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MSC 인증 수산물 취급 확대
대구 최대어장 파괴 원인…무분별한 남획·불법어업 '소비자 분노'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지속가능어업 인증인 MSC(해양관리협의회) 인증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에 유통되는 수산물 중 14% 가량이 이미 MSC인증을 받았으며 유럽, 북미를 넘어 중국도 MSC인증에 가세,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MSC, 경쟁을 넘어 공생으로’를 주제로 한 연중기획을 통해 MSC의 태동과 확산, 우리 수산업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 3만명의 어업인, 생업을 잃다

MSC가 태동한 배경에는 유럽의 대중성 어종인 대구자원의 감소가 자리잡고 있다.

캐나다 뉴펀들랜드주의 그랜드뱅크스는 세계 최대규모의 어장 중 하나로 특히 대구와 청어가 풍부한 어장이다.

그랜드뱅크스 어장은 이어지는 남획으로 자원량이 급감, 1992년 캐나다 정부가 대구조업에 대한 긴급중단조치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3만명에 달하던 어업인들은 생업을 잃게 됐으며 수산물의 공급이 중단된 수산물 유통기업들 역시 공급차질로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어장의 황폐화로 수산물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수산물 가격은 급등했다. 1976년 1톤당 112달러 수준이었던 영국의 대구가격 추정치는 어업인들의 남획과 불법어업에 힘입어 1990년 24달러까지 하락했다. 남획의 결과 어장은 황폐화됐고 대구가격 추정치는 1992년 1톤당 84달러 수준에서 1993년 1083달러, 1994년 3045달러, 1995년 3790달러까지 치솟았다.

 

# 분노한 소비자, 남획 중단을 요구하다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웠던 어장이 남획으로 파괴되자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대구는 영국 등의 지역에서 가장 흔하게 먹는 요리 중 하나인 피쉬앤칩스의 주 원료다. 조업기술이 발달하면서 대구 어획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산자원의 남획에 따른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경고조차 없었다.

결국 어장은 파괴됐고 유럽의 소비자들에게는 더 이상 피쉬앤칩스가 쉽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아니었다.

대구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은 대구가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공급될 수 있었던 배경에 어업인들의 무분별한 남획과 불법어업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됐다.

소비자들은 어업인들에게 수산자원의 남획과 불법어업을 중단할 것과 앞으로 수산물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서종석 MSC한국사무소 대표는 “대구어장이 파괴되면서 소비자들은 수산물이 저렴하게 공급될 수 있었던 배경에 수산자원남획과 불법어업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고 유럽의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남획 중단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며 “이제 유럽과 북미 등의 지역에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생산된 수산물을 거부하면서 소비자가 수산자원관리의 중심에 자리잡게 됐다”고 말했다.

 

# MSC의 출범과 확산

그랜드뱅크스의 대구어장붕괴는 곧 MSC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1992년 캐나다 정부의 대구조업금지령으로 글로벌 수산물 유통기업인 유니레버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던 중 국제 NGO인 WWF(세계자연기금)가 해양생태계보존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1997년 WWF와 유니레버가 힘을 모아 MSC를 출범시켰고 출범이후 20여년간 엄청난 속도로 확산,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에 유통되는 수산물의 14%가 MSC인증을 받았다.

인증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다국적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이 뒷받침 됐다.

월마트, 세인스버리, 까르푸, 이케아, 코스트코 등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하얏트, 힐튼, 샹그릴라 등 글로벌 호텔체인, 맥도날드, 서브웨이 샌드위치 등 외식기업, 올림픽 위원회 등도 MSC의 확산에 동참하기로 한 상황이다.

 

# 인식 미진한 국내 수산업계

MSC 인증이 전세계에서 폭발적인 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국내 수산업계는 아직 MSC에 대한 인식조차 미진한 실정이다.

현재 국내 수산업계 중 MSC인증을 받은 곳은 삼진어묵, 한성 등 일부 가공·유통기업에서 유통인증을 받은 것이 전부인 상황이며 생산단계에서는 동원산업이 MSC인증을 앞두고 있다. 또한 미역 생산업체인 기장물산을 비롯한 2개 업체는 해조류에 대한 MSC와 ASC(양식관리협의회) 인증을 추진하고 있는 수준이다.

국내에서도 인증이 시작되고 있지만 연근해 어업인들의 인식은 여전히 미진하다. 대부분의 어업인들은 MSC가 어떤 인증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MSC의 빠른 확산이 국내 수산업계의 경영안정에 치명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는 “수출시장에서는 이미 MSC를 요구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고, 국내 시장에서도 올가, 행복중심생협 등을 중심으로 MSC를 요구하는 유통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마트나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유통대기업에서 MSC인증을 요구하기 시작할 경우 국내 수산업계의 판로위축은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어선어업에서 MSC인증은 적어도 3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수산업계의 경영안정을 위해서라도 MSC 인증을 취득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며 “또한 MSC인증은 자원남획형 어업 개선에 효율적인 인증인만큼 국내 수산업계의 체질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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