5663톤의 수산물이 나가사키 어시장에서 유통됐다.

# 마츠우라 어시장은?
마츠우라 어시장은 나가사키현 마츠우라시에 위치한 어시장으로 마츠우라시가 1979년 개설한 시장이다. 마츠우라 어시장은 현재 서일본 어시주식회사가 운영하고 있으며 자본금 9110억엔이다. 주로 취급하는 것은 일본 선망어업 어획물이며 연평균 9만9000톤 가량의 수산물이 거래된다. 근무자 수는 정직원 55명을 포함한 196명이다.

▲ 코우 카타야마 부장

[인터뷰] 코우 카타야마 나가사키 어시주식회사 부장

-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위생관리 '주력'

“일본의 어시장들이 수산물의 위생·안전성에 있어 일본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요구에 최대한 부합하는 수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위생관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일본 나가사키 어시장에서 만난 코우 카타야마 나가사키 어시주식회사 부장은 일본의 어시장이 일본 국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냐고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수산물의 위생적인 선별·처리 과정은 수산물의 신선도와 직결되는 문제인 동시에 어획물의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양륙과 선별과정에서 신선도가 저하되는 것을 최대한 줄여야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 정부는 국민들에게 안전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동시에 일본산 수산물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위생·안전성 관리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수산물 유통과정에서 위해요소를 줄이기 위해 시장내에서 나무조각이나 쇳조각 등이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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