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모래 의존도·채취량 증가
대체골재 연구 '전무'…강행명분만 찾아
골재채취단지 회복은 '불가능'…복구의무도 없어 속수무책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바닷모래채취를 둘러싼 갈등이 2막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은 바닷모래채취피해대책위가 10일 열린 골재채취단지 지정변경 공청회에 앞서 결의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

지난 10일 열린 남해 골재채취단지 해역이용영향평가 공청회를 기점으로 바닷모래채취를 둘러싼 갈등이 2막을 맞이했다.

국토교통부와 해양환경공단은 지난 10일 경남 통영시 비치캐슬호텔에서 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 골재채취단지 지정변경(5차) 해역이용영향평가서(초안) 주민공청회를 개최했다.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바닷모래채취피해대책위원회는 이날 공청회에 앞서 어업인 결의대회를 갖고 반대의 뜻을 전달하는 동시에 공청회에서도 바닷모래채취를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에 바닷모래채취를 둘러싼 갈등이 왜 반복되는지 짚어봤다.

# 증가하는 바닷모래채취량
어업인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바닷모래 채취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골재수급에서 바다골재 의존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는 부산의 항만건설에 사용될 모래를 공급키 위해 2008년 9월 최초로 지정되며 바닷모래채취가 시작됐다. 하지만 당초 국책사업용으로 한정하겠다는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국토해양부는 2010년 남해 EEZ골재채취단지 1차 지정변경을 하면서 바닷모래를 민수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상황을 거치면서 바닷모래채취량과 전체 골재채취량에서 바닷모래 의존도는 점점 높아졌다.

국토교통부 골재자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92년 10만1826㎥수준이었던 전체 골재채취실적은 지난해 8만6772㎥로 줄었다.

1992년 1만5546㎥였던 바다골재채취실적은 증감을 반복하며 꾸준히 증가, 지난해 1만9467㎥를 기록했다.

지난해 채취실적이 2만㎥ 수준에 그친 것은 어업인들의 반발로 남해 EEZ와 태안, 인천 지역의 바닷모래채취가 불가능했기 때문으로 이들 지역에서 계획대로 바닷모래가 채취 됐을 경우 3만㎥ 수준의 바닷모래를 채취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1992년과 2016년의 골재채취량 중 바닷모래에 대한 의존도를 비교해보면 1992년 15.26%에서 2016년 33.10%까지 높아졌다.

# 원상복구는 ‘불가’…복원 의무도 없어
2008년부터 현재까지 엄청난 양의 바닷모래를 채취했지만 사실상 원상복구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채취한 바다모래의 양은 남해 EEZ 6236㎥, 서해 EEZ 4295만㎥ 등 1억765㎥에 이른다.

남해 EEZ에서 채취한 바닷모래채취의 양만해도 여의도 63빌딩 95개를 건설할 수 있는 양에 달한다.

문제는 이처럼 엄청난 양을 준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남해의 해저 모래는 1만5000여년 전 간빙기부터 현재까지 육상에서 유입돼 퇴적된 것으로 모래채취로 변형된 해저지형은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주요 하천이 댐 등으로 차단, 하천에서의 모래유입이 차단된 상황에서는 회복이 더욱 늦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본 사가현의 경우 모래채취가 끝난 후 5년이 지나도 해저지형에 큰 차이가 없었으며 후쿠오카현 연안에서는 5m깊이로 파헤쳐진 해저지형은 모래채취가 끝난지 20년이 지나도 1~4m만 회복되는데 그쳤다.

골재채취법상 바닷모래채취시 복구의무를 부여받은 이가 아무도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해양수산부는 1999년 유권해석을 통해 바닷모래채취로 해저지형 변화가 발생해도 이에 대한 복구의무를 면제해줬으며, 이후 별도의 유권해석은 제시하지 않았다.

즉, 골재채취법에 따라 바닷모래채취를 통해 해양환경을 파괴할 권리를 부여받은 사람은 있어도 훼손된 해양환경을 복구할 의무를 부여받은 사람은 없는 것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과거 유권해석이 내려진 이후 별다른 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골재채취업체에 복원의무가 없는 것이 맞다”며 “해수부에서는 현재 바닷모래채취에 따른 해양환경의 복원을 위해 관련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며 향후 복원과 관련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대체골재 연구 ‘전무’
바닷모래채취를 둘러싼 갈등이 극심함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에서는 제대로 된 대체골재 연구조차 진행하지 않다 지난해 말에야 겨우 연구에 착수했다.

국토부 건설산업과 관계자에 따르면 이제까지 진행된 대체골재와 관련된 연구는 진행된 것이 없으며,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동남권 골재수급과 관련한 연구용역이 진행하고 있다.

수산업계에서는 줄기차게 골재원을 다변화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2004년 당시 건설교통부에서는 태안군의 바닷모래채취를 재개하면서 모래공급원 다변화를 위해 부순모래와 재생골재, EEZ모래의 공급을 확대하고 북한 등으로부터의 수입도 늘려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재원다변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고, 지난해 10월이 돼서야 떠밀리듯 ‘동남권 골재수급 정상화를 위한 골재원 다변화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골재원 다변화 방안 연구용역의 내용역시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10월 국토부에서 공고한 골재원 다변화 연구용역 제안요청서에서는 ‘바다골재채취에 대한 당위성 및 바다골재품질확보 방안 제시’와 ‘바다골재채취에 따른 환경피해 및 어업피해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여 일정 물량의 바다골재물량 확보’를 명시했다.

바닷모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연구용역에서조차 바다골재채취를 강행할 명분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순환골재 활성화 정책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국토부는 순환골재활성화를 위해 순환골재를 기둥, 보 등 콘크리트 주요 구조체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골재표준 개정안을 최근 고시했지만 관련 제도의 미비로 오히려 건설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양질의 순환골재를 생산하기 위한 시스템도 전혀 마련되지 않은데다 순환골재 유통을 위한 저장공간과 설비를 제대로 갖춘 업체가 국내에 없으며 정부에서 이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방안마저 전무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순환골재 활성화의 필요성이 제기돼왔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오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과 관계자는 “순환골재는 품질기준을 제대로 갖추지 못할 경우 사용이 안 되도록 하고 있다”며 “또한 대체골재원을 마련키 위한 연구용역은 따로 진행된 것이 없고 지난해부터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 준비 없이 ‘또 강행’
어업인들이 바닷모래채취 재개에 반대하는 것은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저감시킬 방안없이 또다시 바닷모래채취를 재개하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골재수급안정대책을 통해 채취금지구역 설정, 채취깊이 제한, 채취지역 복구 의무화를 추진하고 불법채취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 실시간 모니터링체계 구축 등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방안들은 아직까지 추진중인 상황으로 완료됐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간 진행됐던 골재채취단지 지정변경에서 어업인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업인들에게 정부를 믿으라고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통영어업피해대책위원회 소속 박대기 씨는 지난 10일 열린 공청회에서 “골재채취단지와 관련한 1차 공청회부터 5차 공청회까지 전부 참석했는데, 이제까지 수많은 건의사항을 내놔도 단 하나도 이행된 것이 없다”고 지적하며 “오늘 이 자리에도 바닷모래채취와 관련한 권한과 책임이 있는 국토부, 해수부,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아무도 없고 교수들만 앉아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해양보전과 관계자는 “해수부 소관의 행정규칙 등은 현재 개정작업이 진행중이며 이달 말 경 규정개정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더불어 공유수면 점·사용료 인상 등 지난해 발표된 골재수급안정대책에 포함된 사항들 역시 규정개정작업이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양환경공단 골재채취단지관리팀 관계자는 “바닷모래채취를 관리하기 위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올해 안에 시스템 구축과 시범운용을 끝마친다는 목표로 진행 중”이라며 “더불어 원스트라이크아웃제도 등도 골재업체에 허가조건으로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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