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켜버린 조업구역…경쟁 심화
어업인간 갈등 심각…사회·행정비용도 만만치 않아
좁아진 어장, 줄지 않는 어선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연근해 조업구역 구분은 아주 오랜기간 문제가 제기돼온 뜨거운 감자다.

선복량 10톤을 기준으로 연안어선과 근해어선을 나누고 있지만, 근해어선이 연안까지 접근해 조업하는가하면 기술발전 등의 영향으로 9.77톤급 연안어선들이 먼 바다로 나가 항차조업을 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조업구역으로 어업인들의 조업경쟁이 심화돼 어업인간의 갈등이 심각, 사회적 비용이 높은 실정인데다 이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정부의 행정비용도 높다.

현행 연근해 조업구역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上-뜨거운 감자, 연근해조업구역조정
  下-[지상중계] 연근해조업구역, 이대로 괜찮은가 좌담회

# 자원약탈형 경쟁적 조업구조
국내어선들은 유엔 해양법 발효와 한·중·일 어업협정 체결로 좁아진 수역에서 소규모 연안어선과 근해어선이 뒤섞여 조업하고 있다.

좁은 수역에서 많은 수의 어선들이 조업하다보니 어업인간 조업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연근해어선의 조업구조가 ‘자원약탈형 경쟁적 조업구조’로 명명되기도 한다.

이같은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4년 UN 해양법 발효와 한·중·일 어업협정 등으로 연근해어선의 조업수역이 크게 줄었다. 어장은 큰 폭으로 줄었지만 어선은 줄어든 어장에 비해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그 결과 좁아진 어장에서 어선들이 모여서 조업했고 이는 결국 자원남획으로 이어졌다.

어업인간 조업경쟁이 심화됐지만 해수부는 이를 방치했다. 그 결과 수산자원은 감소했고 어업인간의 갈등 역시 극심해졌다.

엄선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은 “UN해양법발효와 한·중·일 어업협정 체결 당시에는 해수부가 선택한 솔루션이 최선의 방법이었다”며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연근해어업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변화했고 조업구역문제는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채 상황이 악화돼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심화되는 갈등, 사회적 비용은 ‘증가’
현행 조업구역 관련 제도의 또다른 문제점은 사회적 비용과 행정비용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동일한 수역에서 공유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하다보니 조업구역, 어구어법 등을 둘러싸고 어업인간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구조적으로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업인의 민원은 수시로 제기돼왔다. 해수부는 그때마다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대신 임시적인 대책을 제시했다.

어업인간의 갈등은 어업분쟁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사회적 비용증가로 이어졌다.

어업인간의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해수부나 지자체에서 어업조정위원회를 구성, 분쟁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어업조정위의 조정결과가 법적인 효력을 갖지 못한 터라 분쟁을 해소하는데는 역부족이다.

특히 업종별 단체간의 갈등의 경우 단체장이 바뀔 경우 기존의 분쟁조정결과를 무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행정 비용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불법어업을 감시·감독해야하는 정부나 지자체조차 명확히 알기 힘들 정도로 조업구역이 복잡해 감시·감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수산업 관련 제도들의 대부분은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데 일본 역시 조업구역과 관련한 분쟁이 매우 많으며 수산자원관리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오래전부터 조업구역으로 인한 문제가 계속 대두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어업인과의 마찰을 이유로 문제를 직시하지 않았고, 그 결과 지금은 연근해어업정책 중 산업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게 전혀 없어진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산란장보호·어업제도개선, 조업구역에 ‘발목’
조업구역은 산란장 보호나 수산자원관리 패러다임전환에도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조업구역은 어획강도가 높은 근해어선들도 어류의 산란장 인근에서 조업을 할 수 있다. 산란장은 수산자원 재생산을 위한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조업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수산자원관리의 패러다임을 TAC(총허용어획량)제도를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TAC제도의 대상을 대폭확대하고 다른 어획노력량 규제들은 큰 폭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하지만 현행 조업구역제도로는 연안어업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제도개선 관련 논의를 시작하기도 어렵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연안어업은 연안어촌의 근간이 되는 산업인 동시에 수산업의 공익적 기능의 중추가 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조업구역제도는 연안어업인과 수산자원 모두 보호하지 못하는 형태로 만들어져있다”고 지적했다.

엄 부연구위원은 “조업구역조정의 필요성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누구도 선뜻 나서기 힘든 문제”라며 “조업구역 조정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터라 해수부의 공무원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갈등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조업구역조정문제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지만 어가인구와 수산자원의 감소, 어선노후화 등 수산업이 직면해있는 위협요소를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며 “큰 틀에서 향후 연근해어업을 어떻게 육성해나갈지를 고민하고 이에 위한 대안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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