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재업자 편의위해 해양환경파괴 심각한 방식으로 모래 준설
KOEM이관에도 불구 골재업자 편의위주 앵커준설방식 선정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골재업계, 지자체 사업에도 채취량 축소보고

- 수자원공사 골재채취단지관리 전문성 부재·관리소홀 명백

- 모래가격, 건설원가에서 차지 비중 고작 0.4%…건설업계가 우려한 '골재대란' 없어

- 수산자원고갈 초래 지적에도 대체골재 연구 '전무'…재활용 골재원 공급비중 확대위해 골재확보 대책 마련·추진돼야 

(2) 대책없는 정부, 갈등 키웠다

# 파괴적 준설방식이 피해 키운다
우리나라 바닷모래채취는 채취방식에서도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골재업자의 편의를 위해 해양환경파괴가 가장 심각한 방식으로 모래를 준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사채취친환경적 관리방안연구(VI)’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해사채취과정에서 저서생물이 표층퇴적물과 함께 직접 제거되거나 기계적 파손에 의해 사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외국의 경우 바닷모래를 채취하더라도 준설깊이를 최대한 얕게 유지할 수 있는 트레일러 준설방식을 선호한다.

트레일러 준설방식은 같은 양의 해사를 채취할 때 앵커 준설방식보다 더 넓은 면적을 교란시켜야 한다. 하지만 해저면의 물리적, 생물학적 회복속도를 고려할 때 트레일러 준설방식이 궁극적으로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연구를 실시한 부경대 산학협력단의 입장이다.

부경대 산학협력단은 2009년에 제출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도 바닷모래의 분포범위가 좁고 깊은곳에 한정된 경우에만 앵커방식의 준설을 허가하고 기본적으로 트레일러 준설방식만 허용하는 것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채취허가구역내의 전 면적을 준설하기보다는 밭고랑을 만들 듯 준설하는 레인방식을 취해 자연회복을 촉진시키고 주요수산생물의 산란기에는 채취 중단하며 자연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곳은 채취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할 것을 제언했다.

▲ 강신숙 수협중앙회 상무<사진 왼쪽 첫번째>와 정연송 한수총 바닷모래채취수석대책위원장<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문승국 태안남부수협 조합장<사진 왼쪽에서 세번째> 등 어업인들이 태안군 바닷모래채취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 KOEM마저 골재업자 편의 위주로 준설방식 선정
해양환경공단(KOEM)은 해양관리법 96조에 따라 해양환경의 보전·관리·개선, 해양오염방제 등의 사업을 수행코자 설립됐다.

이 때문에 2017년 당시 어업인들은 KOEM이 바닷모래채취단지를 엄격하게 관리해줄 것으로 믿고 바닷모래채취단지 관리업무를 KOEM으로 이관해줄 것을 요구했고 결국 단지관리업무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KOEM으로 이관됐다.

하지만 KOEM은 어업인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해양환경공단은 지난해 발표한 ‘남해 EEZ골재채취단지 지정변경(5차) 해역이용영향평가서(초안)’에서 바닷모래채취 방식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앵커 준설방식을 선정했다.  

평가서에 따르면 앵커준설방식은 대량 및 연속적 준설에 적합하고 국내 준설선 확보에 용이하며 타 준설방법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

앵커준설방식은 골재채취업계 입장에선 저렴하게 바닷모래를 채취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어업인에게는 최악의 준설방식 중 하나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실시한 ‘해사채취 친환경적 관리방안연구(VI)(부제:수산자원분포 및 변동연구)’에 따르면 앵커 준설방식은 깊은 웅덩이가 형성돼 조업선들의 조업을 방해하고 웅덩이 부분을 빈산소상태를 만들어 수산생물의 폐사가 발생한다.

특히 해사채취구 주변해역에 생성된 웅덩이로 인해 수산과학원 조사선의 트롤전개판 와이어가 2회가 끊어지는 사례가 발생키도 했다.

이처럼 심각한 피해에도 KOEM이 해역이용영향평가서(초안)에서 앵커준설방식을 선정, 수산업계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 여실히 드러난 관리소홀
바닷모래채취단지에 대한 관리소홀은 주요한 쟁점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간 어업인들은 골재채취업자들이 채취규정을 정확히 준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같은 의혹은 감사원 감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017년 2월 제출한 ‘연안정비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EEZ골재채취단지에서 골재를 채취한 20개 업체는 355회에 걸쳐 실제 골재채취량 131만1251㎥에 비해 12만4110㎥ 적은 118만7141㎥만 신고했다.

이는 지자체인 부산 서구청이 발주한 송도 해수욕장 양빈사업에서 납품물량과 채취물량을 비교한 결과다.

이를 통해 EEZ골재채취업체들은 단지관리비 2억1570만3180원을 적게낸 것으로 드러났다.

바닷모래채취업체들이 채취물량을 축소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수자원공사의 골재채취단지 관리의 전문성부재와 관리소홀이 있었다.

현행 항만운송사업법에 따르면 선박에 관련된 증명과 조사, 감정은 감정사가 수행해야하며 선적화물을 싣거나 내릴 때 그 화물의 용적 또는 중량을 계산하는 일은 검량사가 수행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수자원공사는 2008년부터 2016년 8월31일까지 바닷모래채취단지의 단지관리비 징수과정에서 검량사가 실채취물량을 확인하지 않고 골재채취선박의 검정보고서상 선창용적을 기준으로 단지관리비를 징수했다.

선창용적마저도 감정사에 의한 검정보고서가 아니라 골재채취업체가 제출한 선박의 검정보고서상 용적을 기준으로 징수했다.

감사원의 감사과정에서 골재채취업체가 선창의 용적을 속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수자원공사는 2016년 9월 1일부터는 검량사를 통해 확인된 골재채취량을 기준으로 단지관리비를 부과하는 것으로 업무처리절차를 변경했다.

수십년간 이뤄진 골재채취가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돼왔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문제는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으로 납품된 것이 아니라 민간으로 공급된 물량이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과 연관된 계약의 경우 납품량과 채취량을 비교·확인할 수 있지만 민간으로 공급된 바닷모래의 양은 확인할 방법이 전무하다.

또한 검량사 등이 감시하는 채취물량마저 속여서 보고한 것이 드러났는데 해상에서 이뤄지는 바닷모래채취 규정을 준수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성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정책연구실장은 ‘바닷모래의 이용실태와 관리 개선방향’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한국수자원공사는 육상의 수자원관리를 전문으로 공공기관으로 바다에서의 골재채취와 무관하기 때문에 EEZ와 같은 바다골재채취단지의 관리자로서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한국수자원공사가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이 과다하고 골재채취단지관리와 같이 비전문분야를 수행하는 사업의 부실에서 비롯된 경영적자는 조직적인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바닷모래채취피해대책위 관계자는 “채취물량을 축소보고하고 선창의 용적까지 속이는 것을 보면 수자원공사의 바닷모래채취단지 관리가 얼마나 잘못됐었는지 짐작이 가능하다”며 “공공기관의 관리소홀이 명명백백 드러났는데 공사와 국토부 측이 직무를 유기한 것은 제대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고 축소보고한 업체에 대해서도 가산금을 부과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자체 사업에도 채취량을 축소보고하는데 민수용 모래에 대해선 얼마나 많은 축소보고가 있었겠나”고 물으며 “과거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데 정부가 앞으로는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말을 어떻게 믿어야 하나”라고 성토했다. 

# 건설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0.4%
골재업계에서는 바닷모래채취 중단으로 건설비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바닷모래가 건설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건설협회의 ‘2017년 건설경기 및 건설자재 전망’ 자료에 따르면 건설투자액 10억원당 투입되는 바닷모래는 156㎥다. ㎥당 2만6000원의 가격을 적용했을 경우 바닷모래의 투입가격은 10억원 중 406만원(0.4%) 수준에 그친다.

또한 2005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발간한 골재채취업무편람에 따르면 골재자체가 전체 공사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에 그쳐 바닷모래채취량 감소로 골재가격이 급증하더라도 전체 건설비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나마 건설업계가 줄기차게 우려를 표했던 ‘골재대란’도 일어나지 않았다.

건설업계에서는 ‘모래는 건설업의 혈액’이라며 바닷모래채취가 중단될 경우 건설사업 지연, 중단, 불량골재공급 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해왔다.

남해 EEZ의 바닷모래채취가 중단된 지 2년이 넘었지만 모래 중단으로 건설이 중단됐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골재업계와 건설업계의 우려가 공허한 이유다.

# 복구 의무도, 방안도 없어
바다에는 육상과 달리 복구의무를 부여받지 않는다.

현행 골재채취법은 골재채취의 허가를 받아 골재를 채취하는 자중 골재채취구역을 복구해야하는 자는 시·군·구청장이 지정하는 기간 내에 골재채취구역의 복구 등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바다에서 이뤄지는 골재채취는 복구의무를 부여받은 이가 없다.

해수부는 1999년 유권해석을 통해 바닷모래채취로 해저지형 변화가 발생해도 이에 대한 복구의무를 면제하고 이후 별도의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았다.

즉 골재채취법에 따라 바닷모래를 채취할 권한을 부여받은 자는 있지만 바닷모래채취로  훼손된 해양환경을 복구할 의무를 부여받은 사람은 없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과거 유권해석이 내려진 이후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터라 골재채취업체에는 복원의무가 없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복구의무 뿐만 아니라 복구방안이나 복구해역에 대한 관리방안, 해역복구활동에 준하는 의무 등을 부과하는 제도도 마련돼있지 않다.

장기간 이어진 바닷모래채취로 해저면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서해와 남해 EEZ지역에서는 움푹 패인 지형이 관찰되는 등 해저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수부는 지난해 3월에야 바닷모래채취해역의 복원방안을 마련키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 바닷모래에 매달려 대체골재 연구 ‘전무’
바닷모래가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한 연구는 없었다.

그간 어업인들은 바닷모래채취로 인해 수산생물의 산란장과 생육장이 파괴, 수산자원의 고갈을 초래한다고 수도 없이 지적해왔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역시 바닷모래는 ‘한정된 자원’이라는 점을 들며 골재수요를 줄일 수 있는 방안과 대체골재를 마련할 연구가 시급하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최재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2004년 ‘바닷모래채취와 정책대응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바닷모래는 재생불가능한 자원이기 때문에 기존 골재자원을 적극 재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며 “즉, 건축 폐자재 활용과 샌드밀과 같은 대체골재를 생산, 천연골재를 적게 사용하는 건축문화 정착과 건축기술개발이 선행돼야 바닷모래의 과도한 채취와 공급부족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장도 ‘남해 EEZ모래채취 갈등을 수습할 공동연구와 대책이 시급’이라는 동향분석 보고서에서 “일본은 1990년을 정점으로 바닷모래채취가 줄어드는 반면 쇄석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해양준설토와 오염해역의 준설토를 재활용한 골재를 생산, 건설에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재활용 골재원의 공급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인 골재확보대책이 마련·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이 계속 이어져왔음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에서는 제대로 된 대체골재 연구조차 진행하지 않다 2017년 10월에야 겨우 연구에 착수했다.

국토부의 발주로 이뤄진 ‘동남권 골재수급 정상화를 위한 골재원 다변화 방안’ 연구의 과업지시서 역시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토부가 공고한 제연요청서에서는 ‘바다골재채취에 대한 당위성 및 바다골재품질확보 방안 제시’와 ‘바다골재채취에 따른 환경피해 및 어업피해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해 일정 물량의 바다골재물량 확보’를 명시했다.

바닷모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연구에서조차 바닷모래를 채취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명분을 찾은 것이다.

순환골재 활성화 정책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국토부는 순환골재활성화를 위해 순환골재를 기둥, 보 등 콘크리트 주요 구조체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골재표준 개정안을 고시했지만 순환골재와 관련한 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오히려 건설업계가 반발했다.

양질의 순환골재를 생산하기 위한 시스템도 전혀 마련되지 않은데다 순환골재 유통을 위한 저장공간과 설비를 제대로 갖춘 업체가 국내에 없으며 정부에서 이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방안마저 전무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서는 순환골재 활성화 필요성이 오랫동안 대두됐지만 이에 대한 대책을 전혀 강구하지 않아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 대안없는 채취 중단돼야
바닷모래채취로 인한 피해는 명확하지만 정부에서는 바닷모래채취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2017년 12월 28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2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는 골재수급안정대책을 확정했다.

정부는 불법채취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채취상황 실시간 모니터링시스템 구축, 감시원 제도 운영, 사전협의절차 강화, 단지관리비 현실화 등을 조건으로 하되 채취량은 2022년까지 총골재대비 바다골재의 비중을 선진국 수준인 5%까지 줄여나가기로 했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어업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양환경 대책은 뒷전이고 오로지 골재수급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단기간에 발생하는 경제적이익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정된 자원을 미래세대까지 공유하는 자연자산으로 관리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임권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장은 “건설·골재업계에서 바닷모래는 선택의 문제이겠지만 어업인에게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며 “바닷모래가 파헤쳐지며 감소한 수산자원이 회복도 되지 않았는데 바닷모래채취를 재개하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삼 실장은 “바닷모래 이외의 골재확보를 위한 당장의 경제적 비용은 부담스럽겠지만 지속된 바닷모래채취에 따른 환경피해와 비용발생이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한다”며 “우선 채취가 중단된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의 모래는 최초 지정당시의 목적처럼 국책용으로만 이용을 제한하고 민수용은 금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성순 실장은 보고서에서 “바닷모래채취는 해양환경과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거나 대체골재자원의 개발 등 대안을 찾는 노력이 없었기에 대표적인 사회갈등문제가 됐다”며 “바닷모래는 비록 골재원의 일종으로 관리되지만 해양자원의 일부로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해양에서의 환경영향은 피해발생시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산되고 지속되며 회복조치 역시 매우 제한적인 특성을 갖는다”며 “따라서 바닷모래자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원관리 기조를 유지하고 이에 적합한 정책으로 추진돼야 하며 자원이용의 위험성을 사전에 철저하게 검토하고 피해발생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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