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축산분야 교류 대비...기본계획 수립 필요
비정치적 기구 통한 교류 '물꼬' 트는 것이 우선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지난 9월 남북 정상의 실질적 종전 선언 이후 산업계 전반에는 남북경협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축산업계 종사자들도 관심 있게 귀추를 지켜보고 있지만 축산을 비롯해 북한 농업 전반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김수기 북한축산연구소장(건국대 농축대학원장)을 만나 북한 축산의 현황과 남북 축산업의 발전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 김수기 북한축산연구소장.

# 축산은 북한 ‘고리형 순환생산체계’ 핵심
북한의 축산업은 현재 염소, 양, 토끼 등 작은 초식 동물 위주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북한의 가축 사육마릿수는 토끼가 3250만마리로 가장 많고 닭 1450만마리, 오리 600만마리, 염소 3368만2000마리 등의 순이었다. 주민에게 돌아갈 식량조차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량의 곡물 사료를 필요로 하는 소와 돼지 등의 대량 사육은 아직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소를 방목, 초식 위주 사육도 가능하지만 토지의 활용에 있어서도 주로 주민의 식량 공급원이 될 수 있는 옥수수와 같은 잡곡 위주의 생산에 치우치다보니 목초 생산이 수월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처럼 북한의 축산업은 주민 식량 문제에 밀려 더딘 발전을 하고 있지만 김수기 소장은 오히려 축산업 확대가 이뤄져야 주민의 식량 생산 안정성 확보도 수월해진다고 말한다. 

김 소장은 “북한은 축산 기반이 절대적으로 약해 거름으로 환원되는 양이 적고, 그러다보니 적은 양이지만 화학 비료의 지속 사용으로 인한 토양 산성화 등의 문제도 발생해 작물 수확량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며 “축산 부흥이 이뤄지면 주민의 단백질 공급원이 될 뿐만 아니라 축산 분뇨도 유기질 비료로 경종 농가에 공급할 수 있어 북한이 말하는 축산과 농업이 연계되는 ‘고리형 순환생산체계’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축산만 활성화되면 농가소득이 올라가고 2차 가공도 활성화될 것”이라며 “축산발전 없이는 북한의 농촌도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남북한 축산 교류, 북(北) 의지가 관건
다만 김 소장은 축산의 경우 자본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단기간에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 내부에선 이미 ‘풀과 고기를 바꾸자’ 등과 같은 슬로건이 나오며 축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개인 축산도 장려하고 있다. 국영농장이나 약 3000여개의 협동농장 등을 중심으로 시설 현대화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열악한 환경의 농장이 훨씬 많으며, 개인 축산의 경우 쉽게 길러 장마당에 팔 수 있는 토끼와 닭 위주이고 돼지도 협동농장으로부터 받아 1~2마리 대리 사육을 하는 정도가 전부다. 

이런 이유에서 남북경협은 북한 축산 문제 해결의 빠른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이에 김 소장은 “남북경협이 진행되면 남한이 여러 방법으로 북한 축산 발전의 물꼬를 터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결국 북한이 어느 정도까지 시장을 개방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무엇 하나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북한이 우선은 전체적인 인프라 구축 등 시급한 문제에 대한 요청을 할테고 그런 것들이 원활히 이뤄지면 적절한 시기에 농축산 협력방안을 제시하지 않을까 본다”면서 “향후 남북한 축산 협력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지금부터라도 어떤 부분에서 남북이 서로 이익을 주고 받을 수 있을지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며 준비를 시작해 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남북 축산 협력 방안 연구 위한 전담조직 마련 필수
그 일환으로 김 소장은 가장 먼저 남북 축산협력을 이끌고 나갈 단기·중기·장기적 기본계획 수립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가칭 ‘한반도축산발전협력센터’ 구축이 기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료·사양·수의 등 분야별, 축종별 전문가 등이 모여 북한 축산을 연구하고 남북 축산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전담조직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은 만큼 사단법인의 형태든 정부기구 형태든 정부의 지원 하에 안정적으로 노하우를 축적해 나갈 수 있는 조직의 구성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남북한 축산 관련 전문가 학술회의 등 큰 재정 투입을 요하지 않는 부분에서부터 교류의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남북의 축산 분야 협력에 있어 남한 단독의 그림으로 청사진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김 소장은 북한이 그리고 있는 축산 부흥전략, 지역 등을 예측·연구하는 등 탄탄한 준비 과정이 있어야 남북 경협을 위한 회담 개최 시 서로가 만족할만한 협력 방안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경협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국제연합(UN) 산하기구처럼 비정치적 기구와 협력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과거 남한은 2000년대 북한에 양돈장을 신축하고 기술 교육, 컨설팅 등 교류를 이어온 바 있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악화되자 모든 교류 채널이 끊겨버렸다. 

이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한 축산 교류 정체를 방지하기 위해 비정치 기구와 함께 기금을 조성하는 등 경협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소장은 마지막으로 남북 축산교류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현 정부와 북한이 개방을 통한 적극적 경협을 바라는 입장이니 청신호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국가 간 지속적으로 평화를 위해 협력한다면 농축산분야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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