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MSC, 경쟁을 넘어 공생으로 6. [인터뷰] 곽승현 DNV·GL 본부장
유럽·북미지역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에 높은 기준 요구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MSC어업인증 최소 1년이상 소요

- MSC규격은 점진적으로 진화…조속한 인증 추진후 보완이 유리

“과거에는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팔면 기업이 지속가능하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속가능성이 단순히 품질 수준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제품하나를 구매할때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모두 고려하고 있습니다.”

곽승현 DNV·GL 본부장은 유럽과 북미지역 소비자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운을 뗐다.

곽 본부장으로부터 MSC(해양관리협의회) 인증의 최근동향과 심사기준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세계적인 인증 트렌드는 무엇인가
“최근의 소비자들은 상품의 품질뿐만 아니라 해당상품이 어떻게 생산됐는지 들여다볼 수 있기를 원한다. 특히 최근에는 생산단계에서 노동자의 인권 부분이 강조되고 있다.

쉬운 예가 코발트생산과정이다. 배터리의 원료가 되는 코발트는 전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이 콩고에서 생산된다. 콩고의 코발트 생산과정에서는 아이들이 강제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강제노동을 통해 발생한 수익금이 반군의 무기구매자금으로 이용되는 일도 흔히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미국에서는 생산되는 과정에 대해 보고를 하도록 법적인 의무를 부여했다. 영국은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은 주요 제품원료의 공급망에 대해 해당 기업이 직접 평가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대표이사가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원자재 등을 구매하는 기업에서 공급하는 기업의 노동환경 등을 모두 개선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인증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식품기업을 보면 네슬레나 유니레버, 크래프트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협력업체가 인권심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납품을 받지 않으며 매년 보완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서 더욱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 MSC인증은 어떻게 이뤄지나
“MSC는 고도화된 민간의 지속가능성인증이다. 쉽게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MSC 유통인증(Chain of Custody)의 경우 짧은 심사를 통해 인증을 받을 수 있지만 어업인증은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DNV·GL과 같은 심사기관이 심사한 보고서는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고 일반인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MSC누리집에 공개한다. 이 보고서는 200~300페이지에 이르며 거의 논문수준이다. 검토과정에서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보고서의 내용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의를 제기한다. 이에 합당한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인증이 불가능하다. 이런 검토절차를 거치고 나면 최종적으로 승인위원회에서 인증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인증자격이 계속 유지되지 않는다. 매년 보완심사를 받아야하며, 5년에 한번씩 갱신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은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매년 인증은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인증을 받지 않은 상품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 인증규격을 소개한다면
“MSC규격은 기본적으로 세가지 원칙이 기본이다. 어업을 할 경우 해당 해역에서 목표가 되는 어종의 자원량을 파악하고 해당어업이 수산자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한다. 또한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환경단체에서 말하듯이 MSC는 어업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수산자원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에서 이용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어구·어법이 환경 등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불필요한 혼획을 없앤다는 기준을 만들고 이를 지켜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인 원칙이고 최근에는 이러한 원칙들에 더해 노동자의 노동여건부분도 강화됐다.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MSC·CoC인증기준 5.0에는 노동자들의 인권, 급여, 작업시 안전성 등과 관련된 규격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MSC와 CoC인증을 취득한 기업에서는 향후 기업이 스스로 강제노동과 아동노동에 연루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며 이를 증명하지 못할 경우 수산물 공급사슬 전반에 걸친 불법노동과 관련한 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번에 개정된 규격의 사례처럼 인증기준은 사회의 다양한 요구들을 수렴해 점진적으로 강화되기 때문에 빨리 인증을 추진하고 점차 보완해나가는 것이 유리하다.”

# 어업인들은 어떻게 준비해야하나
“인증을 준비하는 것은 어업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다. 인증을 위한 자료들은 MSC누리집에 모두 공개돼 있다. 심사과정에서 무엇을 확인하는지를 이해하고 최근의 동향을 보면서 준비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이 모든 과정들이 영어로 돼 있다. 또다른 어려운 점은 심사과정에서 무엇을 평가하는지는 알려져 있지만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구체적인 디렉션은 주지 않는다. 심사하는 기관별로, 국가별로, 지역별로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려줄 수도 없는 문제다.

방법이 100가지일수도, 1000가지일수도 있는데 어업인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이 때문에 컨설팅이 중요하다. 컨설턴트가 국제규격에 대해 알려주고 방법을 제시할 수도 있으며 인증의 모든 절차를 함께 이끌어갈 수 있다. 물론 컨설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이 초기에 방향성을 명확히 잡아준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인증심사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지 않은만큼 잘못한 후 다시 고쳐서하는 것보다 컨설팅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 DNV·GL은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선급회사로 사람·생명·환경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지사에서는 MSC, ASC, FSC등 지속가능성 인증을 비롯한 다양한 인증심사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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