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농가 조직화로 가격 교섭력 높여야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산란업계에 만연한 ‘후장기’와 ‘가격할인제도(D/C)’가 후진적인 유통구조 때문이라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농가, 유통상인, 도·소매업자 등이 공생할 수 있는 유통구조 개선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선진국의 사례 등을 통해 우리 계란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자. <편집자주>

 
  (上) 고질적 병폐 ‘후장기’에 농가 몸살
  (中) 계란 ‘고시가≠농가 수취가’, 누가 득 보나
  (下) 위기탈출 해법은

 

농경연
소규모 집하장 중심 산지조직화
광역GP센터 설립

산란계 농가·대한양계협회
계란 분배 역할 가능한
광역GP센터로 유통구조 개선

전문가
공공성 있는 기관이 전날
실거래가를 계란 등급별로 고시

▲ 마트에서 판매 중인 계란 매대 전경

소규모 계란 집하장-광역GP센터 

국내 계란 산업의 후진적인 유통구조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농가가 유통상인에 비해 가격교섭력이 낮아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는 데에서 비롯한다.

김정주 건국대 명예교수도 “현재 시스템에선 후장기와 D/C 등의 문제가 원천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유통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처럼 분화되고 약화된 농가의 힘을 한데 모아 가격교섭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으로는 협동조합이나 영농조합법인 등을 통해 산지조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2년 보고서에서 계란 유통구조 개선 방안으로 “산지의 계란농가를 중심으로 산지조직화 하는, 일종의 수평계열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규모 생산 농가를 중심으로 수평계열화를 이룬 후 유통업까지 포괄하는 수직계열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기술했다. 

여기서 제시하고 있는 산지조직화의 핵심은 소규모 계란 집하장 중심의 산지 조직화와 광역 계란유통(GP, Grading & Packing)센터다. 

농경연은 소규모 계란 집하장에서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쉽지 않아 유통상인이나 도·소매업자에 대한 가격교섭력 제고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광역GP센터를 설치, 이 같은 어려움을 보완하고 가격 불안정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란 집하장 중심의 산지 유통 체계를 확립하고 가격교섭력이 강해진 광역GP센터에서 적절한 가격을 조율, 많은 계란을 분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수 선진국, GP센터 통한 계란 유통 

많은 선진국들은 계란이 GP센터를 반드시 통과해 유통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계란도 모두 GP센터를 경유한다. 전국에 퍼져 있는 500여개의 GP센터에서 세척, 검사, 선별, 포장 과정을 거친 계란은 유통상인에게 넘겨지거나 바로 시장으로 이동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양은 중간에 JA전농(전국농업협동조합 연합회)이나 전계련(전국 계란 판매 농업협동조합 연합회) 등을 경유한다.

미국은 육계와 함께 계란 산업에서도 계열화가 크게 진행됐다. 하지만 육계 산업과 다른 점은 육계 산업이 가공업자를 중심으로 계열화하고 있는 데 반해 계란 산업은 생산자를 중심으로 계열화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계열업체들이 부화장 운영과 병아리 사육 등을 통합해 운영하고 자신들이 투자한 생산시설인 GP에서 계란을 포장, 판매하는 구조다. 

 

국내서도 정부 지원사업으로 GP센터 추진 중이지만…

국내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GP센터 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다. 오는 2022년까지 매일 계란 100만개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GP센터 10~15개소를 신축하고, 기존의 GP센터 20개소 이상의 개보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이를 통해 농가의 계열화를 이루고 계란 브랜드 육성이나 공동마케팅을 통해 생산자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GP센터를 공정한 시장 거래 가격 형성을 위한 공판장, 계란 위생·안전 검사의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에 더해 오는 4월 25일부터 가정용 판매 계란부터 GP센터 등에서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아야만 유통이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산란계 농가와 생산자단체인 대한양계협회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식용란선별포장업은 GP센터가 아닌 농가, 유통상인 등 누구나 참여 가능한 형태여서, 계란 분배의 역할이 가능한 광역GP센터센터의 형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산란계 농가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GP센터와 식용란선별포장업은 십 수년 농가들이 주장해왔던 광역GP센터와는 다른 개념”이라며 “광역GP센터로 가야 후장기, D/C 등 우리 농가들이 없애고자 했던 구시대적 유통구조가 개선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거래가격 투명해야

전문가들은 광역GP센터의 실현과 함께 실제 농가 수취 가격과 고시 가격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현재처럼 수급 상황에 따라 급격하게 변동하는 계란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김정주 교수는 공공성 있는 기관이 전날 실제 거래 가격을 계란 등급별로 고시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어 김 교수는 “농가들이 실제 가격의 등락을 금방 파악할 수 있도록 계란 가격이을 고시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본의 경우 전날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이동거리 등을 계산해 가격을 매겨 고시한다”고 전했다.   

미국은 농무부(USDA 농업유통국)가 주요 지역의 크기별 계란 가격을 매일 수집해 제공하고 있으며 일본은 JA전농이 전날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상장가격을 발표한다. 

상장가격은 일본에서 전국 계란 가격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장가격은 JA전농이 전날 계란 시세를 파악, 이를 기준으로 생산자가 판매위탁한 계란이 완전히 팔릴 수 있는 적정가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동경,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 4개 지역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계란은 깨지기 쉬워 움직였다 하면 손실이 발생해 세계 어느 나라도 경매장에서 경매를 하지 않는다”며 “만약 광역GP센터가 생기면 어차피 계란을 등급별로 선별해 포장하게 되니 여기에서 경매를 통해 가격 결정까지 하는 시스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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