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MSC, 경쟁을 넘어 공생으로 5. [인터뷰] 이영란 WWF한국지부 해양보전팀장
어업인·소비자·유통업체 모두 수산자원보호에 대한 인식 낮아
MSC인증통해 우리 수산업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다음 세대까지 수산업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바다를 보호해야 합니다. 당장 지금 내가 얻을 경제적 이익을 위해 치어를 남획하고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할아버지가 손자의 입에 들어갈 생선을 빼앗아 먹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영란 WWF(세계자연기금) 한국지부 해양보전팀장은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우리 바다와 우리 수산자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팀장으로부터 MSC(해양관리협의회) 인증을 비롯한 소비자참여형 수산자원관리의 필요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 WWF가 바라보는 MSC는
“알려진 것처럼 MSC의 태동배경에 WWF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완전히 별개의 조직이다. WWF에서는 MSC인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기보다 WWF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바다와 수산업’을 위한 가장 뛰어난 수단으로 보고 있다.

MSC인증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증을 통해 우리 바다와 수산자원을 보호하면서 수산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MSC는 ‘도덕교과서’처럼 인식해야 한다. 당연히 지켰어야 하는데 우리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 우리가 뭔가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바다와 수산자원을 함께, 그리고 오랫동안 쓰기 위한 기본적인 것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서구국가의 MSC동향은
“유럽, 북미 등 서구 국가에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지도가 굉장히 높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도 높다. MSC인증에 대한 인식 역시 매우 높으며 MSC뿐만 아니라 수산물 신호등체계 등에 대해 인식도 높다.

이제 한끼를 먹더라도 윤리적으로, 지속가능한 형태로 생산된 식품을 소비해야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형유통업체들도 부응하고 있다. 홀푸드마켓, 테스코, 월마트, 코스트코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다국적 식품유통기업들이 MSC인증 수산물을 우선 구매하겠다고 했다.

유통업체 뿐만 아니라 금융업에서도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 금융업계나 IT업계에서는 ‘파타고니아 조끼’가 그들의 상징처럼 돼있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최근 성명을 내고 환경보호에 우선순위를 두는 기업과 연간 매출액의 1%를 환경보호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쓰는 ‘비코퍼레이션’인증 기업에 판매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하면서 월가와 IT업계에서 비상이 걸렸다.

이제 금융업에서도 지속가능한 기업에만 투자하겠다고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향후 MSC를 비롯한 지속가능성 인증에 대한 서구사회의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우리나라의 상황을 진단하면

“우리나라는 어업인과 소비자, 유통업체 모두 수산자원보호에 대한 인식이 낮다. MSC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자원보호에 대한 인식이 낮다.

단적인 예가 TV프로그램들이다. 최근 방영된 ‘골목식당’ 프로그램에는 실치국이 나오는가 하면 또 다른 프로그램인 ‘수미네 반찬’에서는 풀치볶음이 나왔다. 미성어나 치어가 TV프로그램에서 별미인양 소개가 되지만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찾아보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최근 동해지역에서 논란이 됐던 총알오징어 역시 마찬가지다. 명태 치어를 ‘노가리’로 부르고 갈치 치어를 ‘풀치’로 부르는 것처럼 물고기 치어를 별개의 이름으로 부르다보니 치어를 잡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약하다.

또한 수산자원이 공유자원이라는 인식도 약하다. 수산자원이 공유재라는 인식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낚시다. 일반인들이 도루묵을 통발로 포획해서 상업적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런 행위가 분명히 위법성이 있어도 정부에서는 손을 놓고 있다. 단순히 MSC를 수산물 수출인증의 하나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산부터 유통·가공·소비에 이르는 과정에서 우리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우리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해야 한다.”

# MSC확산을 위해 필요한 정부의 노력은
“MSC 확산을 위해 정부에서 해야할 일은 매우 많다. 먼저 정밀한 수산자원평가와 이에 대한 공개다.

MSC는 단순히 어업단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어장단위의 검증도 필요하다. 수산업계가 MSC인증을 받으려고 해도 자원과 어장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확보·공개되지 않으면 인증이 어렵다.

해양수산부에서는 국익을 이유로 세부적인 자원상태 등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보공개에 있어 굉장히 보수적인 일본조차 별도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세부적인 자료들을 공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더불어 이력추적도 쉽지 않다. MSC는 단순히 어업인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력추적을 통한 유통인증인 CoC인증과 연결되는데 우리나라는 어업현장을 벗어나면 이력추적이 거의 안된다. 이력추적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 많다.

더불어 MSC인증을 통해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단순히 MSC인증 지원사업을 신청해 인증을 받으라는 수준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MSC인증을 통해 우리나라 수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MSC인증이 어려운 어업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한다. MSC인증을 받자는 분위기에 인증심사에 지원했다가 인증이 거절되는 사례가 늘면 단순히 ‘우리와 MSC는 맞지 않다’며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MSC의 목적은 어업개선을 통해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인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도 필요할 것이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