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바닷모래채취, 끝나지 않는 갈등 (3) 수산업계 요구사항은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 박용오 경인북부수협 조합장

- 개발논리 내세워 바다를 황폐화시키는 모래채취 규탄

- 성급한 채취 재개보다 모래 웅덩이부터 메워야

서해의 황금어장과 백여개의 아름다운 섬으로 이루어진 옹진군은 예부터 바다를 토대로 사회·경제·문화가 형성된 고장이다.

대이작도 풀등을 비롯한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리는 굴업도 등 수많은 섬들은 빼어난 해양경관으로 국민의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으며 이는 옹진군의 자랑이다.

이러한 풍부한 수산자원과 자연경관이 바닷모래채취로 소실될 위험에 처해있다. 보이지 않는 바다 밑바닥에서부터 야금야금 환경을 훼손시키는 바닷모래채취 사업이 재개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 2월부터 어업인들과 환경단체가 입을 모아 바닷모래채취의 전면적인 금지를 요구했으나, 9월 모래채취를 재개하기 위한 예정지가 지정·고시 됐다.

바다를 지키기 위한 애절한 목소리를 무시한 채 바닷모래를 파내기 위한 시도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 앞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업인들을 대표하여 모래채취로 인한 피해입장을 밝히고 바다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제시해 본다.

옹진연안의 바닷모래채취는 1984년부터 시작돼 2017년 모래채취가 중단되기까지 2억㎥ 가량의 모래를 앗아갔다. 30년간 마구잡이로 자행된 모래채취로 인해 옹진 바다 밑바닥은 이미 깊게 파인 웅덩이로 멍들어 있다. 경제성장을 위한 명목으로 바다 속에 구멍을 내 육지에 모래성을 지은 것이다. 수도권 발전을 위한 골재수급의 경제논리에 밀려 어업인들은 긴 세월 희생돼 왔다.

어업인들에게 돌아오는 가장 심각한 피해가 바로 ‘수산자원량 감소’다.

월류수 배출, 부유사 확산은 바닷모래 채취해역 뿐만 아니라 운반선의 이동경로에 따라 연안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쳐 산란장·서식지 파괴, 회유경로 변경 등 수산자원 생태에 악영향을 미친다. 채취과정에서 생기는 ‘모래 웅덩이’도 문제가 된다.

산발적으로 형성된 큰 웅덩이는 빈산소 상태를 만들어 수산생물의 폐사를 유발하며 조업중 어구손실 및 어선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연안에서 지속적으로 모래채취가 이루어질 경우, 해안침식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육상까지 피해를 입는다.

이렇듯 모래채취로 인한 피해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결국 황폐화 상태에 이르는 ‘바다훼손 도미노’ 현상 발생이 우려된다.

특히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신비의 모래섬 풀등의 침식 원인에 바닷모래채취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침식 원인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여 지키고 보전하기 위한 방도를 찾아도 모자랄 판에, 풀등에서 불과 2~3km 떨어진 곳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하겠다고 하니, ‘더 이상 풀등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골재채취업자들에게 옹진 바다는 단지 모래를 파기위한 물적 자원에 지나지 않지만, 어업인들에게는 조상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이자, 생업의 공간이며,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미래자원이다.

건설업 발전의 풍요 속에 환경훼손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어업인의 몫이 되는 것이다.

악영향의 연쇄작용을 멈추고, 훼손된 자연환경을 원상태로 복구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성급히 모래채취를 재개할 것이 아니라, 현재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저감방안과 복구대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한다. 적절한 저감대책, 복구방안이 없는 속이 텅텅 빈 평가서로 모래채취 재개를 추진하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모래채취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실질적인 이해관계자는 어업인들이다.

어업인들이 납득하지 못한 평가서, 이해관계자들이 배제된 공청회로 모두의 눈과 귀를 속여 넘기려는 악행은 그만둬야한다. 해수부에서는 바닷모래채취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수렴 절차를 신설하는 등의 개선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따른 실무적인 움직임은 아직 미미하지만, 앞으로 점차 개선돼 더 이상의 훼손 없이 상호가 이해할 수 있는 상생의 결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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